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한국 반미담론 부재 속 심화된 ‘미맹(美盲)’ 현상

[연재] 주한미군 비밀작전 분석(7) - 고승우

2026-01-03     고승우

Ⅰ. 친미 일색의 국내 지배계층

1. 전체 사회 ‘미국’ 무지․맹신 팽배

국내에서 한미동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공식 문건, 대중매체 보도 등은 거의 없다. 이른바 반미담론을 정부와 언론, 학계 등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긍정적 측면만을 소개하고 강조할 뿐이다. 부정적인 것, 불합리한 것은 최소한 간략히, 지엽적인 것만 소개되고 해설, 심층분석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미동맹이나 그 핵심인 주한미군이나 미국의 한반도 전략 등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쪽에서 언급할 뿐 국내 정치권 등은 항상 말을 아낀다. 그 결과 한국 민은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의 실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단지 당연한 것, 꼭 필요한 것, 그것을 비판하는 것도 삼가 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트럼프가 한국을 관세폭탄으로 위협하며 요구한 3천 5백억 달러 대미투자에 대해 한미 대통령이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와 언론 등은 불가피했다. 선방했다. 큰 불은 껐다는 식의 언급을 했을 뿐이다. 한미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미 투자에 합의한 시점은 미국 사법부가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대해 심의 중이었다.

미 법원은 1,2심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부당하다는 것으로 판결했고 당시 대법원에 올라가 있었다. 법원 심리를 통해 트럼프의 조치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지만 한국 정부는 그것에 대해 거의 언급치 않으며 트럼프와 합의한 것을 최선이라고만 밝힐 뿐이다. 시민사회단체나 소규모 언론이 대미투자 백지화를 요구해도 그 목소리는 확산되지 못한다.

한미관계가 왜 이럴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긍정,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한미관계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보수, 진보 진영이 존재하듯 한미동맹,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찬성, 반대 진영이 존재하거나 힘겨루기가 있을 법 한다. 그렇지 않다. 친미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미나 미국 비판 논리의 영역은 왜소라는 범위를 넘어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반미담론의 부재현상이 심각하다.

여의도 여야가 현미경으로 상대를 살펴 비판하고 시시콜콜 따지거나 다투면서도 한미동맹의 문제점은 다루지 않는다.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는데도 한미동맹에 대해서 한국 지배층은 군부독재 시절과 다를 바 없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불평등한 한미동맹에 대해 국내에서 찬성 견해만이 정부, 언론에서 부각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기이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할만하다.

이재명 정부도 빛의 혁명으로 집권했다고 하지만 한미동맹, 한미관계는 과거 정권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말로는 자주국방을 언급하지만 담당부처의 대미관계는 여전히 종속관계의 연장과 흡사하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한미대북정책협의회 구상을 밝혔는데 이는 2018년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사전 조율 대상으로 삼으며 한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정책 추진을 제약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 합의 사업 등이 재개되지 못했던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워킹그룹은 협의기구라기보다 제재 준수 감시기구로 작동하며 외교안보 정책의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북정책협의회가 한국의 자율적 대북 정책 추진을 제약한다는 비판과 함께 제2의 워킹그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남북화해정책 결정의 주체라기보다 미국이 슈퍼 갑인 동맹 전략의 집행자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이다. 워킹그룹 발족이후 남북관계가 꽉 막히면서 2국가론이 제기되고 남북관계가 완전 불통이 된 것은, 최근 유엔사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동맹에 대해 자주 공개 언급을 하는 것과 맞물리면서 불안감을 크게 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여의도 거의 모든 정당은 정치적인 반미, 비미는 안보불안 조성의 원인제공으로 지탄받아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을 확고히 하고 있는데 이는 보수, 진보가 동일하다. 언론도 정치권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면서 보도에서 이를 기피한다. 언론사와 소속 언론인들은 사회적으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하고 학계도 비슷한 논리로 유사한 태도를 취한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반미는 친북으로 처벌했던 독재정권 시절이 길었다는 것, 오늘날에도 이 법이 살아있고 지배층은 계속 존속을 주장하고 있고 이에 역행하는 견해는 사회적 소수자로 낙인찍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고정관념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2. 미맹(美盲) 심각 현상

한국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 수립이후 지속된 반공-안보국가 체제 속에서 미국의 군사·정치적 행위에 대한 민주적 검증을 제약해 왔다. 동시에 반미 담론은 불온하거나 위험한 의견으로 간주되며 공론장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었다. 이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에서 심했으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등에 의해 민주화 공간이 확보된 뒤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장기간 반미담론의 감소는 미국 중심 시각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감소로 연결되어,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을 구분·토론하는 역량을 저하시키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균형적 이해가 결여된 현상, 즉 ‘미맹(美盲, American Illiteracy)’이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미맹’이란 미국의 정책, 영향, 한미관계의 복합적 성격 등을 충분히 비판적으로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한국 사회에서 미맹이 심화되고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면서 2국가론을 앞세워 대남 적대감 수위를 높이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가 늘어나거나,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자주적 전략 수립과 외교적 대응 능력이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핵에 대응키 위해 미국 핵우산 의존 심화와 함께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했고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력 대응이 미국 세계전략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거론하면서 관세압박 속에 제시한 3천 5백억 달러 대미 투자요구를 수용하거자 미국 무기 대량 구입, 국방비 증액 등을 공언했다. 이는 등 국제법적 원칙과는 무관한 미국 슈퍼 갑의 기득권이 보장된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미국의 통제력에 더욱 깊이 편입되면 반미, 또는 비미(非美)담론이 들어설 공간을 더 좁히는 것 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 반미담론과 미맹

1980~2000년대까지는 반미감정과 관련된 사회 운동, 문화적 비판 등 다양한 논쟁이 활발했으나, 2010년대 이후로는 반미보다 혐중(반중) 감정이 크게 부각되면서 반미 이슈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미국이 한국 독재자를 지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1997년 평화적 정권교체이후 이른바 진보 정권이 등장했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정도만 부각되었을 뿐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공론화나 그 비판이나 반대 대안 제시 등이 미흡해지면서 반미담론의 공간도 확대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가 미국익을 위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전혀 이행치 못하게 하는 등 한미동맹의 역가능이 심각했지만 문 정권이 트럼프에 대해 침묵하고 이른바 진보세력도 유사한 태도를 취하는 등 반미담론이 자리 잡을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 비슷한 시기 북한이 핵무장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미국에 대한 핵 의존이 더 심화되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 기울어진 운동장 격인 한미동맹은 미국 쪽으로 더욱 기울어졌다.

트럼프가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한국 쪽에서 미국 관련 정책이나 미군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줄고, 미중 갈등에 맞춰진 미국의 새로운 한반도 전략이 제기되는 식으로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세워 주한미군이 대만과 중국 전쟁시 참여한다는 것을 공언하면서 한국도 적극 지원하라는 식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향후 한미관계는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국익이 위축되는 국가간 불균형 심화, 한국 주권 훼손과 국민의 헌법적 권익 축소, 민주주의 발전 저해와 같은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4. 역사적 맥락과 최근 상황

‘미맹’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장기간 반미(反美) 담론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이해나 심층적 논의가 부족한 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미맹’은 단순히 미국 관련 지식이 없다는 것을 넘어, 미국 사회, 문화, 정책, 그리고 한미 관계를 다각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의 결여를 의미한다. 이는 반미 감정과는 구분된다.

미맹은 미국의 정책과 요구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감시하거나 한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호 윈윈을 목적으로 한 투명한 정보 공개, 협치와 같은 민주주의적 기능이 약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오늘날 한미동맹은 세계적 전략 환경 변화와 미중 경쟁 심화 속에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인식과 논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이 지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한국의 국격, 국민적 자존감 훼손이 심각하고 미국 또한 미맹 현상 속에서 슈퍼 갑의 이익을 챙기는 식의 부적절한 행각으로 국제적인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Ⅱ. 미맹 심화 속의 한미관계

1. 안보국가 체제 강요와 제도적 억압

미맹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합작품 성격이 짙다. 미국은 중국과 소련,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면서도 이를 비밀로 하고 단지 북한 방어가 목적이라는 것만 내세웠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밀주의에 동조하면서 ‘주한미군은 북한 방어용’이라는 점만을 강조하는 한미동맹을 앞세워 주한미군에 자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치외법권적 특혜를 제공했다.

이는 한국정부가 미국익 보호를 위해 국격을 훼손하고 자국민의 헌법및 법률적 권리 등을 제약해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주한미군을 주축으로 한 한미동맹이 국가안보를 위해 절대적 가치를 지닌 제도라면서 이에 대한 반대, 비판을 국가보안법 등을 앞세워 처벌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지, 억압했다.

한국은 주한미군이 미 본토 수호를 위한 미국 정부의 세계핵전략 SIOP·OPLAN의 최전선 수행기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미국이 자국법을 적용해 비밀로 지정한 것에 동조하는 정책을 지난 70년간 실시해 결과적으로 국민을 ‘멍청이’로 만들었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중국,러시아와 북한의 핵 및 재래식 군사력을 비교할 때 SIOP·OPLAN 작전이 대북 작전보다 월등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민주주의 핵심인 국민의 알 권리가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전력을 경계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고 이는 남북한 대처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일단 유사시 한국은 이들 강대국간 전쟁으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할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국민에게 고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제법, 국내법 등에 비춰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나 언론, 학계 등이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에 대해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극력 회피하고 정치적 낙인을 찍는 식의 반미·종북 프레임을 일상화하고 있다. 반미담론은 공론장에서 제도적으로 배제되고, 미국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사회적 위험을 수반하는 일로 인식하는 비정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앞세운 약탈적 대미 투자 요구에 대해 국제법, 국내법에 비춰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은 채 약간의 조정을 하는 식으로 합의해주고 이를 경제와 안보를 안전하게 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하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의 한미동맹 최우선 정책을 방불케 한다.

한국이 반미담론을 외면한 채 한미동맹이나 미국의 정책 행위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전면 생략하거나 제약하는 것은 미맹을 더 심화시키는 것으로 그 후과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2. 정치·언론·학계의 자기검열 구조

한국의 정치 엘리트는 한미관계의 안정성 유지가 곧 집권 정당의 국가 경영 능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이는 미국의 요구나 전략에 대한 비판적 검토보다 관계 유지 자체가 우선되는 구조를 강화한다.

한국의 거대 여야당이나 군소 정당도 대부분 미국 관련 비판은 곧바로 반미·종북으로 낙인찍혀 선거에서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침묵의 카르텔이 만들어져 있다.

여의도 정치권은 군사 안보문제는 한미동맹을 앞세워 대화를 차단하고 있고 대소 선거 과정에서 분단, 통일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공론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의 이런 기류는 정치 진입을 시도하거나 그런 의향이 있는 학자·언론인도 체질화하는 경향이 있다. 지배계층 구성원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리스크 회피’ 구조에 공존하면서 자율적 검증, 자기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경우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해서 모든 교과서가 외면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 등에서도 이는 출제되지 않아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정치, 언론이 제시하는 친미 담론만을 일반상식으로 가지고 있게 된다.

언론은 주한미군·SOFA·기밀정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고, 학계 역시 정부·재단 연구지원 구조 때문에 실제 군사·전략 영역의 실증적 연구가 부족하다. 이른바 동맹 언어(regime of alliance language)의 안에서, 한국의 학술·정치 담론은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회피하 기존의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한미관계를 ‘남북대치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전제하에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형태로 편향되어 있다.

3. ‘우월한 미국, 후진국 한국’으로 세뇌된 한국 사회

미국은 단지 군사동맹이 아니라, ‘근대성’과 ‘선진성’을 대표하는 존재로 한국사회에 각인되어 있다. 이는 해방정국의 미군정 때부터 미국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실시하는 심리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한미동맹 = 무조건적 선(善)’이고 ‘한미 갈등 =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단순화된 인식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군사·정보활동이 한국 영토에서 이루어져도 한미 두 나라는 이를 “한국 방어 목적”으로만 선전, 공지하고 언론이 그 확산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미 본토 수호가 최상위 목표이고 이를 위해 대중·대러 감시, 극동 핵전략을 전개하면서 한국에서 제공한 기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을 둘러싸고 중러와 미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그로 인해 3차 대전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은 주권국답게 한국 국익을 위해 이 사실을 공론화하지 못해 국제법적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자국민에게도 70년간 감추는 비상식적인 정치를 해왔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국 이익 극대화 전략을 제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있지만 한국 정치인 등의 의식구조가 미국에 지배당하는 피식민지적 예속 상태라는 측면도 확인된다. 이런 상태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한국 정치가 국민에게 무한 봉사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이 저해되는 것이다. 정부가 한미동맹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고 국민의 행복 증진에 역행하는 외교국방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국격이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한국 지배층이 한미동맹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세뇌작전에 함몰된 결과라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이 그렇게 만드는 측면도 크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일상적으로 확인된다. 즉 한국의 정치권 등은 미국의 군사·정보·외교적 결정이 한국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도 의회 등에서 공론화를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에 관한 것은 거의 모든 것이 미국법에 의해 비밀로 분류되는 등 미군이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미국 정부 당국이 적극 발표하고 한국은 침묵으로 동조하는 식의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의 관변학자 등은 중립적이고 모호한 단어를 앞세워 미국의 입장을 긍정 일변도로 반영하는 견해를 따라붙이고 한국 언론은 이를 중계 방송하듯 전달한다. 그런 경우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의 핵전략 연계(SIOP·OPLAN 역할)가 70년간 비밀로 유지된 것이나 중국 정부가 한국에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는 성주 사드의 전략적 목적이 중국과 러시아의 미 본토 공격에 대한 조기경보와 공격이라는 점이 한국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앞세워 슈퍼갑, 한국이 을의 역할을 반복하고 한국 언론이 이를 액면 그대로 선전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가능했다. 학자들도 한미 두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추종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지배계층 - 정치, 언론, 학계 등 -에 대해 친미적 성향을 지니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주한미대사관이 친미로 분류된 한국 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파티를 열거나 친미성향을 보이는 학자의 미국 연구소 초청등을 주선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이 반미담론을 한국에서 억제하기 위한 심리전을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친미담론 일색인 것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합동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적 예속 상태는 대단히 심각한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주한미군의 중러를 향한 세계핵전략 수행으로 한국이 전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강대국간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한국 지배계층이 무사하지 못하며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삼척동자도 쉽게 알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인데 한국 지배층이 방치한다는 것은 정신 병리학적으로 볼 때도 대단히 심각한 현상이다.

외세에 의해 조국이나 자신을 포함한 가문이 전화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에 침묵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단 한국 부유층 등이 자신이나 자녀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파악한 뒤 조국이 망가져도 자신들만은 살아남겠다고 하는 비열한 짓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Ⅲ. 미맹 속 한미관계 기형화

1. 흑백논리적 사고의 강화

한국 사회에서 장기간의 반미담론 부재로 심화된 미맹 현상은 미국 이익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등의 국적 불명의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미국을 ‘무조건적인 우방’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무조건적인 적대 세력’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프레임으로만 이해하게 된다. 미국의 다층적인 국내 정치(예: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나 다양한 대외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져,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거나 아전인식식으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면 제이비어 브런슨(주한미군 사령관)이 2025년 11월 주한미군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령관 칼럼에서 한국과 일본, 필리핀을 연계할 경우 중국, 러시아에 대해 전략적 강점을 지니게 된다고 밝힌 경우다.

브런슨은 캠프 험프리스가 있는 평택은 평양에서 255km, 베이징에서 985km, 도쿄에서 1155km, 대만은 1425km 떨어진 곳에 있어 베이징의 관점에서 보면 평택의 주한미군 오산 기지는 가까운 위협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북-중-러에 맞서는 한-일-필의 전략적 삼각 관계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 등을 진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런 삼각 군사협력관계는 종래보다 훨씬 효율적인 대응력을 갖춘다고 밝혔는데 이는 주한미군이 지난 70년 동안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 본토 수호를 위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http://www.usfk.mil/Media/Press-Products/Press-Releases/Article/4332674/commanders-article-the-east-up-map-revealing-hidden-strategic-advantages-in-the/)

그러나 국내 언론은 브런슨 사령관의 칼럼을 소개하거나 논평하는 등의 작업은 하지 않았고 미국이 주한미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이해하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독자, 시청자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다. 이런 한국의 저널리즘은 미맹을 바탕으로 그 구조가 완강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언론은 한미동맹, 주한미군은 당연히 존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어 구태여 설명하거나 해설하려 하지 않는 허위의식의 카르텔에 함몰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언론의 이론 모습은 정치권도 마찬가지여서 한국의 어느 정당도 미국의 새로운 동북아 및 동남아 연대 전략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물안 개구리 식의 정치에만 몰두하는 모습인바 이는 정치가 국민에 대한 정치 서비스라는 점을 망각하고 정치로 개인이나 소속 진영의 이익만 챙기려는 정상배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정치는 대한제국 말기에 나라를 팔아먹는 식의 추악한 행각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2. 비판적 논의의 위축 및 동맹 경직성

미맹이 보편화된 한국 사회에서 발견되는 부정적인 현상은 대단히 심각하다. 이를 살피면 아래와 같다.

- 미맹 속에 미국 중심, 미국의 보호가 불기피하다는 사대주의적 인식은 한국의 대미전략을 대미 종속형으로 제한하고 국한시키고 있다. 미중 경쟁 속에서 미국의 요구 수용,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고려, 한국의 독자 전략 설계라는 세 가지 과제를 균형 있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맹 구조 속에서는 첫 번째 요소만 과도하게 강화된다.

이는 한국 외교의 합리적 복합적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세계정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국가로 만들고 있다.

- 미맹 현상은 한국 정부의 외세인 주한미군에 대한 민주적 감시 기능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중러를 타켓으로 한 전략전개 등 비밀활동과 기지 운영, 성주 사드 배치, 정보공유 체계 등과 같은 국가적 사안이 국민적 토론 없이 결정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에게 부여한 중러를 향한 전략적 목적을 자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언론은 이를 비판적으로 검증하지 못했으며, 국민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즉, 한미동맹 영역에서만 한국 헌법에 명기된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공론화·감시·책임성)가 미국 정부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통제, 축소되었다.

- 반미담론의 부재 속 미맹 속에서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의 전략적 요구를 거의 자동적으로 수용하게 되고,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되거나 실정되었다.

한국 정치권은 이런 비정상적 외교국방 정책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지 않아 정치가 국민에게 당연히 해야할 책무가 이행되지 않고 있고 결과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이 자국의 정치에 의해 기만당하는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드 배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주한미군 전략 재배치 논의에서 반복된다.

미국은 한국을 방어한다는 슬로건과 이미지만을 강하게 유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추구하는 광역적 전략—대중국 조기경보·전략자산 운용·정보우위 유지—가 더 큰 범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현실은 한국 사회에서 정확히 논의되지 않기 때문에 동맹의 목적, 미군 주둔의 의미, 전략환경 변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나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미맹은 한미동맹 관계를 건설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성찰과 비판의 기회를 박탈하여, 장기적으로 동맹의 경직성을 높이고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자율적인 외교 전략 수립을 저해할 수 있다.

미국의 문화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에 대해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져, 미국의 외교국방 정책이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원칙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인식치 못하고 미국의 시혜, 보호와 피보호 관계로 오해하게 된다.

결국 미국의 실체에 대한 파악을 하지 못하고 현실보다 과장되거나 혹은 축소된 이미지로 미국을 인식하게 된다. 특히 한국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정치적 현상의 근원을 ‘미국의 영향’으로만 돌리거나, 반대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극단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다.

- 미국의 의사결정 과정, 내부 동향, 여론 변화 등을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정보에만 의존하게 되면, 한국 정부의 대미 외교 전략 수립과 위기 관리 능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

미국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이 교차하거나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3차례 하면서 실질적인 남북국가연합체제 추진이 가능할 정도의 남북교류협력 방안을 도출했지만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이유로 남북합의를 전면 이행치 못하게 만들었다. 이는 미국익 때문에 한국익이 짓밟힌 경우로 국제법적으로 심각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침묵했다. 그 결과는 심각했다. 북한의 강력 반발과 2국가론 제기 등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경우 트럼프가 폭력적으로 주장한 대미 관세나 투자정책에 대해 미국의 요구는 정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대처하는 식으로 첫 걸음부터 부적절한 선택을 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 결과 자국의 이해를 멀리하거나 자국민에게 정치적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이 저해되는 부정적 현상을 초래하게 이 발생하게 된다.

- 미맹이 일반화된 환경에서 미국 정책이나 한미 관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반미’로 쉽게 낙인찍히게 되어, 공론장에서 심도 있는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다. 한국 정치권 등에서 상대방을 ‘빨갱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치 않은 최악의 적대관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반미담론 부재와 미맹은 한국사회에서 지배적 문화 현상으로 굳어져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친미적인 콘텐츠만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의 부정적인 측면은 공교육의 교과서, 참고서나 일반상식 도서 등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어떤 공식적인 시험제도에서 그것은 다뤄지지 않는데 국내 정치, 근현대사에서 독재, 민주를 분간하거나 비판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대비된다. 즉 자국에 대한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금기시 된 것은 사회 전체가 집단 세뇌된 것과 같은 병리적 현상과 흡사하다.

한국 사회는 미국을 무결점, 무오류의 롤 모델로 제시하는 교육제도(영어 중심성), 대중문화 영향(할리우드·팝 문화)가 지배적이고 미국 문화의 원숭이 흉내라는 비판을 받던 대중음악 부문이 K-팝으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면서 친미적인 경향은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K-pop, 한류 확산 속에서도 미국문화는 절대적 기준이 되어 “미국 = 선진성·정상성”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 비판적 분석이 아닌 동경과 모방 중심의 문화적 위계질서가 고착되는 것 같은 우려를 낳는다.

동시에 한국이 2차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가운데 최고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신화(여기에는 세계최고 자살률,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헬조선적 구조 문제는 은폐되거나 축소됨)를 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으로 한미동맹을 추켜세우면서 친미 일색의 경향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선전해 왔던 미국 사회의 긍정적 이미지(여기에도 미국 사회의 침략적, 약탈적 체질과 그 부작용은 가려져 있다)가 미국이 총체적인 준거 기준이나 문화적 이상향이라는 허구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은 그것이 학문적, 실사구시적 메시지라해도, ‘미국이라는 이상향성에 대한 부정과 도전’으로 해석되며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자리 잡았다. 결국 사대주의적 정치, 문화적 위계가 강화되면서 미맹 구조가 더욱 공고히해지는 추세다.

윤석열 내란을 지지하는 태극기부대의 시위 현장에 성조기와 트럼프의 반헌법적 작태를 지지하는 미국 사회의 슬로건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미국을 절대시 하고 미국이 물리력을 행사에 한국내 모순을 혁파해 주기를 희망하는 의식 구조의 발현이라 하겠다. 이는 미맹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현상의 하나라 할 것이다.

- 한국 사회에서 장기간 반미담론의 부재와 미맹 현상의 확산은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약화와 ‘미맹’ 현상의 심화로 이어졌으며, 이는 일부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즉 국내 정치의 갈등 억제, 동맹의 안정성 유지, 경제성장기 외부 충격 최소화 등의 단기적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안정성일 뿐이며, 비판적 담론 결핍의 장기적 부작용—민주주의 약화, 정책 자율성 저하, 공론장 취약화—의 피해를 상쇄하기에는 불충분하다.
 

Ⅳ.결론

한국 사회의 미맹 현상이 단순한 친미적 정서나 정치적 편향의 문제가 아니라, 반미담론을 불온시 하는 사대주의적 안보국가 체제·정치적 자기검열·문화적 위계가 결합된 구조적 산물이다. 과거 70년 동안의 주한미군의 중러 등에 대한 세계전략이 비밀로 분류되어 한국민이 까맣게 모르는 부적절한 상황에서 반미담론 부재는 한미동맹을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형태로 고착시켰으며, 한국의 정책 자율성과 전략적 사고 능력을 제한했다.

그 결과 한국정부의 대외전략 담론의 취약성이 심화되면서 미국 중심 프레임에 길들여져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자기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좌고우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의 편을 더 들면서 미국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는 비능률과 비자주성을 노출해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미·한중 양면전략은 미국에 대한 ‘배신’ 프레임 속에서 힘을 잃고 ‘전략적 사고’가 부재한 국가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의 반미담론 부재는 미맹 현상을 심화시키며, 이는 한국 사회의 비판적 사고력, 외교 및 안보의 자율성, 그리고 대외정책에 대한 국민적 토론 환경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미관계의 일방적 종속 논란, 주한미군 및 대외정책의 주권 현안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위축되지만 그것이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 친미 일색의 구조가 와해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외교국방정책 부분 등에서 미국의 안보·경제적 요구에 대한 한국내 토론과 여론 형성이 미흡하고, 문화적으로는 미국 모델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으로 이어지는 불합리가 초래할 위험이 적지 않다.​ 부적절한 한미동맹은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모욕적인 과대한 요구(대미 투자 강요, 미국 안보비용 분담, 주한미군의 반국제법적 중러를 향한 작전 확대)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결국 이해관계의 충돌이 심화되면서 친미 일색의 사회적 구조가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매사가 그렇듯이 밥그릇 문제로 한미가 다투게 되고 미국의 부당성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시점이 반미담론 외면, 미맹 만연의 병리현상이 치유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반미담론의 존재와 미맹의 타파는 국가관계, 동맹체제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있어야 건강해지고 상호 윈윈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미국에 대해 국제법적 상식에 맞는 주권국가로서의 대등한 협상력과 자율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향후 한국은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공론장에서 정상화하고, 군사·정보 관련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며, 미중 경쟁 구조 속에서 자국 전략을 구축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교육·정보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맹’의 극복은 반미의 확산이 아니라, 민주적 동맹 관리 능력의 강화를 의미한다. 이는 한국이 국제정치 속에서 자율성을 확보하고, 성숙한 동맹국으로 기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적 담론은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맹을 성숙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를 둘러싼 공론장의 결핍은 동맹 불균형의 심화, 외교정책 자율성 제한, 국가전략 부재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미맹 현상은 민주주의 공론장과 국가전략의 구조적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편향이나 사회적 정서의 문제와 구분되기 때문이다.

미맹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공론화, 즉 미국의 내부 상황, 외교 정책, 그리고 한미 관계에 대한 찬반양론 및 다각적인 분석을 허용하고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동시에 학술적·언론적 심층 분석이 강화되어야 한다. 언론과 교육 기관이 미국에 대한 균형 잡히고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여, 시민들이 단순한 정보 대신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건강한 반미 담론은 단순히 미국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친미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Criticial American Literacy)’을 키우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상과 같은 친미일색, 미맹의 타파 당위성에 대해 한국정치, 언론, 하계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 지배계층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친미를 통한 부당이득을 취하는 체질이 너무 강하고 자주를 지향하는 당위성에 대한 책임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미맹 등을 청산하고 정상화되는 미래는 실현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4.19 혁명 이래 지속된 시민혁명이 국권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시민사회의 정치적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한국 청년층의 자존감 상승(K-pop, 기술력, 국격 상승)은 이승만 정권이래 지속된 친미 일색 사대주의적 지배집단의 체질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8년 사이에 박근혜, 윤석열 두 명의 대통령을 탄핵시켜 21세기 지구촌에서 최고의 민주적 역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시민사회의 총체적 개혁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정국이 불투명한 상태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의 과도한 대미투자 등에 퍼주기 외교를 자화자찬 속에 집행해 과거 정권과 흡사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만약 가까운 시일 안에 빛의 혁명과 같은 사회운동이 발생할 경우 한미관계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향후 이 사실이 시민사회와 젊은 세대에게 공개될 경우 “왜 우리는 70년간 몰랐나?” “누가 감춰왔나?” “동맹은 왜 이렇게 설계됐나?”와 같은 근원적 질문이 폭발하면서 국부의 외세에 의한 준강탈적 유출, 국민의 헌법적 권리 유린, 민주주의 훼손 등을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참고문헌 목록

고승우. 150년의 한미관계사와 주권국가로 가는길, 우리겨레, 2024.
고승우.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지식공작소, 2021.
Gries, Peter. The Politics of American Foreign Policy and Identity. Stanford University Press, 2014.
U.S. Department of Defense. National Defense Strategy (2010–2024).
U.S. Strategic Command(STRATCOM). Global Deterrence Posture Reports.
 

고승우(언론사회학 박사)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