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두 상봉
2000-12-01 김명숙 기자
1일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서울 방문단 숙소에서는 개별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5일 1차 상봉이 무산된 임정식(70)씨가 동생 현식(68)씨를 만나 뜨거운 상봉장면이 연출됐다.
정식씨는 동생을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 봤다며 "매일 정한수를 떠놓고 너를 위해 기도 드린 어머님의 정성이 이렇게 너를 만나게 하는구나"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정식씨는 지난 7월부터 동생에게 보여줄 고향 마을과 가족들을 사진으로 찍어 앨범을 만들어 선물했다.
지난 밤 가족을 만난 기쁨에 `조국찬가`라는 시를 써 가족에게 낭송한 북측의 최병태(71)씨는 가족들에게 `경주최씨사전공파보권지천`이라고 적힌 족보 2권을 선물로 받아 최씨의 이름이 적혀 있는 곳을 펼쳐 보며 뿌리가 남아 있는 기분이 든다고 기뻐했다. 최씨는 아버지의 유품으로 그림 10여 점을 건네 받았다.
또한 지난 4년간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운보 김기창(88) 화백이 동생 기만(71)씨를 극적으로 만났다.
병실에 환자복 차림의 운보와 기만씨 형제는 두 손을 맞잡고 얼굴만 비볐다.
기만씨는 메모지에 `개선장군이 되어 왔습니다`라고 써 형 운보에게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 두 형제가 건강이 좋지 않은 관계로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검버섯이 핀 서로의 얼굴을 계속 쓰다듬으며 눈물만 흘렸다.
이어 운보는 가장 아끼는 `승무`라는 작품을 아들 완씨를 통해 기만씨에게 전달하고 동생은 운보에게 `태양을 따르는 한마음 2000`이라고 적힌 조선화를 형인 운보에게 선물했다.
병실을 나서는 기만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들 두 형제의 상봉 여부는 운보가 생사의 고비를 수 차례 넘길 만큼 위중한 상태인데다 형제간의 이별이 이념 차이에서 비롯돼 한국 분단사를 그대로 상징한다는데에 관심이 쏠려 있던 상태였다.
상봉이 끝난 후 상봉단은 롯데호텔 민속관을 둘러보고 통일부가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 만찬장에는 민주당의 유재건,김희선 의원과 한나라당 신경식,조웅식 의원, 박기륜(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등이 함께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