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사업 좌초 위기와 북한
2001-01-31 연합뉴스
과거에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강원도 동해항에서 첫 배가 출항한 지 이틀만인 지난 98년 11월 20일 새벽 북한 간첩선이 강화도 근해에 출몰, 일부에서 `동해에서는 관광선이 서해에서는 간첩선이 오간다`는 등 관광 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다.
지난 99년 6월과 지난해 1월에는 관광객 억류사건이 발생, `돈 주고 뺨맞는 관광`이라는 거센 비판을 불러 일으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관광사업은 계속 진행돼 왔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월 1천 200만 달러의 현찰을 손에 쥐게 된다.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올리는 1년 수입은 20억 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연간 무역고에 비춰 볼 때 막대한 액수이다. 북측은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속시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방문 수행인사 가운데는 예상 외로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포함되지 않았다.
김 비서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의 위원장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의 북측 책임자이다. 김 총비서의 방중이라는 중요한 행사도 제쳐놓은채 평양에 남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좌초 위기에 몰린 금강산 관광사업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편 현대 아산의 김윤규 사장은 지난 18일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20일 돌아왔다.
김 사장은 `이번 방문에서 평양방문은 물론 특별히 주목받는 인물과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김 비서가 현대측과 협상을 진두지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현대측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해부터 이번까지 세 차례 열린 적십자 회담 장소를 금강산으로 정하고 이산가족 면회소 역시 금강산에 설치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든 금강산을 찾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현대측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또 현대측에 개성공단 개발권을 넘겨 주었다. 금강산에서 잃은 돈을 개성에서 벌충하길 바라는 북측 기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측이 30일 오후 일방적으로 한달 지급금액의 절반인 600만 달러만을 송금했는데도 북측에서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측이 현대측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일단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과 거의 때를 같이해 좌초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측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북한으로 유입되는 거액의 현금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 조사국 한반도 전문가 래리 닉시 박사는 지난해 12월 1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게 될 경우 `세 가지 분야에서만큼은 김대중 정부에 긴밀한 협의를 요구할 것`이라면서 첫번째로 `북한에 현금을 지불하는 형식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사전협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의 현대가 막대한 달러를 북한에 주고 추진 중인 금강산 관광사업이 단적인 예`라며 `내가 알기로는 주한미군 당국이 1년전 쯤 현대측 관계자들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북한에 대한 현금지불이 결과적으로 북한이 무기구입에 쓸 수 있도록 도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닉시 박사는 지난 3일에도 같은 방송에 출연 `북한이 군사적 분야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관한 한 부시 행정부는 남한 정부에 대해 자제하도록 권고할 것`이라면서 `현대가 벌여온 금강산 관광사업이 단적인 예`라고 거듭 지적했다.(연합뉴스 정일용기자 200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