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지금은 통일할 때 아니다"

2000-12-11     연합뉴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0일 "지금은 통일할 때가 아니며 지금 통일한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북한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중인 김 대통령은 이날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처럼 밝히고 "남북간 대화가 이제 시작된 만큼 남북관계의 역행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국내 정치 문제에 언급,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 문제는 본인이 주도하지 않았으며 박 전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건의해 동의했다"면서 "기념관이 건립되면 잘한 것, 못한 것 모두 전시될 뿐만 아니라 결코 찬양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통령의 회견내용 요지.

--마틴 루터 킹 목사, 헨리 키신저 미국 전국무장관 등과 같은 반열에서 평화상을 수상한 소감은.

▲같은 반열에서 수상한 것은 큰 영광이다. 그 분들만큼 위대하진 못하지만 인권,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

--왜 그들만큼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일을 진행중에 있으므로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본인의 지난 40년간 반체제 활동의 정점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소원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이며 북한과 동족간의 통일이다. 남북간에 평화를 위한 대화가 시작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평양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릴 때 소감은.

▲무엇을 논의할 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측에서 여러차레 요청했으나 북측에서 수용하지 않아 준비가 안된 상태여서 여러 걱정이 됐다. 그러나 70세가 넘어 북쪽 땅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땅에 엎드려 입맞춤하고 싶은 감격을 느꼈다. 김 위원장이 나올 지 전혀 몰랐는데 날 기다리고 있어 놀랐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위험이었나.

▲50년만에 만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동의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얘기를 들으면 상대방은 나의 진심을 알 것이며 나도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김 위원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나.

▲우리는 9시간 대화했다. 다행히도 김 위원장은 내 말을 알아들었고 총명했으며 내 말에 납득이 가면 받아들였다.

--어떤 함정이나 배반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있었다. 그러나 안만나는 것보다 만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북한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지시하는 체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내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갔다.

--남한, 북한, 미국의 정당성, 주권 등과 관련된 사안들을 논의하면서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납득했는가.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했다. 북한은 적화통일을 생각하지 않고 남한은 흡수통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남북간의 좋은 관계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간 관계도 중요하다고 했다. 경제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북한에 이를 권고하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의제에 통일도 있었나.

▲지금은 통일할 때가 아니다. 지금 통일을 한다해도 경제적으로 북한을 감당하지 못한다. 경제문제가 해결된다해도 50년간 우리는 서로 적대시하고 불신하고 증오했다. 그렇게까지 오래가 아니었던 동서독도 갈등이 심하다. 따라서 통일은 때가 아니다. 우선 평화공존 및 평화적 교류와 협력이 필요할 때다. 20-30년 걸려도 서로가 안심할 때 통일하자는 의견에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

--4-5회 중요한 순간에 대화가 결렬됐다는데 위기가 온 것을 느끼지 않았나.

▲북한의 연방제와 관련해 대화가 막힌 적이 있고 남한이 자주적이지 못하고 미국에 종속돼 있다고 주장할 때 상당히 어려웠다. 이 때 `아다시피 나는 당신과 직접 협력해 평양에 왔지 미국의 지시를 받고 오지 않았다. 따라서 남한은 자주적이다`고 말하자 상대방도 이해했다.

--남북관계의 역행가능성은.

▲역행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사실 평화대화는 이제 시작된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국방장관 회담에서 절대 무력 사용을 피하자는 대화가 있었으나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평화는 이제 시작일 뿐 완료되지 않았다. 따라서 평화 협력추진, 미북 미사일 문제 해결을 통한 관계개선을 해야 하며 경제, 이산가족, 사회.문화 등의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은 왜 사면했는가.

▲전 전대통령의 독재를 용서한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을 용서한 것이다. 우리는 용서를 통해 화해했고 좋은 관계로 살고 있다. 그러나 군사쿠데타는 시인도 용서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것은 잘못이라 생각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 전총리는 61년 쿠데타를 주도했는데 그와 연합한 이유는.

▲그런 관계가 있었지만 정치에 있어서는 같은 야당으로 협력한 것이다. 지난 대선때 그가 이끄는 당이 나를 지지해 당선됐다. 또 민주주의 실천 및 남북관계 추진에 있어 그가 나를 지지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도 한국에는 정치범이 있다고 하는데.

▲정치범중 일부는 폭력범도 있다. 노동자는 석방했고 나머지도 석방했으며 복권도 했다. 장기수도 북한에 보냈다. 실정법을 어길 경우 어느 나라나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인권에 대한 기준이 타협한 것은 아닌가.

▲타협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시위, 집회, 파업을 허용했다. 불법노조도 합법화했다. 10년간 불법화했던 교원노조도 합법화했다. 따라서 타협이 아니다. (연합 200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