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국가안보전략
[기고] 김장민 소통과혁신연구소 연구위원
1.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한 나라의 전략은 세계전략에 해당하는 장기적인 그랜드전략, 종합적인 국방전략, 군사전략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은 전략, 전쟁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장기적인 통합전략으로서 새로운 대통령이 발표하는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그리고 국방부장관이 발표하는 국가방어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합동참모의장이 발표하는 국가군사전략(National Military Strategy)이 있다.
국가안보전략을 비롯하여 이러한 문건을 만들 때 관련 전 현직 관료와 전문가가 위원회를 만들어 기조와 초안에 대해 토론한다. 관련 국가기구의 실무급 책임자가 간사가 돼 이러한 토론을 정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첨부하여 초안을 만든다. 국가안보전략의 경우 국가안보위원회 보좌관이 이를 담당한다. 이 초안에 대해 대통령,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국무부장관, 국방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수정의견을 내면 이를 반영하여 최종안을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세부적 내용에서는 다소 상충되는 표현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그대로 집행하는 것도 아니고 세부계획에 권고하는 것에 그쳐 강제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이 전략을 보고 미래의 구체적인 정책을 예단할 수 없다. 실제 집행과정에선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전략의 내용 중 일부만 집행될 수 있고 집행의 구체적인 내용도 전략과 다소 다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미래정책에 대한 개연적 추측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4년마다 발표하는 4개년 안보전략(Quadrennial Defense Review)이 있다. 분야별 전략으로는 핵태세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국가우주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pace Strategy), 국가대테러전략(National Strategy for Combating Terrorism), 탄도미사일방어계획(Ballistic Missile Defense Review), 대량살상무기 확산저지전략, 사이버안보전략 등이 있다.
이러한 전략들의 대강과 기본 원칙들은 공개된다.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매년 의회에 국가안보전략을 보고해야 하나 관례적으로 임기 중 한번만 보고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은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통령의 안보전략을 통보하여 입법에 참고하도록 하고 행정부에 하부 전략과 전술의 지침을 주고자함이다.
미국이 자신의 전략을 공개하는 이유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서 자신의 전략을 공개하여 경쟁국가나 도전국가들에게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자 함이다. 이를테면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의 발표를 통해 자신을 선제공격하는 국가에 대해 대량 보복하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공개는 잠재적인 적국의 침공의사를 좌절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국 정부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핵무기 문제가 부각된 2017년의 경우 핵태세보고서의 대강을 한글로 번역하여 공개하였다. 이는 조선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보호의지와 보호수준을 공개한다. 이는 동맹국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동맹국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제3의 국가가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미국이 국민들에게 외교안보전략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토론과 감시를 유도하여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함이다. 그 밖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추후 안보전략에 반영하려는 기술적 목적도 있다.
2. 트럼프주의의 특징과 전망
1) 아메리카 퍼스트와 마가에 대한 평가
트럼프주의의 특징은 미국의 국력을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의 국내 문제는 첫째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범죄율이 높은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고 미국을 병들게 만드는 마약 유입 차단 등 국경관리 강화와 유색인종의 이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주의는 극우적 성격을 지닌다.
둘째 트럼프의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미국의 공장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강행하는 관세폭탄의 목적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수입을 확대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관세를 피하려는 외국 기업이 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트럼프에 따르면 국경단속과 산업부흥에 예산을 써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해외에서 전쟁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 물론 해외 전쟁에 미국인이 희생당하는 것도 반대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이 관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을 종결하고자 평화협정을 중재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정책에서 트럼프가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트럼프주의를 극우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가 반대하는 것은 미국의 자산이 해외전쟁에 낭비되는 것이므로 미국이 전쟁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으로 무기를 팔아 돈을 번다면 그러한 전쟁에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유럽이 돈을 지불하여 미국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는 것에 방임적 태도를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미국 무기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을 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미국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깊숙이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트럼프주의가 국내 문제에 주력하므로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로 평가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경우에 따라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해외 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좌익정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마약과 이민자 단속이라는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군사강국이지만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군사적으로도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 즉 중국은 현재의 경제적 적이며, 미래의 군사적 적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공식화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다양한 분야에서 악마화하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있다.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은 자신의 동맹을 확대강화하고 경쟁자의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폭탄, 해외 분쟁에서 철수, 동맹에 대한 강압외교는 동맹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주의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미국의 동맹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친구들을 잃고 고립화된다. 트럼프는 유럽연합과 나토를 무시하면서 때론 조롱하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가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거리두기는 양차대전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공을 들인 인도는 미국의 강압외교에 반발하면서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상적인 미국의 정치인이라면 트럼프주의가 장기적으로 미국에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주의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트럼프주의는 대통령선거는 물론 상하원 선거에서도 여유롭게 승리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부 선거에 개입하여 자신을 비판하는 후보들을 자신을 추종하는 후보들로 교체해왔다. 공화당의 주류조차 트럼프주의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지만 트럼프의 득표력 때문에 트럼프에 끌려 다니고 있다. 트럼프 임기 후반 지지율이 떨어지면 공화당 주류들이 트럼프와 거리두기를 시작할 것이다.
이미 2025년 말 트럼프의 지지율은 관세부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폭력적인 이민자단속에 대한 물리적 저항과 사회불안,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추문 연루 의혹과 관련 수사자료 발표 등으로 재임 초반 기준 40% 미만이라는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유권자 다수는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변하여 최소한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뒤집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주의는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이주민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하층 노동자들이다. 미국의 공장산업 계층은 국제분업에서 피해자이고, 고부가치산업 계층은 수혜자이다. 미국이 산업 간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실패하면서 손해 보는 쪽이 트럼프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고부가가치산업에 집중하느라 해외에 공장산업을 양보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공업산업계층이다. 심지어 민주당을 지지했던 일부 노조들도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고부가가치의 신산업과 저부가가치의 구산업 간의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손해 보는 계층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간층과 하층의 유권자들은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성과를 선호하기 때문에 트럼프주의를 지지해왔다. 이들은 민주당 정권이 개입한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으로 미국의 예산이 낭비되고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자신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생각해왔다.
2)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트럼프주의 영향과 전망
미국 역사상 연임하지 않고 두 번 재임한 대통령은 1892년 두 번째로 당선된 그로버 클리블랜드와 트럼프뿐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외교안보노선은 다른 대통령에 비해 더 길게 미국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2016년대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게도 외교안보전략의 전환을 유도하는 등 큰 영향을 미쳐왔다. 오바마 정부 역시 중동전쟁을 끝내고 아시아로의 회귀를 주장해왔고 2016년 힐러리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아시아 중시 정책을 선언했다.
민주당 주류가 트럼프와 다른 점은 중국을 세계화시켜 체제전환을 진행 중이므로 중국 개방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점, 중국과 세계분업의 연장선에서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를 건설해 미중공동번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반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중국을 글로벌 경쟁자로 규성하고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미국의 독단적인 지배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과 힐러리 대선후보는 친러인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한 공세를 약화시키고자 주적을 중국으로 전환했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중노선은 미중분업 중단과 미국산업 재건을 핵심으로 하는 마가의 일환으로서 대선에서 대중적 지지도를 얻었다. 따라서 민주당 주류는 중국견제라는 트럼프의 아젠다를 일정 부분 수용했고 어렵게 당선된 바이든은 반중노선을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보다 더 과감하게 대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공공연히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것이라면서 대만전쟁에서 중국을 격퇴할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 전력을 확대강화했다.
문제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주의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장기적인 흐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트럼프주의를 따르는 정치인이나 관료, 지식인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주의의 인기를 절감한 정치인들이 민주당까지 스며들고 있으며, 트럼프의 인사권 행사로 고위관료 대부분은 트럼프주의 추종자로 채워지고 있다. 트럼프주의를 이론화하는 지식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주의가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하느냐는 일단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그 윤곽이 드러나고 2028년 11월 대선에서 결정된다. 트럼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당은 현재 상하원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하여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렇다 할 대선주자를 부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노선을 계승할 후계자들을 육성 중이다. 트럼프 1기 때 부통령 펜스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통된 주류노선을 대변했다. 펜스는 이단아 트럼프를 경계했으며 결국 트럼프가 대선에서 지자 트럼프의 부정선거론을 배척하고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의 밴스 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달리 트럼프주의를 지지하면서 트럼프의 강경노선을 보좌하고 있다. 밴스는 해병대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후 예일대에서 법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변호사와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활약했다. 밴스는 초선 상원이었지만 트럼프가 그의 대중성과 기득권정치 타파를 주장하는 선동적 보수주의를 높게 사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압도하는 등 상당한 정치력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밴스는 트럼프의 지지 아래 외교안보 등 각종 현안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밴스가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밴스 부통령을 꺾을 후보를 발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주의는 밴스 시대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주의의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트럼프 지지자들이 뭉친다면 트럼프주의는 선거에서 위력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서 관료로, 학계로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실한 것은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드러내기 때문에 점차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다. 미국으로의 공장유치는 스마트공장을 제외한다면 미국의 고임금으로 인해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다. 생활필수품 등 저부가가치 수입상품의 가격 인상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관세폭탄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화석연료의 확대를 주장하는데, 미국의 주류는 트럼프의 이런 정책은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등 환경산업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의 강압외교로 인해 유럽연합 등 동맹들과의 관계가 악화돼 미국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다만 트럼프주의가 비록 약화되겠지만 트럼프가 던진 문제의식은 일정부분 타당하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노선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차대전 이후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해외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향후에는 이러한 개입을 자제하는 노선이 여론의 일정한 지지를 받을 것이다. 또한 2017년 트럼프의 중국견제 정책과 함께 2025년 트럼프가 새롭게 제기한 중남미 중시 정책도 향후 민주당 정부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 트럼프의 2017년 국가안보전략과 비교
미국은 9.11테러가 발생한 이듬해 2002년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이란, 이라크, 조선을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악의 축’으로 지명하였으며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조선과 맺은 협상을 파기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2008년까지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했으나 여론악화로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철수를 주장하며 당선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후반 ‘아시아로의 회귀’를 강조했으나 그 내용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봉쇄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중분업을 유지하되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2016년까지 미국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테러조직을 근절하기 위해 중러와 대결이 아닌 공조를 해왔으나 그 사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 영향력을 증가시켜왔다.
외교안보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초반은 레이건 대통령의 초반과 유사하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 집권 동안 미국의 자존심이 훼손되었다.”면서 강한 미국, 국내문제 우선해결, 감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집권 초반에 소련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무기체제, 전략무기, 핵무기 등이 소련에 비해 낙후되었다.”면서 군비를 증강하였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과의 군비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후 소련과 군축 협상에 나섰다. 이후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르바초프의 개방과 개혁 정책에 힘을 실어주었다. 결국 레이건의 강온정책의 결과가 독일통일과 소련붕괴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접적으로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등 친러 이미지를 지닌 채 당선되었다. 친러적인 트럼프는 당선 이후 러시아보다 중국에 대해 적대적 입장을 표출하였다. 2017년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NSS)은 중국을 사실상 주적으로 설정하고 이슬람테러집단을 이란, 조선과 함께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한 대상에서 부차적인 대상으로 격하했다. 이러한 진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전쟁에서 철수하고 북미대화를 적극 추진했다.
또한 트럼프의 2017년 국가안보전략은 러시아가 중거리미사일 등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이 전체 핵전력과 재래식 최첨단 무기를 확충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와 첨단무기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IS가 사실상 격퇴되고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위협이 감소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IS를 핑계로 군비지출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는 강경론자와 군비증강론자들을 퇴출시켰으며, 아태와 본토방어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군축을 시행한다. 현재 유럽 중동 아프리카 사령부를 통합한 해외사령부를 검토 중이며, 남북미 사령부를 아메리카사령부로 통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트럼프가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책전환을 통해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트럼프의 친러 정책에 쐐기를 박고자 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나토를 동진시키고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는 등 반러정책을 강화했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모두 러시아는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의 경제적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본다. 2021년 바이든의 국가안보전략은 트럼프의 대중 압박정책을 계승하여 중국에 대해 유일하게 미국에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외교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자로 규정했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재정 지원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등에서 물가인상으로 인해 미국 유권자의 민심이 악화됐다.
오바마와 트럼프 모두 동아시아와 중국을 중시했으나, 트럼프는 오바마와 달리 미중분업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중국에 대해 군사적 대치로 전환했다. 트럼프 2기는 바이든은 물론 자신의 1기와 달리 중러와 글로벌 군사적 대치를 완화하고 대만과 타이완 등 지역별 사안별 대치로 후퇴했으며, 중남미의 최우선의 안보목표로 새롭게 제기했다. 바이든은 중러견제의 명분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가치에서 찾지만 트럼프 2기는 가치나 안보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로 본다.
바이든은 대만전쟁을 기정사실로 치부하고 대만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아시아 군비증강과 아시아식 나토를 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는 대만전쟁을 억제하는 군사적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 국익과 직결될 때만 대만전쟁에 참여하겠다.”는 모호성 전술을 쓰고 있다. 바이든 시대 미국의 고위급인사가 대만을 방문하고 군사적 지원을 노골화하는 등 대만 독립을 부추겼으나 트럼프 2기는 대만과의 외교안보적 수위를 낮추고 있다.
4. 2025년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1) 트럼프의 인사말
국경단속, 동맹과 부담 공유, 이란, 8개의 국제분쟁 해결 등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면서 미국이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안전, 부유, 자유, 강력, 위대하다고 자랑한다.
2) 과거 전략실패에 대한 평가
미국이 세계의 모든 문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끝낸다. 전 세계 백화점식 대응, 동맹을 위한 부담, 국제기구 분담 등을 비판한다. 중요한 지역, 중요한 문제만 대응해야 한다.
3) 미국의 목표
군사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최강의 지위를 유지한다.
4) 미국의 수단
미국은 지리적으로 대륙의 광대함과 자원, 양 대양의 보호라는 장점이 있다. 미국은 최강 군사력, 최대 경제력,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문화강국으로서 세계의 롤 모델이므로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전략은 미국의 동맹망을 장점이라고 하지만 트럼프는 동맹에게 강압외교를 하고 있다. 안보전략은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지만 과거에 달리 중국, 러시아, 조선 등의 인권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소리 등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국제협력자금을 폐지했다. 전략은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을 강조하지만 트럼프는 연구개발예산을 삭감했다.
5) 미국의 전략
(1) 원칙
실용적, 현실적, 원칙적이며, 최강의 군사력을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으나 구체적 국익이 없는 한 자제해야 한다.
(2) 국내문제
불법입국, 마약, 산업재건과 미국 일자리, 국방산업 재건,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 반대 등에 주력한다. 대량이민의 시대는 끝났다는 표현은 합법이민도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이민국가인 미국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입국제한 국가를 19개국에서 40개국으로 늘렸다.
(3) 군사전략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개입만 한다. 2017년 국가안보전략은 중러에 대해 지구적 차원의 전면적인 군사적 경쟁을 선언하고 있으나 2025년 전략에는 이런 포괄적인 경쟁전략이 없다. 중국 및 러시아와 글로벌 차원에서 무력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특정 지역에서 지배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힘의 균형정책을 쓴다. 미국은 자신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듯이 타국의 주권과 국익을 존중하고 미국 국익과 관련이 없는 한 개입을 최소화한다.
현재 국제질서와 다른 국가의 체제를 존중하며,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미국식 가치와 제도 및 국가를 만드는 네이션 빌딩을 중단한다. 유럽과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중러의 지배를 차단하는 방어적 수준으로 미군을 감축하는 대신 중남미와 동아시아에 전력을 강화한다.
(4) 국제경제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등 공정한 무역을 실현하며 첨단기술, 에너지, 식량 등 전략적 자원에 대한 공급망을 확보한다.
(5) 중남미에서 먼로주의와 트럼프의 귀결
이민과 마약은 국경문제이므로 중남미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는다. 군사적 지배와 부흥을 통해 이민과 마약을 통제한다. 중남미에 대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다른 경쟁적인 외국세력이 침투하지 못하게 한다.
최근 트럼프의 중남미 개입을 보면 파나마운하에 대한 지배욕, 아르헨티나 대선 직전 우파 정부에 대한 달러 지원, 브라질 전 우파 대통령 볼소나로의 처벌에 대한 비난, 온두라스 우파 전직 대통령에 대한 마약 범죄 사면, 온두라스 대선 개입 등이다.
트럼프가 언급한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이 성사될지 의문이다. 반면 중국은 중남미에 사회간접시설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멕시코가 중국 등을 겨냥해 50% 관세를 부과한 것도 미국의 중국과의 손절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불법이민과 마약 유입, 그리고 이와 직결시켜 중남미를 최우선 정책으로 제기하는 것은 한편으로 북중러, 이슬람세력 등과 글로벌경쟁을 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일 수 있다. 즉 미국 패권의 쇠퇴를 자인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전략에 대해 러시아는 환영, 중국은 안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6) 동아시아 미중경쟁
급성장하는 동아시아는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어 미중 경제경쟁의 주무대이다. 키신저 이후 미국이 중국을 개방하여 자본주의화, 세계화를 통해 중국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실패했다. 중국은 공급망 경쟁, 고부가가치 기술 유출, 반도체 기지인 대만 문제로 중시된다.
2017년 전략은 중국을 전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국제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설정했으나 이런 글로벌 경쟁에 대해 이번 전략은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시절에는 대만전쟁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대만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이 검토됐다. 하지만 이번 국가안보전략에는 대만전쟁에서 승리나 압도가 아니라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군사적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남중국해에 관해 2017년에는 중국의 야욕에 대해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이나 영유권 분쟁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해상운송로로서 중요성만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 관해 단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전략적 경쟁을 강조한다. 중국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것은 중국국영기업, 국가보조금 등 불공정 거래, 기술탈취, 자원독점 등이다.
또한 중국은 자신의 상품과 원자재를 타국을 경유하여 미국에 수출하고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친중 위성국가를 만들려고 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타국을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즉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군사적 봉쇄보다는 반도체 기지인 대만과 전 세계 해양운송의 1/3을 담당하는 남중국해에서 제한적 군사봉쇄로 대응한다. 중국이 대만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대만을 둘러싼 제1도련선에서 군사적 균형을 강화하고 한국과 일본 및 쿼드 등 동맹이 여기에 참여하도록 한다.
국가안보전략은 중국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최첨단분야 등 핵심분야 이외에서 중국과 세계분업을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희토류와 미국산 대두 수입에서 보듯이 중국과의 전면적 단절은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경제가 첨차 내수를 기반으로 하고 수출도 다변화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고 있어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낼 수 없다. 통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중국의 경우 GDP에서 수출입 비중 즉 무역의존도가 2006년 67%로 최고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의 대외의존도는 33%로 추정되며 수출의존도는 21%로 추정된다. 2023년 GDP에서 미국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다만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4.8%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중국에 엔비디아 칩(Nvidia chip)을 팔도록 허용하고, 대만에 대해 첨단무기 판매를 연기하며, 국방대화의 채널 수준을 격하시켰다. 특히 일방적 현상변경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표현 수위를 낮췄다.
(7) 유럽
안보전략은 유럽에 대해 유럽연합이 조장하는 대량 이민, 국경붕괴 등으로 인한 기독교 백인국가라는 정체성과 문화의 쇠퇴를 경고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와 공존할 수밖에 없고 다만 나토가 자립하여 러시아가 유럽을 지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트럼프는 유럽의 극우정당이 유럽의 정체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가 유럽의 전통을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극우정당의 탄압을 비판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치적 개입을 할 우려가 있다. 유럽은 급격하게 쇠퇴해져 가고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8) 중동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고, 미국이 화석에너지의 최대 생산국이 되면서 중동에너지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졌다. 세계는 미국의 에너지를 구입하면 된다. 이스라엘과 친미국가의 수교를 추진하는 아브라함협정을 확대해야 한다. 중동전쟁, 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내야 한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전쟁능력과 핵능력이 쇠퇴했다.
(9) 기타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 확보 등 차원에서 개입은 최소화한다. 국가안보전략에 조선에 대한 언급이 없다. 북핵문제와 중거리미사일, 핵무기 현대화는 향후 핵태세보고서에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중러연대에 관한 언급도 없다.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트럼프는 중남미의 마약과 범죄조직을 테러리즘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5. 국가방어전략
이번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에 따른 새로운 국가방어전략(NDS)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5월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새로운 국가방어전략을 수립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고 이에 따라 2025년 8월에 최종본 초안이 나왔다. 현재 이 최종본을 놓고 백악관과 국방부의 고위 관리들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시절 국가방어전략 수립에 대해 실무적으로 책임졌던 현재의 콜비 정책담당차관이 이번에도 실무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주요 내용은 이번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국내 문제와 중남미 문제에 미국이 주력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봉쇄정책보다는 대만과 남중국해에 국한한 견제정책으로 후퇴한 것으로 알려져 국방부 현역 고위장교들이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