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잘라 붓을 만들어 시를 써
서울 상봉장 이모저모
2000-12-01 김명숙 기자
| 북측방문자 홍세환이 남쪽에 살아계신 어머님 박간례와 상봉하여 돌아가신 부친의 영정에 절을 올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 방문단은 5시 10분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8시 30분경 센트렐시티 6층 밀레니엄 홀에서 역사적인 단체 상봉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 헤어진 북측 방문단 리석균(72)씨는 남동생 석균(64)씨를 만나 어머니가 자신을 그리며 지은 시를 받았다. 동생 석균씨는 어머니가 북의 아들을 그리워하며 백발을 잘라 붓을 만들어 시를 썼다고 전했다. 이 어머니는 94년 기다리던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시를 지은 지 3년만에 사망했다. 가족들은 뒤늦게 어머니의 시를 묶어「내 울어 너 온다면」이란 시집을 발간했다.
김책공업대학 강좌당 하재경(65)씨를 만난 형 재인(74)씨는 동생을 보자 상봉 직전까지 느끼던 느낌과 달리 정말 아우 같은 느낌이 든다며 기뻐했다. 재경씨는 형을 보자마자 아버지와 형들의 안부를 묻고 목에 걸고 있던 박사휘장을 형에게 보이며 의학박사가 됐다고 안부를 전했다. 이에 대해 형 재인씨는 동생에게 과학용 전자계산기와 면도기를 선물했다. 또한 재인씨는 상봉장에서 남한에서 함께 대학을 다니던 친구 김응룡(76)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상봉단으로 온 김응룡씨는 두 남동생을 만나러 왔으며 남측 재학시절 세균학을 공부해 북한에서는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1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휠체어에 의지해 상봉장에 나온 안형원(81)씨는 50년 전에 헤어졌던 동생 필원(70)씨를 만났다. 경기도 용인이 고향인 필원씨는 서울의 한 제과점에 취직했다 전쟁이 나면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남측 방문자 김히락(69)씨는 조카 김창모씨에게 형님 주락(75)씨가 지난 11월 25일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주락씨는 1차 방문 때 동생 히락씨가 오지 못하자 그 충격으로 타계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서울 방문단은 서영훈 민주당 대표와 양영식 통일부 차관, 조영식(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회장과 한나라당 손희정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30일 밤 10시 한적 주최로 센트럴시티 5층 메이플 홀에서 환영만찬을 열 계획이다.
이 만찬에서 장정자(한적) 부총재는 이산가족 교환 상봉은 6.15공동선언의 구체적 실천이며 두 차례의 상봉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 상징적인 의미와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계기라고 말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위해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면회소 설치 등 이산가족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자는 주장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1일에는 오전 8시 식사를 마친 후 10시부터 롯데호텔 각자의 숙소에서 개별.비공개 상봉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