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북,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의 의미
2001-01-11 박희진기자
북한은 10일 평양에서 정부 정당 각계인사들과 함께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2001년 대회`를 개최하고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호소문은 `6.15공동선언의 철저한 구현`과 이를 위한 `6.15-8.15 민족통일촉진 운동기간`을 정해 전민족적인 통일대축전을 열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호소문에 의하면 이 대회에서는 조국통일의 획기적 국면을 열어나가기 위한 중대한 대책을 토의하였다고 전하며, 조국통일 3대 원칙에 기초하고 있는 6.15공동선언의 철저한 구현을 강조하였다.
6.15공동선언에 기초하여 철저히 구현되어야하는 내용으로는 ▲외세와의 공조를 배격하고 민족공조를 통한 통일문제해결 ▲연방제 통일 ▲민족대단결 정신에 기초한 상호교류와 신뢰회복 ▲이산가족 및 송환되지 못한 비전향장기수를 위한 적십자회담의 조속한 속개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의 활성화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미 합의된 남북간의 협력과 교류의 시간표를 적극 실현하자고 했다.
지난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 북측의 6.15공동선언에 대한 이행 강조는 계속되어 온 것이지만 특별히 올 해초 대회를 열어 이와 같은 대남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몇가지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가장 큰 의미를 갖는 것은 6.15공동선언 이행의 구체적 실천 방법으로 제시한 `6.15-8.15민족통일촉진 운동기간` 설정과 광복절에 통일대축전을 갖자는 제안이다.
이것은 새해들어 강조하고 있는 북측의 21세기의 신사고 운동의 한 단면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매우 적극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사상관점과 사고방식, 투쟁기풍과 일본새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이룩해 나가자`고 한 바 있다.
이날 대회에서도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보고를 통해 `우리는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를 가림이 없이 애국애족의 입장에서 북남 공동선언을 지지하고 이행하려는 사람이라면 남조선의 그 누구와도 접촉하고 대화하며 서로 힘을 합쳐 나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북한에서 강조하고 있는 새 세기에 걸맞는 혁신적인 안목과 기발한 착상, 진취적인 사업기풍을 남북관계에 도입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전면적으로 나서겠다는 새로운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제의해왔던 사회단체 및 제정당과의 연석회의나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의 민간단체가 벌여왔던 범민족대회와 같이 범주를 국한시킨 사업이 아니라,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가치에 걸맞는 `거족적 통일애국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적극적 의미인 것이다.
물론 연방제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와 송환되지 못한 비전향장기수의 문제 등은 이 호소문이 남한내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투명하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을 낳는 대목이다.
따라서 호소문은 역으로 6.15공동선언이 남북관계의 이정표로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보다 분명한 쐐기를 박아두겠다는 의지의 표현도 담고 있다 하겠다.
최근 남쪽에서 6.15공동선언의 문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실과 6.15공동선언과는 무관하게 잔존하고있는 대북강경입장 등에 대해 6.15공동선언을 중심으로 분명한 경계선을 그으려는 의미인 것이다.
6.15공동선언의 이행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대북불신에 대해서는 `서로 오고 가고 만나 오해와 불신을 가시`며 `소속과 처지의 차이를 뛰어넘어`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6.15공동선언의 2항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이 있다`고 합의문에 대한 남측의 논란에 대해서는 북측은 연방제 방식에 의한 통일을 강조하며 그 적합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밖에도 호소문은 외세와의 공조를 배격하고 민족공조를 강조하였는데, 이는 남북문제를 푸는 또 하나의 축인 북미관계의 일시적 정체 및 난관에 맞서 지속성이 가능한 남북관계를 일정한 반열에 올리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명분은 6.15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이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에 대한 평가와 그 실천의지에 대한 남쪽의 태도는 현상적으로는 동일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다소 복잡하다.
일단 정부 당국자는 10일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2001년 대회`와 관련, `화해협력시대에 맞춰 북측이 새로운 형태로 대남 제의를 한 것으로 본다`고 밝히며 `남북간 화해협력 기조의 지속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명분에 있어서는 남과 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을 철저히 구현하자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지만, 이와 같은 북측의 제의를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을지는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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