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라인 전면 교체, 자주외교 미지수

2004-01-30     송정미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취임 11개월여 만에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전격 교체해 이에 대한 배경과 파장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폄하 발언'과 관련, 윤영관 외교부 장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반기문 외교보좌관을 기용한데 이어 라종일 안보보좌관과 김희상 국방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권진호(63세) 전 국정원 1차장과 윤광웅(62세) 비상기획위원장을 각각 임명, 안보정책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전격 인사는 외교부 직원의 '대통령 폄하발언'을 계기로 정부 내 '자주파'로 불리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한미동맹파'간의 이라크 파병, 자주외교 노선, 용산기지 이전 등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정리하고자 한 조치이라는 것이 일반적이 해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14일 연두 기자회견과 27일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올해의 안보정책으로 자주국방과 남북경협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새로 임명된 권진호 안보보좌관은 육군준장 출신이고 윤광웅 국방보좌관은 해군중장 출신 으로 모두 군 출신이라는 점은 이번 인사가 올해의 정부 정책 구상 중 '자주국방'을 강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은 육사(19기) 출신으로 안전대책 본부장, 국정원 1차장, 정보사령관, 32사단장, 주 프랑스 국방무관을 거쳤으며, 전략정보 분야에 해박하고 추진력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윤광웅 국방보좌관은 해사(20기) 출신으로 해군 참모차장, 해군 작전사령관, 국방부 획득개발국장, 합참 국제기획단 부단장 겸 전력평가부장을 거쳤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권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기용 배경에 대해 "국방 외교 통일문제에 대한 종합적 식견과 빠른 상황판단능력을 통대로 대통령을 차질 없이 보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윤 신임 국방보좌관에 대해 "급변하는 안보상황과 미래 전략 환경에 대한 대응, 한미간 공고한 방위체제 유지 등 국방 관련 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잘 보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번 인사는 이종석 차장을 주축으로 한 NSC의 역할과 기능의 확대 내지는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며 특히 남북경협을 통한 남북관계 내실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새로이 구성된 안보라인의 인사가 이전과 질적인 차이가 없으며, 군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로 안보정책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라종일 전 보좌관은 러시아 또는 중국 대사로, 김희상 전 보좌관은 국방관련 연구소 쪽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자주국방', '자주외교'가 얼마나 실현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반기문 전 외교보좌관은 외교부 장관으로 재기용됐으며, 위성락 전 외교부 북미국장이 NSC에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