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평화공존은 국민적 염원. 이념이자 사상"

통일부 업무보고, '평화공존이 일상되는 한반도'가 내년 목표...한계는 여실

2025-12-19     이승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방부에 이어 19일 오전 분단국가 민생의 본령이랄 수 있는 외교,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부처 2026년 업무보고를 청취하고 의견을 냈다. [사진-KTV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방부에 이어 19일 오전 분단국가 민생의 본령이랄 수 있는 외교,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부처 2026년 업무보고를 청취하고 의견을 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이날 보고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의 성과 △내년 4월까지가 대북정책 성공을 좌우할 관건적 시기라는 상황진단 △8년간 지속된 남북관계 단절을 뚫기 위한 바늘구멍 내기를 중심으로 한 대응전략 △이를 위한 중점 추진과제를 중심으로 2026년 '평화공존이 일상이 되는 한반도'를 정책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정책은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집필한 '동양평화론'에 뿌리를 두고 노태우 정부시기인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래 역대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을 계승하여 '한반도 평화공동체와 동북아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국민적 염원을 담은 이념이자 사상'이라고 정의했다.

전쟁의 참화를 겪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을 상처로 갖고 있는 온 국민은 '평화롭게 잘 사는 길'을 가슴속 염원으로 품고 있다는 것.

업무보고뒤 출입기자단과 가진 별도 설명 자리에서 정 장관은 "오늘 제가 업무보고에서 강조했던 것도 바로 우리 민족이 가야 할 길, 올해 2025년 6월 4일 극적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5년 동안 걸어가야 할 평화공존의 길에 대한 사상적 배경과 논리를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업무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KTV 갈무리]

그러나 평화공존과 관계개선을 위한 길은 멀고 마주한 벽에 바늘구멍을 뚫기 위한 노력에도 한계는 여실하다.

먼저,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을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안팎의 의견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고, 한미 동맹현대화 요구와 맞물린 한미정책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대한 부처간 이견도 미봉되었을 뿐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정부는 법률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법치의 기본이라며 정부조직법상 남북관계, 대북정책은 통일부 소관업무이고 그것때문에 통일부가 태어난 것"이라고 못밖으면서도 "외교안보 부처의 존재이유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외교 안보, 대북관계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뒷받침하는데 있으며, 이에 따라 통일부는 내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관한한 통일부 주도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도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 한미대북정책정례협의체 발족을 둘러싸고 국가안보실, 외교부와 갈등이 여과없이 노출된 것에 대한 해명을 겸한 언급이다.

나흘 전(12.15)한미 정책협의체 불참 결정을 발표한 정 장관은 이날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은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외교부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차관급이기 때문에 김남중 통일부 차관과 정보공유를 위한 월례 협의를 하기로 했다. 또 미국 대사관 공사급 차원에서 통일부 정책실장이 정례협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미국과의 협의를 외교부와 주한 미 대사대리 수석대표 체제에 통일부가 참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교부·통일부간 차관 채널로 협의하고 별도로 통일부와 미 대사관이 소통하겠다는 것인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 

비무장지대(DMZ) 관리에 대한 유엔사의 이례적 성명(12.17)에 대해서도 "우리가 지금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은 비군사적, 평화적 목적의 출입에 관한 것"이라며, "역사, 문화, 생태, 환경, 학술 조사 등에 관한 출입까지도 영토주권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국민정서"라고 잘라 말했으나 주장과 호소일 뿐, 당연한 결론이 원하는대로 나오기까지는 많은 복잡한 상황이 예상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창의적 방안으로 제시한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구상 △국제 원산갈마평화관광 추진 △신 평화교역시스템 구축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북한자료 대국민 공개확대 △비전향장기수 송환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랫동안 관련 사업을 준비해 온 사업자는, 원산갈마평화관광에 대해 재외동포 개별관광을 1단계사업으로 하여 풀어보겠다는 통일부 구상은 대북제재가 온존하는 가운데 해당 재외동포들이 거주국가에서조차 신변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한국에 입국할 때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하는데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는 접근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을 선제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은 지난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 권영세 장관도 업무보고를 통해 공식화했으나 이후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등의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된 상황. 

지난 2023년 [조선중앙TV]를 송출하던 [통일TV]가 5개월만에 일방적인 방송중단 조치를 통보받은 상황에서 본격 재추진을 위해서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는 '공개의 당위성'만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이날 업무보고에 이어 비공개회의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5.24조치'에 대해서도 해제 발표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장관의 별도 설명에서도 2020년 5월 20일 통일부 대변인이 발표한 '사실상 실효성 상실'에 대한 언급만 나왔다. 

우리 정부가 취한 독자 대북제재 조치인 2010년 5.24조치를 명시적 해제 선언없이 '사실상 실효성 상실'이라는 5년전 입장으로 또 다시 얼버무리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남북관계를 되돌리려는 숱한 '창의적 방안'이 번번히 좌절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손으론 주변국들과 대립·갈등을 불사하는 미국과 '동맹현대화'의 깃발을 함께 들고, 다른 한손으론 남북의 평화공존을 도모할 수 있는 묘수가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뜨거운 얼음'을 찾는 격일 것이다.

새장속에 갇힌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지저귄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통일부 중점 추진과제 [사진-통일부 제공]

한편,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2026년에는 △한반도 평화공존과 북한의 호응유도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지속하는 등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통일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하는데 대한 국민 다수의 찬성의사가 확인(25.12 통일부·갤럽 여론조사 69.9% 찬성)된 만큼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중심에 두고 한반도 문제해결을 추진하겠다며, △남북 및 다자 교류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북제재 완화 방안 협의·추진 △선민후관 및 다자협력을 통한 다각적인 관계개선 모색 △한반도 평화특사 가동 등 '페이스메이커 역할 적극 시도 등을 대응전략으로 제시했다.

'대북정책 성공을 좌우할 관건적 시기'는 내년 4월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내년 초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을 결정적인 계기로, 4월 예정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미·중·남·북의 고리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

정 장관은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 그리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두 가지를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중점 추진과제로는 △한미공조와 주변국 협력을 통한 북미대화 재개 추동 △선제적·실천적 평화조치로 남북대화 재개 추진 △'통일지향 평화적 두 국가관계' 기반 한반도 평화공존 제도화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