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희 할머니 등 평양서 `생일상' 받아

2000-12-02     연합뉴스
`어머니 환갑, 진갑, 팔갑상도 못해드렸는데 백돌상을 올립니다.` 남측 방문단원 중 최고령자인 유두희(柳斗熙.100.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할머니가 1일 평양 고려호텔 공동오찬장에서 `백돌상`을 받았다.

비록 평양땅에서 마련된 상이지만 50년만에 만난 아들 신동길(75)씨가 마련한 백돌 생일상이라는 것 때문에 유 할머니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꿈에 그리던 아들로부터 백돌상과 큰 절을 받으면서 할머니는 연방 고개를 흔들었다. 정정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몸이 불편한 유 할머니는 100세의 나이를 속일 수 없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지만 금방 입을 열지 못했다.

`어머니 기쁘지요`를 연발하는 아들 신씨에게 유 할머니는 입을 겨우 열었다. `정말 기뻐. 이제 한을 실컷 풀었어`라면서 칠순이 넘은 아들의 등을 다독거렸다.

옆에서 할머니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북측 안내원이 할머니 심정을 대신 전했다. 평양 체류기간 할머니를 줄곧 보살피고 있는 북측 안내원이다.

그녀는 `어제 아들을 만나기 전까지도 말씀을 못하시던 할머니가 순간 입을 열더라`며 `할머니는 줄곧 죽어도 한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전했다.

이날 백돌상을 받는 유 할머니 주변에는 남북적 관계자와 취재진 등이 몰려 할머니와 신씨의 정감어린 모습을 지켜보고 축하를 보냈다.

아들과 며느리 리화순(66)씨는 인삼술로 축하주를 올렸고 할머니의 식사를 옆자리에서 챙겨주기도 했다.

백돌상에는 통닭구이와 롤케익, 절편, 돼지갈비, 순대, 계란, 사탕 등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백돌상을 차려드린 후 신씨는 감회에 젖은 듯 어릴적 유 할머니를 회상했다.

`그때는 생활이 어려워서 어머니가 나를 이고 장에 가고 남의 집 곁방살이를 하면서 어렵게 살았다`며 `이제는 남쪽의 동생이 잘 살고 있다고 하니 안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눈시울이 붉어진 신씨는 `통일이 돼서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어야 하는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1일 고려호텔에서 열린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공동오찬에서는 80세인 권오술(權午戌.경북 영덕군 영해면)씨도 50년만에 만난 딸 원희(66)씨로부터 80돌을 기념하는 잔칫상을 받았다.

거동이 불편한 권씨가 오찬장에 도착한 후 안내원들의 부축을 받아가면서 자리에 앉자 딸 원희씨는 `아버지, 8갑상 받으시라요`라면서 술잔을 건네서 잔을 권씨 입으로 가져갔다.

원희씨는 또 `장군님의 배려로 마련한 옷감`이라며 옷감도 선물했다.

그러나 노환으로 말을 못하는 권씨는 잔칫상을 받으면서도 별다른 소감을 밝히지 못한 채 주위를 둘러보기만 할 뿐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연합20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