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丁통일과 北 변화론

2004-01-05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이 지난 해에 이어 새 해 들어서도 '북한의 변화'라는 화두를 일관되게 역설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의 주장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이 변화에 들어섰으며 그것은 상징적 수준을 넘어 '의미있는' 변화이며, 앞으로 체제변화와 남북관계 전반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칠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구랍 31일 한 해를 정리하는 종무식 인사말을 통해서도 정 장관은 그런 내용을 재차 강조한 뒤 "이제 북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슈가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의 변화'라는 화두가 그의 신년사에 이르러서는 '북한의 안정적 변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인상이다.

2004년에도 북한의 지속적인 변화가 예상되니, 남측은 '북한의 안정적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그의 메시지이다.

그는 "올해 북한은 핵문제로 인한 위기감에서 체제안전에 주력하면서 주민생활의 안정과 경제회생을 위한 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도록 지속적이고 일관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9일로 취임한지 만 2년을 채우는 정 장관은 공개된 자리든 비공개된 자리든, 기회만 있으면 이같은 북한의 변화론을 역설하고 다니고 있다.

이를 두고 통일부 안팎에서는 최근 북한이 보여주는 변화를 '무의미'하다고 보고 북한 붕괴 등 대북 강경책을 희망하는 부시 미 행정부내 신보수 강경론자들과 국 내 수구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이 작년 12월 4일 주례 브리핑에서 황장엽(黃長燁) 전 노동당 비서가 대 북 인권단체 주최 강연에서 북한의 변화를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작심하고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선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특히 작년 8월이후 6자회담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고 머지 않아 제2차 회담 개 최가 예상되는 아주 민감한 상황에서 북한의 변화 의미를 역설함으로써 핵 문제를 위한 대화 모멘텀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도 엿보이고 있다.

그리고 남북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정 장관이 북한의 변화를 '의미있다'고 평가하고 국내외에 설파하는 것 자체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북한이 '근본적 변화'로 다가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원려'(遠慮)도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무식 인사말을 통해 정 장관이 "아쉬운 것은 북한이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