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핵 6자회담 '불씨 살리기' 나서

2004-09-13     연합뉴스
 제4차 북핵 6자회담의 '9월말 이전' 개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악화되고 있고, 이 달말까지 남은 시간마저 거의 소진되어 가고 있으나,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만도 없는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러시아측과 4차 회담 개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3일 오후 출국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차관보는 14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측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대사를 만나 4차 회담 개최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집중 협의할 예정이지만, 그다지 뾰족한 방안은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이달말까지 시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추석연휴(9월 26∼29일)와 평양∼베이징 비행기 편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회담 개최가 가능한 기간은 다음 주중인 22∼25일 밖에는 없다.

늦어도 이번 주 후반까지는 4차 회담 개최가 가부 간에 결정나야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부정적인 듯하면서도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상태다.

'10월초 개최'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의사가 분명히 확인돼야 가능한 것이고, 그 이후는 오는 11월 2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측의 입장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4차 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일단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북한은 지난 8일 한성렬 주유엔 차석대사를 비롯해 재외공관을 통한 '외곽 때리기'에 이어 11일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한국의 우라늄.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군사적 성격'으로 규정짓고 "우리는 이 사건을 6자회담 개최문제와 연결시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한껏 위기를 고조시키고 나섰다.

더욱이 북한 정부 수립일인 '9.9절' 당일과 하루 전인 지난 8∼9일 량강도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한 외부에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관론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달 말 이전에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며 "그러나 북한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을 보면 그 여지를 완전히 닫은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 외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측의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2일 베이징을 방문, 중국측과 협의 중이며, 평양을 방문 중인 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1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측을 설득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방북에서 중국측은 특히 '경제분야 협력 확대' 등을 포함한 북-중 우호협력 관계 지속을 희망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하고 대북 무상지원을 약속한 것은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연방의회(상원) 의장이 이끄는 러시아 연방의회 대표단도 12일부터 공식 방북 일정에 들어가 북-러시아간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