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분야별 대남제의 내용
2001-01-11 연합뉴스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정부, 정당, 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된 `우리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2001년 대회`에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보고를 통해 통일방안, 인도적 문제, 경제협력 등 분야별로 제의 내용을 밝혔다.
이 가운데는 자주적 통일 원칙, 연방제 통일, 북한으로 오길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의 송환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도 있지만 정치인 간 접촉 활성화, `민족통일 촉진운동기간 설정` 등 새로운 내용도 있다.
△외세와 공조 대신 `민족공조` 촉구 = 북한은 이번에 `동족 공조`, `민족 공조`라는 용어를 등장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채택된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외세와의 공조를 배격하고 민족공조로 통일문제를 우리민족 자체의 힘에 의거하여 해결해 나가자`고 촉구했으며 양 부위원장도 `(남한의) 당국과 정치인들은 민족자주 의식에 투철해야 하며 외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민족 자체의 힘에 의거하고 외세와의 공조가 아니라 동족과 공조하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민족공조` 강조는 현재도 계속 가동되고 있는 한.미.일 3국공조와 충돌을 빚을 것이 분명해 앞으로 남북 간에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양 부위원장은 `안보라는 명목 밑에 동족을 겨냥하여 외세와의 군사적 공조를 추구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을 남에게 내맡기고 동족과 대결하자는 것이지 민족끼리 힘을 합쳐 서로 문제를 풀려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변하는 현실을 보지않고 오늘날에 와서까지 구시대의 안보론을 내들고 동족을 주적으로 간주하며 보안법과 같은 낡은 유물에 매달리는 것은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주적 통일과 민족 대단결을 위해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보는 안보관의 근본적인 변화, 국가보안법 철폐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신년 벽두부터 전체 주민들에게 21세기 새로운 세기에 맞는 근본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대남관계에서도 낡은 관습과 유물을 털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유의해 볼 대목이다.
`낡은 관습과 유물을 대담하게 털어버려야 한다`는 슬로건이 `구시대의 안보론`, `보안법과 같은 낡은 유물` 등의 표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부위원장은 `오늘이야말로 북남관계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측은 앞으로 대내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서도 `근본적 혁신`을 일으킬 것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고 우선적으로 동족을 적으로 규정한 남측의 법과 제도의 폐기를 겨냥할 수 있다.
△연방제 안과 연합제 안의 공통성 추구 = 양 부위원장은 6.15 공동선언에 명시된 대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과 남측의 `연합제 안`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과 남은 현존하는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이 `연방 연합 방식`이야말로 나라의 통일문제를 평화적으로 가장 빨리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옳은 길`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종래부터 고수해 온 연방제 통일방식을 앞으로도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지만 `연방 연합 방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를 거의 동일시하는 인식을 보여줌과 동시에 남측 연합제 안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북측은 `연방 연합 방식이 유일하게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양측이 향후 공통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북측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주의적 사안 = 북측은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생사 및 주소 확인, 서신거래, 면회소 설치, 제3차 적십자 회담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선결문제로 내세우고 있는 점은 걸리는 대목이다. 양 부위원장은 `남조선에 아직 남아 있는 비전향장기수들을 마저 송환하는 것은 선차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절박한 인도주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측은 지난해 9월 이뤄진 비전향장기수 63명의 송환을 전후해 북한으로 오길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들을 모두 돌려보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북측은 이른바 `전향 장기수`도 전력을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장기수 가족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례 등으로 볼 때 북측은 앞으로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있어 `장기수 송환`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방면의 교류협력 문제 = 경제협력을 비롯, 사회 각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적극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 가운데서도 경제협력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양 부위원장은 `북과 남이 이미 합의한 전력협력과 철도와 도로 연결, 임진강 유역 수해방지 사업 등 당면한 경제협력 문제들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미 남조선 어민들에게 우리의 동해어장 일부를 제공하기로 하였으며 이것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에 대한 북측 입장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영공리를 도모하는 원칙 아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퍼 주기만 한다`는 남측 일부의 비판적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여타 분야의 협력사업도 적극 벌여 `민족의 주체성과 단일민족으로서의 우수성을 내외에 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통일 촉진운동 기간 설정 = 21세기의 첫 해인 올해를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해`로 정하자면서 남북 공동선언 발표 1주년이 되는 6월 15일부터 8.15 광복절까지를 `6.15-8.15 민족통일 촉진운동기간`으로 설정할 것을 제의했다.
촉진운동기간에 조국통일 운동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킴으로써 조국통일 의지와 단합된 모습을 내외에 과시하고 21세기 첫 광복절을 `전민족적인 통일대축전`으로 장식하자고 호소했다.
이 제의가 받아들여진다면 오는 6월 15일부터 2개월 간은 한반도 전역에 `통일 열풍`이 불어닥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당기념행사를 계기로 이뤄진 민간교류처럼 `정치성` 시비를 낳을 소지가 적기 때문에 남측으로서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2000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