정순택-정순덕씨의 전향 논란
2000-08-24 연합뉴스
이들 두 사람은 스스로 비전향장기수로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9.2 북송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일각에서 이들의 실제 전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이미 전향서를 썼기 때문에 `비전향장기수`가 아니며 따라서 6.15공동선언에 명시한 송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다.
반면에 비전향장기수송환 추진위원회는 이들이 비록 `전향서`를 썼지만 스스로 사상과 이념을 포기하지 않았고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전향 취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전향자로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출소 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대우를 받고 살았다기 보다는 비전향장기수들과 함께 오랜기간 생활하며 `동지적 의리`를 지켜온점을 보더라도 두 사람은 `전향자`가 아니다고 송환추진위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송환을 허락한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비전향장기수로 북송대상에 포함된 우용각(72)씨는 ` 전향 취소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두 사람을 우리와 달리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전향서를 썼다는 사실에 괘념치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두 사람의 북송을 주장하는 측은 신념 또는 이념은 차치하더라도 이들이 남측에 남을 경우 스스로 생활을 꾸려갈 능력이 없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했다.
정순택씨의 경우는 먼 친척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생활하고 있으며 작년 3월 뇌출혈로 쓰러져 인천 나사렛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순덕씨는 현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등 개인 또는 단체의 도움으로 매월 150만원씩 병원비를 보조받고 있다.
`최후의 빨치산`으로 유명한 정 할머니는 63년 경남 산청군 삼장면 산골에서 체포된 뒤 23년간 복역하고 85년 가석방됐으나, 체포 당시 입은 총상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 나머지 한쪽다리도 마비돼 거동을 하지 못한다.
송환추진위 권오헌 공동대표는 `정부에서 이들의 송환을 불허한데 대해 정치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무런 생존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생활을 꾸려갈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계속 붙잡아 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결`의 백승헌(白承憲) 변호사는 이와관련 ,`이들이 전향서를 쓴 것은 사실이고 `정치적 결단`에 의해 이들을 보낼 경우 기존의 법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기존의 법체계가 남북 민족 화합의 길에 들어선 `현실`에 합당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우선 보낸 뒤 북측이 스스로 인도주의적인 결단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순택씨는 지난 21년 충북 진천 출생으로 47년 상공부 관산물자 배급소 경리과장을 지내다 49년5월 월북했고 50년 북한 상업성 재정경리처 재정부장을 지내다 58년 남파돼 31년 5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쳤다.
그는 지난 98년 자서전인 `보안관찰자의 꿈`을 출간(한겨레신문사)한 바 있다. (연합200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