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전까지 정상회담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2004-03-03 이계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년전 대북송금 특검 수용과 관련,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피해가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로 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남북관계도 문제가 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당시 소신을 다시 밝혔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난 2차 6자회담에 대해 “베이징 2차 6자회담에서 그래도 조금 예측 가능한, 궤도 위에 올려놓으면 좋지만 그렇게까진 되진 못하고 차를 도로 위에 올려놓은 수준 정도가 된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안정된 운행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여는 방안”을 묻자, “남북 정상회담은 지금 적절치 않다. 정상회담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고 답해 ‘선 북핵문제 해결, 후 남북정상회담’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에 있어 지난해 10월17일 종교·시민단체 대표자들과의 면담자리에서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처럼 설명했다가 다음날 파병 원칙을 전격 발표한 것과 관련, “그때 원로들을 초청할 때는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만 시기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리는 바람에 조급한 일정이 되어버렸다”면서 “좀 여유를 두고 자문을 구하려고 초청하려 했는데, 어떻게 진행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다급하게 돼버렸다”고 다소 군색하게 답변했다.
또한, 파병부대의 구성이 재건지원 위주 원칙에서 전투부대 중심으로 바뀐 것에 대해, 특전사가 우수한 작전 능력을 가진 부대라서 뽑은거지 전투 잘하라고 뽑은 게 아니라면서 “한국군이 가서 전투할 곳이 없으며 전투할 상대도 없다. 방어가 중요하다. 이른바 전투는 없을 것이다”고 못박아 ‘한국군 대 이라크 저항세력’ 간의 전투가능성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 “시간을 끌기보다는 용산을 하루빨리 반환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전비용 3조~5조원을 “부담할 것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노 대통령은 윤영관 외교부 장관과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의 경질 등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서도 그 경위를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다음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노 대통령과 <한겨레 21>과의 인터뷰 내용중에서 대북송금 특검 문제, 북핵문제와 2차 6자회담,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그리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 문제 등 외교안보와 관련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 외교안보 관련 인터뷰 주요 내용 |
대북송금 특검 문제 ▶ 질문 :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 특검을 수용한 지가 1년이 되어간다. 당시 나름의 불가피성도 있었겠지만, 특검 시행에 따른 정치·사회적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당시의 고민은? ▶ 대통령 :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피해가지 못했을 것이다. 대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표출된 모든 여론의 요구는 특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일 특검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러 편법과 문제된 사실들이 끊임없이 설이나 단서로 공개되고, 국회와 언론이 온갖 추측들을 제기했을 것이다. 이로 인한 갈등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나로서는 거부할 수 없었다. 이젠 누구도 진실을 일시적으로 덮을진 몰라도 아예 피해갈 순 없는 시대이다.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의 양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원칙을 특검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푸는 기본 원칙으로 삼으려 한다. ▶ 질문 : 대북 비밀교섭 공간이란 게 본래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존중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 대통령 : 결과적으로 특검이 그 문제의 수위를 적절하게 잘 조절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저는 이 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북관계도 이것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하나도 없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이 수준이 있어 대개 두 가지(대북 교섭 취지와 편법 문제)를 잘 분리해서 보는 것 같다. 그 뒤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 질문 : 그러나 햇볕정책 또는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지지세력이 갈라짐으로써 동력이 떨어진 측면은 있지 않은가? ▶ 대통령 : 특검 수사 때문에 그런 갈등이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런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오히려 기본 입장에 차이가 있어서 거기에서 대북송금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생긴 것 아닌가. 또 하나의 측면은 추상적인 원칙과 목표를 주장하는 것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데 거기서 항상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좀더 빠른 속도의 진보, 좀더 선명한 민족 노선을 이야기하는 분들에게 정말 한번 일을 맡겨보았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자리를 바꿔놓아도 생길 것이다. 어쨌든 추상적 원칙을 추구해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학자·언론인·시민사회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실행해나가야 하는 정치 사이에는 언제나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 질문 :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어떤 취지 때문인가? ▶ 대통령 :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당시 문제된 것은 (송금 과정의) 편법적 처리가 위법이었다는 것 아니었나. 그러나 같은 위법이라도 개인적으로 치부를 하자는 욕심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출세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과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었다. 거꾸로 생각해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결과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 편법이 아니었다면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 아닌가. 동기의 순수성, 동기의 정당성 같은 것을 우리가 인정해줘야 하고 결과로서의 성과도 우리가 인정해나가야 큰 일들을 풀어나갈 수가 있다. 그래서 사후적으로라도 그런 과정(사면)을 통해서 국민적으로, 절차는 투명하고 정당하게 하기로 하되, 이와 같은 노력에 대해서는 평가를 해주는 의사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북핵 특사 역할 문제 ▶ 질문 :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북핵 특사 역할을 맡기자는 아이디어를 열린우리당에서 거론한 적이 있다. ▶ 대통령 : 아마 김대중 전 대통령께 여쭤보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 질문 : 물론 김 전 대통령쪽도 “우리 생각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이디어의 취지는 김 전 대통령의 경험과 상징성을 활용하자는 차원으로 보인다. ▶ 대통령 : 언제든지 그런 경우가 있으면 도움을 청하겠다. 문제는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분을 쓰기 위해서 억지로 일을 만든다고 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핵문제 및 베이징 2차 6자회담 ▶ 질문 :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문제의 해결 전망은? 대통령 임기 중에 해결될 수 있을지? ▶ 대통령 : 저는 단기적인 해결을 목표로 설정하지도 않는다. 또 언제 해결될지를 명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이번 베이징 2차 6자회담에서 그래도 조금 예측 가능한, 궤도 위에 올려놓으면 좋지만 그렇게까진 되진 못하고 차를 도로 위에 올려놓은 수준 정도가 된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안정된 운행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질문 : 대통령이 2차 6자회담에 앞서 낙관적인 해결 전망을 이야기한 적도 있다. 근거는 무엇이었나? ▶ 대통령 :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력이 낙관적 전망의 근거이다. 올바른 원칙 아래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해나가면 파멸적인 상황은 피하도록, 즉 북한과 미국 어느 쪽이든 파괴적인 상황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조정해나갈 수 있다. ▶ 질문 :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는 없나? ▶ 대통령 : 지금 주도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절히 관여하고 있다. 해결의 키는 북한과 미국이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궤도를 이탈해서 충돌해버리거나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해나가고 끊임없이 대화의 레일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며, 좀더 긴밀히 한발씩 접근하고 양보하도록 끌어가는 일은 한국이 하고 있다. 관리라는 측면에선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마지막 해결이라는 측면에선 결국 미국과 북한이다. 한국의 역할을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 질문 :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여는 방안은? ▶ 대통령 : 남북 정상회담은 지금 적절치 않다. 정상회담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에게 핵 문제는 남북간 비핵화 합의에 걸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미국과의 문제다. 미국도 남한의 의사 여하에 불구하고 미국의 독자적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유감스럽더라도 이 문제에 한국이 당사자라고 우기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당사자라고 해야 한국인의 자존심이 살겠지만, 한국이 주된 당사자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얘기다. 어쨌든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가이다. 또한 핵 문제에 관한 한 중국·러시아·미국 등 핵 강대국들이 세계 핵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이를 제어할 힘을 그 밖의 누구도 갖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국도 그럴 힘을 못 가지고 있다. 인정해야 한다. 그 질서 속에서 북·미간에 핵 문제를 갖고 밀고 당기고 있는데 왜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느냐고 자꾸 얘기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며 일만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그 문제를 정상회담으로 풀겠다고 하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다. 북한에게 이 문제는 생존 카드이다. 그 문제는 그렇게 딱 잘라 말씀드리겠다. 현실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낭만적 생각으로 외교를 풀어가면 그야말로 위험에 빠진다.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 ▶ 질문 : 지난 1년간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노무현 독트린’이라고 할 만한 일관된 정책 기조는 무엇인가? ▶ 대통령 : 원칙이 있는 현실주의, 또는 현실적인 조건과 결과를 존중하는 원칙주의, 이것이 지난 1년간 해왔던 외교의 원칙이다. 결코 미래에 대한 이상이나 지향 없이 현실과 편리한 대로 타협하지 않았다. 반드시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을 갖고 가지만 현실적 조건을 존중하면서 가능한 일을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간다. 그것이 대체로 지금 상황에서 안정된 관리이자 안정된 진보라고 생각한다. ▶ 질문 : 윤영관 외교부 장관을 교체할 무렵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외교부 일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자주적 외교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임자에 비해 자주외교와 덜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는 반기문 장관이 후임으로 기용되었다. ▶ 대통령 : 윤영관 장관의 도중 하차는 본인의 잘못이 없는 우연한 사고로 본인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서는 큰 원칙에서 논의하며 결정이 되면 그 틀이 유지된다. 그러나 대통령과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실무적이고 세부적인 것까지 결정되진 않는 법이다. 그러다보니 실무적 차원의 약간씩의 차이에서 비롯해 (부처·기관간의) 주도권이나 감정적인 충돌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가 외교부 공무원들이 술자리, 밥자리에서 대통령을 비방하게 된 것 같다. 그러한 사고였다. 대통령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언론에 노출되면서 어쩔 도리 없이 정리하게 됐다. 청와대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대통령에 대해 불손이나 무례를,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범했다고 갈 건지(편집자=공직 윤리 문제), 아니면 이것이 언론에 표출되는 과정에서 그런 불만(편집자=외교노선 문제)이 있었다고 할지를 놓고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으냐를 고심했다. 그런데 어느 쪽도 다 문제가 있어서 (뚜렷하게 문제의 성격 규정에 관한) 정리가 잘 안 됐고, 발표도 정리가 잘 안 된 경우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인사수석의 발표가 사실에 가까운 발표라고도 볼 수 있다. 큰 틀에서의 노선 충돌이 아니라 실무적인 미묘한 차이라고 한 것이니까. 그래서 (정 수석의 발표가) 사실에 가깝게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국정원 개혁문제 ▶ 질문 : 최근 국정원 서동만 기조실장이 교체되면서 국정원 개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 대통령 : 저는 고영구 원장이 잘할 거라고 본다.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고 원장과 서 실장 사이에) 약간의 의견 대립이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원장 중심으로 힘을 모아줘야 된다. 그것으로 인해서 국정원 전체의 개혁 방향이나 속도에 크게 영향은 안 받을 것이다. 국정원은 급진적 개혁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고영구 속도로 맡겨두면 될 것이다. 당장 잘하고 있으며, 당장 국정원에서 크게 무슨 이념 사건을 새롭게 일으킬 일도 아닌 것 같다. ▶ 질문 : 국정원 개혁의 성과를 어떻게 보고 있나? ▶ 대통령 : 정치 개입은 완전히 없어졌다. 앞으로 국정원이 해야 될 일은 가끔 지역에서 토착세력과 유착한다는 의심을 받았는데 그것을 잘 해소해야 한다. 다음에는 과거에 묻혀져 있는 비밀들을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민들 앞에 공개할 것은 하는 일이다. 그 다음에 냉전적 시각을 불식시켜나가는 일들이 개혁의 과제이다. 나머지 일은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산업기술 보안, 국가 기간통신망, 인터넷 보호 기능들, 그리고 각종 테러정보 제공 등은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몇 가지 개혁 과제는 서둘러 할 것은 아니며 차근차근 제 임기 중에 마무리해갈 것이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 질문 :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7일 종교·시민단체 대표자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18일 국가안보회의에서 추가파병을 처음 논의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처럼 설명했다가 다음날 파병 원칙을 전격 발표했다. 10월20일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날 일정을 의식한 결과 아니냐는 궁금증이 나왔다. ▶ 대통령 : 그때 원로들을 초청할 때는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만 시기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리는 바람에 조급한 일정이 되어버렸다. 좀 여유를 두고 자문을 구하려고 초청하려 했는데, 어떻게 진행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다급하게 돼버렸다. APEC 이전에 발표한 것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서 협의하고 돌아와서 발표하는 방법, 만나서 그 자리에서 전달하고 발표하는 방법, 미리 발표하는 방법 등 3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당시는 발표를 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제가 판단했다. (그 결과) 실제로 APEC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정상의 공동 보도문이 그 시기 이전의 여러 가지 다른 상황보다는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표현이 들어갔다. 직접적인 교환 조건은 될 수 없는 일이지만 상호간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 물론 (파병을)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그때 된 것이었다. 국민들의 의견 중간치가 어느 정도 모아졌고, 애매하지만 유엔 결의도 있던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시점을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 질문 : 파병부대의 구성이 전투부대 중심이어서 애초 정부가 표방한 재건지원 위주라는 원칙이 퇴색했다는 시각도 있다. ▶ 대통령 : 보통 특전사라고 하면 공격기능 중심의 전투부대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갖고 있는 군부대 중에서 우수한 민사작전 능력을 가진 부대가 특전사이다. 그래서 특전사가 된 것이지 전투 잘하라고 특전사를 뽑은 게 아니다. 한국군이 가서 전투할 곳이 없으며 전투할 상대도 없다. 방어가 중요하다. 이른바 전투는 없을 것이다. 전투병을 보내서 전투를 한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파병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 의지도 분명하고, 전투에 휩쓸려 들어갈 상황도 아니다. 분명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잘 통제할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 문제 ▶ 질문 :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최초 한국쪽 요청으로 시작됐으니 한국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해외 미군 운영전략 변경 때문에 이전 논의가 가속화됐다. 사정 변경의 원칙에 따라 비용분담 비율을 재조정할 수는 없나? ▶ 대통령 : 한국쪽의 요구냐 미국쪽의 필요에 따른 것이냐가 논란거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90년 이래 한국쪽의 요구로 이 문제에 관한 합의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확인해왔다. 미국쪽의 필요는 최근에 새롭게 발생한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에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합의를 전면적으로 뒤집고 새로 하자고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 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돈도 안 들고 기지 이전도 하면 좋겠지만, 돈이 어떻고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용산을 하루빨리 반환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시 협상하자고 해봐야) 오랫동안 옥신각신할 것이며, 그런다고 우리 뜻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뭔가 빨리빨리 진행되길, 그때그때 하나하나 정리되길 바란다. 최선을 다해 협상하되 기본적으로는 원만하게 지체시키지 말고 처리하자는 생각이다. ▶ 질문 :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이 3조~5조원에 이를 텐데. ▶ 대통령 : 부담할 것은 해야 한다. 그게 결과적으로 경제적일 것이다. 용산 땅을 돌려받고, 우리 국민들 모두가 함께 기쁘고 자랑스러워할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