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은 '강요된 전쟁'에의 초대장이다
[기고] 장창준 / 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장, 평화너머 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거리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중동발 전운이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전직 고위 장교가 주일 미군기지가 이란 공격에 사용될 경우 일본을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 22일 이란은 4,000km 거리의 디에고 가르시아섬에 있는 미·영 연합 기지를 중거리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는 중동전쟁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며, 거리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란의 디에고 가르시아 공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거리 미사일의 도달 거리가 4,000km를 넘어섰다는 것은 유사시 파병된 우리 함정과 장병들이 이란의 직접적인 타격권 안에 무방비로 노출됨을 의미한다. 영국이 기지 사용을 허용하자마자 이란은 "영국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어서 가르시아 섬의 영국 기지를 공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에 군함을 파견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다. 동맹의 요구라는 명분 아래 우리 군대를 '미사일 표적판'으로 내몰 수는 없다.
'연루의 함정': 우발적 충돌이 불러올 전면전의 공포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파병된 우리 군함이 이란의 공격을 받는 시나리오다. 만약 우리 장병이 희생되거나 군함이 타격받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은 이란과 즉각적인 교전 상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동맹의 덫에 걸려 중동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좁은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한 우리 군함은 이란의 정밀 타격 능력 앞에 '움직이는 표적'이나 다름없다. 단 한 번의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이 대한민국을 중동발 대규모 전쟁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우리를 이란의 적대국 명단에 올리는 '강요된 전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실용 외교의 핵심은 자국민의 안전이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 외교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과 국민의 안전이다. 현재의 호르무즈는 단순한 해상 통행로가 아니라 '거대한 화약고'다.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파병을 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이란과의 외교적 관계를 파탄 내어 에너지 공급원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자해 행위가 될 뿐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이 나지 않게 혹은 전쟁에 연루되지 않게 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이다.
정부는 파병 불참을 결단하라
이란은 "아직은 일본이 적이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라며 외교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우리 역시 이란과의 외교적 통로를 유지하며 평화적 해결을 도모해야지, 총칼을 들고 화약고로 뛰어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군함이 이란의 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대한민국의 주권적 선택지는 사라지고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만 남게 된다.
호르무즈 파병은 국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명운을 도박판에 거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다. 정부는 '평화가 곧 국익'임을 명심하고, 파병 불참이라는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