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말고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트럼프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美연방대법원 판결로 대미투자합의는 무효"

2026-03-09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는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대미투자특별법'을 의결한 9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와 국민경제영향평가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내정간섭과 약탈적 관세협박을 규탄하고 경제주권을 수호하자고 결의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해 11월 14일 한국은 총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대미투자를 합의하고 미국과 '한미 정부간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0% 이상인 3,500억 달러(약 470조원) 규모의 '강요된' 투자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는 위법'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담기관(한미전략투자공사) 설치 △상업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투자원칙 확립 △미국 정부와의 협의 구조 제도화 △국회에 대한 보고·통제 장치 마련 등 체계적인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 입법 등 대미투자 이행절차를 예정대로 강행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첨단기술 공급망 안정, 그리고 해외 진출 기반 확대 등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큰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초유의 대규모 전략적 투자를 앞두고 이를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는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대미투자특별법'을 의결한 9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와 국민경제영향평가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내정간섭과 약탈적 관세협박을 규탄하고 경제주권을 수호하자고 결의했다.

여야 합의대로 오는 12일 본 회의에 상정돼 통과하면 특별법은 최종 의결된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정성희 자주연합 집행위원장, 이상규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집행위원장(왼쪽부터)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위법한 관세협박에 근거한 한미합의는 원천 무효 △대한민국 산업공동화를 부추기는 '대미투자특별법' 졸속 입법 시도 즉각 중지 △국민경제영향평가위원회 즉각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강도가 들이민 칼이 가짜로 밝혀졌는데, 알아서 금고 문을 열어주는 국가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라며, 지난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권한을 넘어선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결한 마당에 대한민국 국회가 '특별법'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맞장구를 치며 투항한 것이자 전 국민을 기만하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이 한국민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비호하기 위해 하원 청문회를 열고, 트럼프 행정부는 150일이면 시효가 만료되는 15% 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보복관세인 '슈퍼301조'를 빼든 것은 '주권국의 법질서를 짓밟고 관세로 협박하는 미국식 패권주의의 야만적 본질'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번 특별법은 대한민국을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을 다 죽어가는 미국기업 살리기에 사용될 우려가 매우 크다. 더불어, 천문학적인 자본의 해외유출은 필연적으로 국내투자를 위축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증발시키는 '산업공동화' 법안"이라며, 당장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묻지마 퍼주기식 특별법 통과가 아니라 굴욕적인 한미 합의가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에 미칠 파국적 영향을 먼저 조사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합동으로 '한미관세협상 국민경제영향평가위원회(가칭)'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천문학적 자본의 유출로 인해 산업공동화, 고용불안, 무역수지 악화 등 국민들이 겪게 될 구조적 피해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투자는 대한민국 국민의 피와 땀이다. 그 과실을 미국이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 국민과 국익을 위해 반대성명을 발표해도 부족할텐데 오히려 앞장서서 트럼프의 공갈에 굴복하여 법을 제정하려 한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왜 주권자님 대한국민의 동의없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초대형 대미투자 정책방향이 결정되어야 하는가?, 왜 대한민국의 막대한 국민자본이 국민경제와 국내 산업발전이 아닌 미국 투자에 사용되고 이를 법률로 보장해야 하는가?"라고 되묻고는 "미국 연방대법원마저 부당하다고 판단한 정책에 의해 강요된 합의를 대한민국이 선제적으로 법제화하는 것은 국제경제질서의 원칙인 공정한 경쟁과 투자의 자율성을 스스로 저버리는 굴욕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대미투자 관련 입법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국회 공청회와 국민적 공론 과정을 통해 투자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후에 국내 산업에 대한 투자확대와 상호 투자원칙을 기반으로 재협상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유럽이나 인도같은 나라에서는 그간 진행되던 대미 관세협상을 전면 중단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500조 규모의 막대한 돈을 퍼주려 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붕괴와 일자리 파괴, 경제주권을 유린하는, 이런 굴욕적인 '조공'과 다름없는 행태에는 정부 여당이나 국힘이나 어찌 이리 죽이 잘 맞느냐"고 개탄하고는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재명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인구 소멸 위기 10개 군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1년 예산이 고작 2,300억원이다. 전국 69개 시, 군의 모든 주민에게 한꺼번에 줘도 4조 9천억원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서 "1년에 약 30조에 가까운 돈을 미국에게 조공으로 바치지 말고 그 돈의 일부를 딱 떼어서 농어촌 기본소득 전면 실시, 농업 예산 5% 확대하면 소멸 위기의 농촌과 파산 위기의 농민들에게 작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국회의원은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인해 전 세계가 전쟁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의 외피를 쓰고 강탈을 하는 이 특별법을 우리가 먼저 통과시켜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진보당이 제안한 '정부와 국회가 함께 참여하는 한미관세협상 국민경제영향평가위원회'에 대해 언급했다.

"3,500억 달러는 약 460조원에 달하는 매우 큰 금액이다. 국민과 국가에 어던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특별법을 강행할 수는 없다"며, "국민들에게 더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