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에 한몫하는 `춘향전'
2001-01-19 연합뉴스
이번에 합동공연될 북한의 `춘향전`은 지난 88년 김정일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민족가극`이라는 이름으로 재창작됐다. `민족가극`이라는 이름은 김 총비서가 당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주창하면서 `민족적 형식을 바탕으로 현대적 미감에 맞는 작품을 창작할 것`을 지시하면서 붙여진 것이다. 재창작의 주된 원칙으로는 `현대적인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각색하되 빈부의 차이와 신분적인 귀천이 존재하는 낡은 착취사회 신분제도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을 삼았다.
김정일 총비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춘향전`을 보고 미학적인 면에서 뿐만아니라 고전작품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또 이 `춘향전`을 모델로 해서 고전을 현대화할 것을 지시했고 이로부터 `심청전` `박씨부인전` 등도 민족가극의 형태로 재창작됐다.
노래와 무용의 흐름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이 작품에서 특히 `탈춤` `한삼춤` `패랭이춤` `과일 다반춤`은 성과작으로 평가받고있다. 이 가극의 극본은 월북작가인 조영출 (93년5월 사망)씨가, 노래는 이산가족 작곡가인 신영철(75세)씨의 작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이 공로로 지난 89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이번에 남북 합동으로 공연되는 민족가극 `춘향전`은 남북간 공연물 교류에도 한몫을 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피바다` `꽃파는 처녀` 등 혁명가극이 사상성의 이유로 아직 남한 사람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춘향전`은 이 문제와는 거리가 먼데다 남북 모두에서 민족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민족가극 `춘향전`이 나온 직후 남한의 공연전문가들이 `김정일 총비서가 남한과의 공연물 교류에 대비키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해석을 내린 것도 여기서 연유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8월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에 이 `춘향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지난 88년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북한내에서만 4백여차례 공연돼 `혁명가극`과 함께 북한을 대표하는 공연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 최척호기자 200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