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자주국방체계 조기구축 지시

안보장관회의, 주한미군 재조정 '의연 대처'

2004-05-20     김치관 기자
"주한 미군 재조정은 이미 예견돼 온 것이기 때문에 의연하고 차분하게 대처해나가면서 협력적 자주국방체계의 조기 구축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20월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에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

윤태영 대변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미군 재조정은 정부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추진중이며 정부가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해서 국민들이 안보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 업무복귀 이후 처음으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에 따른 비판여론을 의식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주한미군 재조정 등에 대해 안보부처 등이 그동안 관련대책을 면밀히 준비해 왔으며, 금번 주한 미군 차출에도 동요없이 신속하게 대처한 점을 평가"했다는 대목도 다분히 여론과 정부 내부를 다독이기 위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과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한반도 안보환경의 근본적 개선에도 힘써 줄 것을 당부"했으며, 장성급 회담과 관련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논의하는 틀이 만들어진 만큼 인내심을 갖고 회담의 진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개성공단 건설과 관련해 "이 사업이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계획대로 금년 내 시범단지가 가동될 수 있도록 제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1시간 30여분간 진행된 이날 회의는 주한미군과 관련해서 외교부, 국방부, NSC가 장성급회담은 국방부, 개성공단 건설은 통일부가 각각 보고했다.

이날 회의에는 고건 총리, 정세현 통일부 장관, 반기문 외교부 장관, 조영길 국방부 장관, 고영구 국정원장, 한덕수 국무조정실장, 김우식 비서실장,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박봉흠 정책실장, 윤광웅 국방보좌관, 이종석 NSC 사무차장 등이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정국을 벗어나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함으로써 안정적 국정운영의 모양새를 취하게 됐으나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이미 전격 처리된 상태에서 추후 승인만 하고 구체적 대응책들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