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폐지' 발언에 법조계 또 `의견분분'
2004-09-05 연합뉴스
재야 법조계는 자신들의 의견을 선명하게 밝힌 반면, 재조는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인 장주영 변호사는 "국보법은 법 자체의 합헌 여부를 떠나 그간 실질적으로 위헌적으로 적용돼왔고 인권침해와 사건조작이 국보법의 이름 아래 합법화돼왔다"며 "대통령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법이 합헌이라 하더라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국회가 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관계의 변화와 인권의식의 향상을 감안하면 국보법 폐지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 총무이사인 이승환 변호사는 "폐기라는 말은 용도가 없을 때나 쓰는 말인데 국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물관으로 보낸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 국보법을 없애자는 것은 칼을 칼집에 넣는 것이 아니라 부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국보법이 정권에 의해 악용됐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그렇게 악용하지 않으면 될 뿐"이라며 "송두율 교수 재판에서도 국보법에 의한 인권침해 시비 없이 오로지 사실관계만 판단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현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인 대통령이 체제를 유지해 온 법을 악법으로 모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국보법에 대해 법리적으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는 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사법기관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다른 부장판사는 "최근에 개인적으로 국보법을 일별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보법이 판사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국보법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 지난번 선고 때 결정문을 통해 충분히 밝혔고 이후 새로운 상황들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법무부 한 검사는 "최근 헌재와 대법원이 잇따라 국가보안법 존치 쪽에 무게를 싣는 판단을 한 데 대해 대통령도 무언가 발언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 발언으로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해 찬반 여론이 더욱 극명히 엇갈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재경지청 한 검사는 "발언의 수위가 강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기본법인 형법에 국가보안법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은 법 체계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