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새로운 案 제기할 생각은 없다" -5.12 베이징서 북핵 실무회의 개최

2004-04-29     송정미 기자
▶외교통상부 이수혁 차관보는 29일 오후 2시 30분 기자브리핑을 갖고 내달 12일 개최
되는 북핵 실무그룹회의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외교통상보 이수혁 차관보는 29일 북핵 실무그룹회의를 오는 5월 12일 베이징에서 개최키로 6개국이 합의하고 공동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보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내외신 기자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6자회담의 차석대표들이 실무그룹의 수석대표로 개최한다는 것 외에 실무그룹회의의 의제나 회담 형식은 물론 회의 기간조차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수혁 차관보는 "각측이 관심있는 사항을 제기를 하고 이에 대해 협의한 결과를 제3차 본회담에 보고, 건의해서 6월말 개최될 3차 회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의제가 없다고 해서 각국의 관심사항이 종횡 무진한 것은 아니라, 2차 회담에서 논의했었던 완전한 핵폐기의 문제, 그를 전제로 하는 동결의 문제가 주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실무그룹 회의에 한미일 3국은 물론 북한도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없어,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차관보는 "우리정부는 한미일 3자회의를 통해 밝혀온 완전한 폐기, 북한의 핵보유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이런 입장을 변화시킬 새로운 안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토의를 해보면 그 접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미일과 북한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핵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 이수혁 차관보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중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5메가와트가 북한은 전력 생산용이라고 하지만,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해서 플루토늄을 생산해서 핵폭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평화적 이용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이미 북한도 이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50, 200메가와트 짜리 건설을 포기하겠다고 제네바 합의에 약속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중 정상회담이 이번 실무그룹 회의 개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 방중 전에도 워킹그룹 회의는 개최될 것으로 다들 양해가 되어 있었고, 다만, 날짜 결정하는데 방중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애초 한미일 3국은 샌프란시스코 3자회의를 갖고 가능한 빨리 4월중에라도 실무그룹회의를 갖자고 합의하고 중국 정부에 이를 통보한 바 있어, 일정에 대해서는 북중 간의 최종 합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보는 북중 정상회담에서 HEU(고농축 우라늄)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와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언급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북중간 논의된 얘기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답변을 피했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한미일이 애초 희망한 3차 6자회담 전에 실무그룹회의는 한번 개최하는데 그친다. 이에 대해 이 차관보는 "실무회의가 무엇을 합의하는 것은 아니고 3차회담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프로세스로서 실무회담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한 번 밖에 하지 않아서 크게 아쉽거나 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또한 미 워싱턴 포스트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능력을 8개로 상향조정 보도한 것과 관련해 "미 정부에 확인한 결과 근거 없는 보도라는 해명을 받았다"며 "수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8개라는 것은 8천개의 연료봉을 다 재처리를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것을 산술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본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실무그룹 운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측 실무그룹대표인 닝푸쿠이(寧賦魁) 중국 외교부 북핵담당 대사가 오늘 오전 방한했으며, 내일 외교부를 방문해 실무그룹에 대해 한국측 파트너인 조태용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만날 예정이다.

닝 대사는 "북핵 실무그룹회의는 6자회담의 계속이고 중요한 구성부분"이라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2월말 제2차 6자회담에서 언급됐으나 심도 있는 토의가 되지 않은 내용을 집중 토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실무그룹회의의 의제와 관련, 닝 대사는 "(기본적으로) 2차 6자회담의 의제와 같다"며 "실무그룹회의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한 후, 참가들의 "더욱 융통성 있고 실질적인 태도를 보여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강조했다.

닝 대사는 한국측 실무진과 협의한 뒤, 1일 출국해 미국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각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고, 의제와 일정, 형식 등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내용이 논의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닝 대사의 한미일 3국의 방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