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능력과 정보신뢰성 갖고있나?"
의원들, 국회 긴급현안질의서 정부대응 질타
2004-06-24 오인환 기자
총 10명의 의원들이 김선일씨 사망에 대한 현안과 진상 조사를 위한 질의가 이어졌고 정부측에서는 이헌재 총리대행, 반기문 외교통상부, 조영길 국방부, 강금실 법무부,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답변했다.
의원들은 김선일씨 사망일자와 정부가 인지한 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묻고, 김씨 구출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추궁했다.
첫 번째 질의에 나선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반기문 장관의 “정부는 김씨 납치날짜는 5월31일로 추정하고 있다”는 답변에 대해서 “납치된 지 20여일 동안 이라크 대사관이 정확히 몰랐는가?”라고 묻자, 반 장관은 “이라크 대사관은 5월31일부터 (6월)20일까지 현지 주민들의 주소,연락처,메일을 가지고 수시로 연락을 했”었으나, 김선일씨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은 “알자지라 방송 직전 카타르 대사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반 장관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소환조사 일정은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김 사장이 귀국할 의사가 없다고 표명했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한나라당의 맹형규 의원은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인적 쇄신을 주장하면서 “현재의 외교정책을 비 외교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대북문제 전문가인 이종석 처장이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질의에 이헌재 총리대행은 “NSC는 이 처장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이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맹 의원은 또한 “납치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반 장관은 “제 명예를 걸고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의 서희.제마부대의 안전에 관한 질문에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피랍소식을 듣고 즉시 연락해 활동을 통제시켰으며 서희.제마부대는 미 공군 안에서 3중 보호를 받고 있어” 안전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황진하 의원과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추가 파병되는 자이툰 부대의 이동기간이 40~50일 걸리는데 이 또한 안전상 문제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손봉숙 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AP통신의 김씨 관련 외교부 문의사실과 관련해서 “AP통신이 6월3일 외교부에 공식문의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하자, 반 장관은 “3일 AP서울 기자가 전화로 외교부에 김선일이라는 사람의 실종 여부를 문의했고, 비디오가 있었다는 사실은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답변을 통해 AP통신의 전화문의에 응답한 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히고 AP통신도 누구에게 문의를 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봉숙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의 추가파병동의안에서도 ‘필요시’에는 사전 철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필요시’라는 시기는 언제인가?”라고 물으며, 국익을 위해 파병한다고 하는데 김선일씨 죽음과 대비되는 국가이익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안영근 의원은 “가나무역이 기독교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가나’라는 이름도 ‘가나안’에서 나온 이야기라는데 혹시 선교적 사유로 살해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달”라고 주문하고,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게 “최근 9.11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애초 미국이 전쟁명분으로 삼은 후세인 정권과 알카에다와의 연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국의 정보를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숨진 김선일씨의 피랍일자가 번복되는 등 갈수록 사건 진상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긴급하게 이 문제를 다룬 것은 시의적절했으나 김천호 사장의 증언 등이 빠진 채 정부 관리들의 해명만 무성해 국민들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회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