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국 자주 달성과 한미동맹문제
[연재] 주한미군 비밀작전 분석(8, 최종회) - 고승우
한미동맹은 수많은 분야에 걸쳐 미 국익을 실현할 장치가 만들어져 있고 대신 한국의 자주를 축소하고 봉쇄하고 있다. 이는 조약, 협정 등과 같은 다양한 한미 정부간 계약 형식의 틀로 강제해 놓아 한국이 수정, 또는 폐기를 요구할 여지를 최소화 했다.
미국이 한국에서 국가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동맹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협조한 한국의 카운터 파트너는 친미세력이었다. 그들은 미국이 남한에서 치외법권적 지위를 보장받게 만들어 일제치하의 군대를 연상케 하는 군사적 점령세력이 되게 만들었다.
주한미군 점령군 형식의 치외법권적 지위
미군정 하에서 남한의 지배계급으로 발탁된 친일세력은 친미로 변신해 미군이 점령군 형식의 치외법권적 지위로 남한에 영구주둔토록 합의해주고 민족자주나 외세 반대, 반미를 국가보안법으로 차단하면서 유무형의 일제 잔재를 온존시켰다. 반자주 세력은 윤석열 정권에 의해 다수 발탁되어 묻지 마 친미친일의 속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면서 국적 불명의 외세 지향주의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표출했다.
미국이 남한에서 군사적 식민지배 외세로 등장한 것은 국내에서 그에 협조, 동조한 세력의 존재 하에서 가능했다는 점은 자주의 달성에 필수적 고려 사항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준다. 오늘날 미국이 남한에서 점령국과 같은 지위를 보장받고 있는 것도 친미성향의 지배계급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친미세력은 미국이 남한에서 슈퍼 갑으로 군림할 수 있는 각종 조치와 공작에 협조하면서 미국의 위상을 견고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오늘날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은 지난 70여년간 주한미군의 작전, 행동, 기지 상황 등을 모두 비밀로 분류해 놓고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미본토 수호를 위한 세계전략을 수행케 하면서 이를 한국 국민이 모르게 만들고 있다. 한국민이 강대국간의 무력충돌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에 침묵하는 반헌법적 작태가 오늘날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북한의 침략성이라는 점만을 부각시켜 미군 주둔비 한국 부담 등을 강요하거나 남북한 간의 분단, 대립을 부추기는 심리전을 강화하면서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미국의 정신적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 동시에 한국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 반미인사는 공직사회에서 도태되게 만들어 미국이 반대하면 출세가 어렵다는 식의 비열한 분위기가 형성되게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절대 선이라거나 시혜자의 이미지를 굳히고 한국은 미국 없이 존재하기 어려운 듯한 논리를 한국 정치, 언론 등 지배계급을 통해 지속 양산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상대로 갖가지 방식의 교묘한 심리전을 펴 반미담론의 발생부터 차단하고 자주를 주장할 여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 유학, 연수, 관광 등과 같은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하는 시혜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 친미성향을 한국 사회에 유포시키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유무형의 미국 영향력 강화와 과시를 통해 동맹의 비대칭적 시스템을 고착시켜 자주와의 틈을 더욱 벌리려 하고 있다.
이상에서 간략히 살핀 바와 같이 후발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의 치밀한 동맹전략 때문에 한국 사회가 어떤 이론, 방식으로 자주를 달성할 것인가는 간단치 않다. 거리에서의 주한미군 철수 구호나 집회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범국가 차원의 협업으로 가능한 일이다. 지난한 대장정이 될 자주화 달성 과업은 전체 사회의 심도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국회가 법을 정하고 대통령이 자주를 선언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
일본이 을사늑약, 경술국치 등에 대해 국제법적 측면을 거론하며 오늘날에도 과거 청산을 거부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이라는 외세에서 벗어나 자주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기존의 조약, 협정과 같은 수많은 통제장치들을 걷어내야 할 것이다.
해방이후 한국 집권세력은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미 국익에 봉사하는 주한미군에 대해 모든 것을 비밀로 하자는 미국의 반 국제법적 요구에 동의해 역사와 민족의 대의를 저버린 정치를 해왔다. 그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통치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21세기 한국의 민주화 공간이 크게 확장됐지만 여의도 주류 정치 세력 등은 국민의 행복권, 알권리를 짓밟는 식으로 헌법을 위배하는 직무유기를 일상화하고 있다. 촛불, 빛의 혁명의 주체인,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이 여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외세에 의해 통제되는 반자주적 정치다. 이의 청산에 대한 지혜를 묻는 집단지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런 점을 전제로 자주 달성에 필요한 요인들이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자주의 개념
자주란 외교·군사·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국가의 중대한 선택이 외부 강압이나 암묵적 압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국민의 의사와 헌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를 뜻한다. 이는 동맹을 맺지 말자는 주장도, 국제 협력을 거부하자는 태도도 아니다. 오히려 자주는 동맹과 협력을 선택·조정·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주란 단순히 외세의 영향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국가는 다양한 형태의 상호의존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자주가 중요한 이유는, 그 상호의존 관계 속에서 최종적인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문제 때문이다. 자주는 과거의 민족주의적 구호가 아니라,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정치적·제도적인 필요조건이다.
오늘날 한미동맹은 점령-피점령 관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동맹을 비판하는 것이 곧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는 이분법은 사라져야 한다. 비정상적인 동맹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둘수록, 한국의 미래 선택지는 좁아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주를 기준으로 동맹을 재구성하려는 정치적 상상력과 실천이다. 그것이야말로 주권국가로서 한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자주와 동맹의 관계
자주가 결여된 국가는 동맹을 맺는 것이 아니라, 동맹에 묶이거나 그것에 구속되는 입장에 처한다. 반대로 자주가 확보된 국가는 동맹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필요할 경우 조건을 재설정할 수 있다.
동맹이 상호 동등한 대칭적 관계에 의해 이뤄질 때 서로 윈윈할 수 있다. 한쪽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경우 다른 한쪽은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주는 동맹의 대립 개념이 아니라, 건강한 동맹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이상과 같은 전제하에서 자주의 세 가지 차원은 아래와 같다.
- 정치적 자주: 대외정책과 국내정책의 방향을 국민주권과 헌정 질서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으로, 특정 강대국의 압력과 지원에 의해 정권의 존립이 좌우되는 구조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 군사적 자주: 전쟁과 평화, 작전계획과 무력 사용 여부를 자국 지휘체계와 법적 절차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상태로, 타국 군대의 주둔·지휘·정보 체계에 예속될 경우 크게 훼손된다. 나아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위배된다.
- 경제·사회적 자주: 통화·무역·산업 정책이 외채·투자·제재 등 외부 변수에 의해 사실상 강제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일정한 자율성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군사·정치적 자주를 뒷받침하거나 제약하는 기초가 된다.
한미동맹의 형성 배경
한미동맹은 1953년 정전협정 직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반으로, 냉전기 반공 전략과 동북아에서 미국 주도의 안보체제 구축이라는 맥락 속에서 형성되었다. 전쟁 직후 한국의 군사·경제적 취약성을 배경으로, 동맹은 대규모 군사·경제 지원과 함께 강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안보 제공자, 한국은 수혜자라는 위계적 구조가 제도화되었다.
한미동맹의 핵심 축인 주한미군은 한국 사회에서 ‘안보의 절대적 토대’로 인식되고 있다. 자주의 토대를 박탈하는 심각한 허위의식이라 하겠다. 더욱이 주한미군은 냉전기 이후 중국, 소련, 러시아를 상대로 미 본토 수호를 위한 세계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법에 의해 비밀로 분류되고 한국도 동의해 한국사회는 이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초법적 현상이 존재한다.
미국법이 반드시 한국에서 준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국제법에 비춰 그에 대한 판단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법상 미국이 한국에서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할 경우 한국이 중국, 러시아의 책임추궁을 면키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한국 정부가 동맹을 상위개념으로 삼아 자국민이 강대국간 무력충돌로 입을 피해예방 등에 대한 헌법적 책무를 외면한 것도 직무유기의 성격을 지닌다.
한미동맹은 냉전이 종식되고 국제 질서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 구조와 운영 방식이 전쟁 직후의 비대칭적 틀에 머물러 있다. 동맹은 상호방위라는 명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필요가 우선되고 한국 정부는 그에 순응하는 주종 체제가 심화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성격은 21세기 들어, 특히 미중갈등이 심화되면서 한반도와 그 인근 방어를 넘어, 동북아 및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초기지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향후 대만 무력충돌 발생 시 주한미군이 참전한다는 것과 한국이 그에 동조해야 한다는 식의 미국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 자칫 미중간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비해 주권국가의 위상으로 대응하거나 국민의 집단지성을 유발하는 식의 정치를 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이 실종된 상태다. 이는 한국민의 헌법적 권익이 정치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것과 같아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후진상태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한국은, 동맹의 당사자이면서도 전략 결정 과정에서는 오래전부터 사후 통보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이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채 침묵으로 순종해 왔다. 이는 지난 수십 년 간 보수, 진보 정권이 유사하다. 이재명 정부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한국 학계, 언론 등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실질적으로는 위계적·종속적 구조가 정착,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 비대칭 동맹 구조, 군사적 예속 핵심 요소
한국의 대미 군사적 예속 상황은 독재정권이후의 민주정부 상황에서도 개선되기는커녕 심화되는 것처럼 비춰진다. 정부는 국민의 정치 머슴을 자인하면서 국민의 권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권 연장, 권력 장악이라는 진영논리에 함몰된 정치공학 수준에서 맴도는 것은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의 시민의식은 세계 최첨단 수준이다. 그것은 지난 2017~2025년 촛불, 빛의 혁명에서 명확하게 입증됐다. 오늘날 여의도 정치가 자주와는 담을 쌓은 형식과 내용으로 지속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시민사회가 외세의 부당한 권익 침해에 침묵하는 정부에 실망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인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세계 최고의 민주적 동원 역량을 지닌 한국 시민사회가 청와대, 여의도 정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사회는 4.19 혁명이후 결정적 위기 시마다 총궐기해 민주주의 공간을 넓혀 왔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은 보수, 진보 불문하고 그 공간에서 발밑의 이익을 챙기는데만 급급해 왔다. 진정한 민주주의 달성을 위한 정치악법 철폐나 자주 달성 노력은 외면해 왔다. 그러다 보니 2017년이후 십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대통령 두 명이 탄핵당하고 한 대통령은 선거로 심판받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시민사회의 민주주의를 향한 눈높이가 제도정치권이나 대중매체의 그것에 비해 월등이 높다는 점은 향후 가까운 시일 안에 자주가 달성될 확률을 높게 해주고 있다. 이런 한국적 특성 속에서 자주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 군사적 주권
한국은 주권국가로서 군 통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에서 유엔사,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겸하면서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 주둔군 사상 외국군 장성이 3개의 모자를 쓰고 타국의 군사적 주권을 장악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군사적 주권의 상징적 징표인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군은 평시 작전권은 보유하고 있지만, 전시 상황에서는 여전히 연합사 체제 하에서 미군 주도의 지휘를 받는다. 전쟁 여부, 작전 범위, 확전 관리와 같은 중대한 결정에서 한국의 자율성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이는 유사시 한국군이 독자적 군사행동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주한미군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긴밀히 결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한미군 사령관의 군 통수권자는 미 대통령이다. 그 결과 현 상황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군 수십만 명이 미국 법에 의해 미 국익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하는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전쟁에 투입되어야 한다. K-팝 등으로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비자주적 모국의 처지를 어떻게 받아드릴 것인가를 기성세대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계가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주한미군이 한국군의 역량을 테스트 한다는 소극이 현재 진행형이다. 주한미군은 미 대통령이 자국 이익 차원에서 언제든 철수를 명할 수 있는 구조인데 한국에서 천년만년 주둔할 것인 양, 세계 6위라는 국군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다.
- 주한미군 비밀주의와 한국 자주권 제한
오늘날 주한미군 기지와 그 군사행동이 미국법에 의해 비밀로 분류되고 SOFA에 한미간 협상대상인 방위비 분담금 운용의 불투명성이 방치되는 것은 문제다. 미군 기지는 대한민국 영토 안에 존재하지만, 그 운영과 활용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회, 시민이 충분한 정보와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운용 또는 그 안위가 외국군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고 한국 정부가 그것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으로 한국의 진정한 민주주의가 얼마나 함량미달인지를 증명한다.
주한미군이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리면서 한반도 대규모 전면전, 대량 응징보복, 선제·응징 타격 등 주요 작전개념이 미국의 전략 평가와 정보에 기반해 수립되면서, 한국이 전쟁 개시와 확대, 종료의 주도권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위험을 공유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따른다.
특히 북한 지역에 대해 유사시 유엔사가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한반도 통일 미래에 대해 미국이 관건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비정상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핵우산과 전략자산 전개 약속은 북핵 억지 측면에서 중요하게 강조되지만, 동시에 미국의 대중·대러 전략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관철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한국의 선택지를 제한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대규모 무기 도입과 연합운용 개념이 미국산 무기와 교리 중심으로 짜이면서 정찰 감시와 같은 군 지휘 핵심 부분은 주한미군이 독점하면서 한국군의 현대화가 지체되고 있다. 동시에 연합군 구조가 미국 중심의 안보질서에 기술·운용 측면에서 깊숙이 편입되고, 이로 인해 독자적 군사 개혁과 전력운용의 자율성이 제약된다는 문제가 있다.
- 전략적 유연성 문제
주한미군이 한미 정부가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반도 방어를 넘어 제3국을 겨냥한 전략에 활용될 위험이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에 따라, 한국은 자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변 강대국 간 갈등의 전면에 서게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 경우, 피해는 한국 사회가 감당하면서도 결정은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구조가 된다. 주한미군의 대만 유사시 참전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는 한국 정부가 공론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중국이, 경북 성주에서 주한미군이 한국군을 배제한 채 독자 가동하고 있는 사드 레이더 장비가 자국을 정탐한다면서 10년 전에 한한령을 내렸다.
그로 인해 한국 기업, 연예인 등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지만 미국은 모르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함구하면서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방치하는 해괴한 짓을 해왔지만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한한령에서 보듯 군사적 예속은 안보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제 분야는 물론 외교적 선택의 폭을 좁힌다. 트럼프가 관세폭탄이나 주한미군 문제 등을 앞세워 3천 5백 억 달러 대미 투자를 강제한 것과 같은 경우다. 한국이 경제·산업 정책에서도 미국에 의해 종속적 판단을 강요당하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이라는 것이 확연해졌다.
동맹, 국내정치와 외세영합
한미동맹의 문제는, 과거 여러 정권이 한미 군사적 종속관계를 자신들의 권력 유지의 핵심 도구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정치권은 동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반미’나 ‘안보 무책임’으로 매도해왔다. 주요 언론과 정책을 만드는 엘리트들도 이 흐름에 동조하며 동맹을 논쟁 불가능한 ‘성역’으로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외세영합세력’이다.
한국 지배층은 미국이라는 외세를 국내 권력 구조의 일부로 수용하면서 외세영합세력으로 작동했다. 외세영합세력은 미국의 전략과 이해를 국내정치·언론·학계에서 적극 대변하며, 그 과정에서 자국민의 이익이나 민주적 결정을 후순위로 두는 세력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동맹과 주둔군, 불평등 조약의 문제제기를 ‘반미·안보 위협’으로 단순화하고, 외세의 요구를 ‘국익’으로 포장해 국내 논쟁을 봉쇄함으로써, 예속 구조를 재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 결과 미국의 요구와 전략이 조약, 기지, 지휘체계, 경제·금융 구조, 정보·기술 의존도 등을 통해 제도화·상시화 되어, 국내 민주적 통제가 미치기 어려운 상태로 고착되었다.
외세영합세력은 미국의 전략과 이익을 한국 정치와 언론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홍보, 대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이익과 민주적 결정은 뒤로 밀려난다. 이들은 미국의 요구를 ‘국익’으로 포장하고, 동맹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시도를 ‘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로 낙인찍는다. 이렇게 해서 한미동맹의 불평등한 구조는 비판과 재조정으로부터 보호받으며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승만 정권이래의 지배집단이 정도의 차이만 있지 친미 일색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은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을 곧 체제·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낙인찍는 정책과 제도만을 앞세웠다. 주요 언론과 논객들이 동맹의 ‘성역화’에 기여하면서, 방위비 분담, SOFA 개정, 주한미군 역할, 작전통제권 환수 등 논쟁에서 반미담론을 원천 배제했다. 이들은 합리적 검증보다는 북한의 악마화를 전제로 이념적 공세와 안보불안 조성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 수행에 기여했다.
미국에 몰빵하는 한국의 외세영합세력의 친미 일색 담론전략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사회에는 미국의 실체에 대해 알지 못하는 미맹(美盲) 현상이 심각하다. 이들은 북한에 대한 위기·공포를 부각시키고, 친미가 아닌 견해에 대해 이념적 낙인을 찍는 식으로 여론을 관리한다. 동시에 동맹과 기지, 작전계획을 성역화 함으로써, 실질적인 재협상·개선 시도를 ‘체제 위협’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자주 실천 - 동맹 정상화와 미국 의존 구조 탈피
한국이 미국이라는 외세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주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은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되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자주 실천을 요구하는 세력에 대한 친미세력의 집요한 탄압의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국에서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고 한국 지배층이 그에 적극 동조하며 협조하는 시스템이 매우 강해서 4.19 혁명이후 민주주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자주 실천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1세기의 한미동맹 관계를 살필 때 자주는 선언이나 수사가 아니라 한국지배구조와 외세영합적 의식의 혁신적 전환의 결과로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동맹의 역할과 범위를 재정의해야 한다. 동맹이 미 국익 추구 일변도인 점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군사협정, 합의각서, 전략자산 배치와 같은 핵심 사안은 비밀이 아니라 공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회 비준과 시민적 감시 없이 유지되는 동맹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자주는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국가 통제권과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미동맹의 뿌리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을 ‘슈퍼갑’, 한국을 ‘을’로 규정한 것은 외국의 사례에 비춰 국제법에 저촉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조약 6조를 발동하는 것이 포괄적 한미동맹 정상화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 관련 SOFA, 방위비 분담, 기지 환경·범죄 문제, 전략자산 전개, 한미일 군사협력 등에서 결정 과정과 자료를 최대한 공개하고, 외세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한 행위에 대해 정치·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
한국이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의 외교국방은 물론 대북관계에서 자주적 선택지가 협소해져 이의 탈피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한국 정치, 언론 등 지배계층의 자존 자립적 의식화와 함께 자주적 방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외세 영합세력인 정치, 언론 문제
한국의 경우 자주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의 하나는 반미담론을 적대시하며 미국에 몰빵 하는 외세 영합세력인 친미세력이다. 이들은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미 국익을 추구하는 것이 한국 헌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감추는 식의 비민주적 정치나 언론행각, 여론몰이를 일삼고 있다.
촛불, 빛의 혁명이후에 집권한 세력조차 부적절한 한미동맹으로 국민 주권이 훼손되고 있다는 정치현실을 인정하거나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여의도 정치권은 미국이라는 외세로 인해 빚어지는 한국국민의 행복권, 알 권리 침해를 외면하고 있는 바 이는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는 작태라 할 것이다.
한국의 정당 대부분은 미국에 밉보이면 정치가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 실정으로 미국의 이해를 국내 정치에 무비판적으로 대입하며, 이를 ‘안보’나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자주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24년 총선의 경우를 보자. 당시 민주당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앞세워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짝퉁정당의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반미행사 참석 전력을 가진 사람을 탈락시킨 사태가 벌어졌다. 외세와 관련해 발생한 한심한 정치행위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의 하나이다.
한국 언론·여론 형성구조의 외세영합 탈피가 시급하다. 언론과 여론 지도층은 미국 일변도의 외세영합이 배제된 다양한 관점의 외교·안보 논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 확대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동맹·기지·전쟁과 평화 문제를 자주적으로 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 비판적 정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담론의 독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
맺음말 - 자율성 확보 위한 구조 변화 절실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체 사회, 특히 정치가 변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는 국민에 대한 정치 서비스라는 점에서 정치담당자들은 국민의 헌법적 권익을 실천하는 정치 머슴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처럼 정치가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기보다 천박한 권력욕구의 화신이 되어 진영논리에 함몰된 삼류정치를 하는 구조 속에서 자주가 실천되기 어렵다.
오늘날 여의도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로남불, 아빠찬스, 엄마 찬스. 내 찬스에 혈안이 된 정상배가 주를 이루면서 자주 실천이 국민 주권 실천이라는 상식과는 담을 쌓고 있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답게 진정한 정치 머슴을 국회로 보내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고 그래야 주권 실천을 위한 공론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외세와의 관계를 국민주권과 평화, 자주라는 기준에서 재검토하려는 시민운동이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권익 실천을 최우선하는 정치세력의 등장하게 되어 외세영합세력이 국가 핵심 의사결정을 독점하지 못하게 견제할 수 있다.
민주적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시민사회·국회·언론 등이 동맹·주둔군·군사협정에 대해 충분한 정보에 접근하고, 공개 청문·감사·평가를 통해 재협상과 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외세와 국내조직 결합 구조를 통제하면서 자주를 달성할 수 있다. 안보구조의 재설계가 절실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완전 환수, 연합지휘구조 개편,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한반도 방어 중심으로 제한하고 역외 작전·전략적 유연성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군사적 자주를 확대해야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은 외세를 빌미로 한 안보 위기 담론을 줄이고,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자주성을 높이는 경로다. 특히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 구상 자체를 통제하고 국민의 사상과 자유를 억압하는 21세기 최악의 인권 탄압법이라는 점에서 시급히 철폐되어야 한다.
미국 일변도 의존에서 벗어나, 주변국 및 중견국과의 다자·다변 외교를 강화하고, 특정 동맹에 종속되지 않는 지역 안보협력 구상을 모색함으로써, 외세의 선택을 넓히고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치며,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외교적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참고문헌
Acharya, Amitav. (2014). The End of American World Order. Cambridge: Polity Press.
Oberdorfer, Don & Robert Carlin. (2014). The Two Koreas. New York: Basic Books.
Scobell, Andrew, et al. (2015). The U.S. Army in Asia. Santa Monica: RAND Corporation.
Franck, Thomas M. (1990). The Power of Legitimacy among Nation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