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협조단 파견, 이달말 파병 결정할 듯

쿠르드족 자치정부, 파병 '환영' 공항사용 '묵묵부답'

2004-05-11     송정미 기자
우리 정부가 한국군 추가파병지역으로 잠정 결정한 이라크 '아르빌' 지역의 쿠르드 자치 정부가 9일 "한국군의 파병에 대한 환영의사와 함께 파병을 위한 세부사항과 절차를 토의하자는 서한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등으로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파병 재검토'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병을 위한 행보를 착착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국방부는 11일 오전 기자 브리핑을 갖고 "쿠르드족 자치지역 정부가 한국군 파병을 환영한다며 파병을 위한 세부사항과 절차를 토의하자는 서한을 9일 이라크 안보를 총괄하는 합동동맹군사령부(CJTF-7)를 통해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새로운 추가 파병지로 아르빌 지역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파병지역 결정 시 필요한 한국군 파병에 대한 쿠르드 자치정부의 공식입장, 공항사용 및 공항인근 주둔문제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남대연 공보관은 "지형 및 기상, 공항여건, 재건지원 소요, 전투근무지원 등을 고려해 한국군 파병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검토하고 있는 아르빌을 관장하는 자치정부의 공식입장이 접수된 만큼 파병을 위한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현지협조단을 아르빌로 파견해 자이툰 부대의 구체적인 작전지역, 공항 사용 및 인근 숙영지 건설, 대미 군수협력 문제 등을 공식 논의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께 현지협조단이 복귀하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현지협조 및 추가적인 대미 협의 결과를 토대로 파병지역, 절차, 일정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쿠르드족 자치정부의 서한에서는 우리 정부가 요구한 내용 중 공항 사용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어 정부는 이번 서한내용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친다' 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곧 파견될 현지협조단과의 협의가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미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에 규탄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국민 대다수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파병 재검토를 위한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추가 파병을 결정하게 된다면 거센 반발에 부딪칠 것이 자명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협조단이 이달 말 귀국하는 즉시 파병이 결정되더라도 군수물자 수송 등에 최소 45일 이상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감안한다면 파병은 빨라야 8월에나 가능하다. 더욱이 이라크 파병 철회 요구가 거세진다면 더 지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나 외교부 등 파병원칙 고수 입장을 가진 관계부처의 경우, 오히려 17대 국회가 개원하기 이전에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라크 파병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