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보법 개폐' 대립 가열
2004-08-27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27일 헌법재판소가 전날 국가보안법 제7조 고무.찬양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폐지 반대의 목소리를 한층 높인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민주당의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만나 국보법 폐지 추진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폐지 강행 활동을 계속했다.
또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 여당내 국보법 폐지 추진 의원들은 이날까지 의원 103명(우리당 83명)의 서명을 받은 데 이어 의원들을 맨투맨 방식으로 접촉하며 서명의원 숫자를 늘리기로 했으며, 이날 오후 간사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우리당은 당내에 국보법 개정을 주장하는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도 있는 만큼 활발한 논의를 거쳐 '폐지후 대체입법 또는 형법 개정'과 '존치후 개정' 등 두가지 의견을 하나로 모아간다는 방침인 가운데, 전자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당의 긴급조치세대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는 국보법에 대해 사실 판단을 해서 '법'이라고 했고, 국가인권위는 가치 판단을 해서 '악법'이라고 했다"며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인 우리는 국보법을 악법이라고 판단해 폐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을 폐지하거나 할 때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헌재가 '법 개정에 참고해줄 것'을 권고한 것에 대해 "헌재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석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 결정은 국보법 폐지 흐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 것"이라며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고, 서갑원(徐甲源) 의원은 "여당내에 개정과 폐지 양론이 있는 것은 그다지 나쁘지 않으며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보여주고 여론을 수렴해가는게 좋다"고 말했다.
김현미(金賢美) 의원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몇몇 구멍이 생기는 부분은 대체입법을 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이미 사문화된 국보법은 폐지하는게 좋지만, 너무 정치적 이슈에만 매달리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을 적극 환영하면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여당내 다수 의원들의 국보법 폐지 강행을 "헌정질서 무시"라고 비난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헌재 결정은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보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너무도 당연하며,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헌법의 최고 심판기관인 헌재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의 초선의원 대다수가 국보법 완전폐지를 밀어붙이는데 헌법을 유린하는 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보법은 폐지가 아니라 골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황 변화에 따른 부분은 보완하거나 개정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여야 합의 추진을 강조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헌재의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이 결정에 대해 당은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면서 "열린우리당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식으로 헌재 결정을 무시하고 폐지 법안을 내겠다고 하는데 헌정질서까지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