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인권 수장들 보안법 '폐해' 지적
2004-09-15 연합뉴스
제7차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에 참석 중인 인권분야의 해외 수장들은 대회 이틀째인 15일 잇단 인터뷰와 간담회 등을 통해 인권침해 등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지적했다.
모튼 키애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터뷰를 갖고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닌 경우 안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법은 인권문제와 충돌된다"며 "이미 유엔이 여러번 국보법 개폐 권고를 내린 만큼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형제가 없어진다면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의식 때문에 쉽게 폐지하지 못하다가도 법을 고친 뒤에는 별 문제가 없음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면서 "국보법 역시 시대에 맞춰 그 폐지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은 민변 등 국내NGO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보법과 이주노동자 문제 등과 관련된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해듣고 "한국의 인권침해 사례가 이처럼 다양하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 판무관은 이어 "인권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NGO의 활약에 압도당할 정도"라며 "피해자들의 증언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반드시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앞서 이날 이해찬 국무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국보법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존케 마조디나 남아공 인권위 부위원장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분쟁 위험때문에 안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국가는 시민들의 다른 기본권을 제약하거나 침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조디나 부위원장은 또 한국의 주요 정치현안인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와 관련, 남아공의 과거청산 작업이었던 '진실과 화해위원회(TRC)'의 활동을 소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TRC는 인종차별 범죄의 피해자들이 분노어린 경험을 토로하고 공론화면서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한국에서 이같은 성격의 위원회가 나온다면 아마 비슷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년이라는 TRC의 활동기간은 흑백차별이라는 오랜 '유산'을 청산하기엔 부족했다"며 "가해자측의 비협조 등으로 처리못한 사건이 더 많았고 대기업의 경제독점 등 제도적 형태의 인권침해 문제나 물질적 차원에 그친 피해자 보상 등에서 한계를 남겼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아직도 가해자측인 백인에게 경제적 주도권이 있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평등촉진법이나 흑인 고용촉진법 등을 제정하고 헌법에 빈곤문제를 해결토록 하는 조항을 담는 등 경제.사회적인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