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서부를 가로질러 자주평화통일 잠재력을 확인하다
[기고] 짧게 쓰는 미국 원정기 - 안광획
AOK는 국제연대 강화와 청년리더십 함양을 위해 청년회원들에게 미국을 방문해 연대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오고 있는데 2023년 워싱턴원정단을 결성해 워싱턴DC의 정전70년 행사인 코리아피스액션에 참석한데 이어 올 10월에는 뉴욕,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다. 청년팀을 대표해 미국 원정을 다녀온 안광획 회원의 소감문을 기고한다. / 정연진 주
안광획 AOK청년회원 /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홍보위원장
지난 10월 20일부터 11월 4일까지 약 보름간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였으며, 남·북·해외동포를 아우르는 통일운동 단체 ‘액션 원 코리아(AOK)’를 이끄는 정연진 대표의 초청과 지원으로 이뤄졌다.
미국 동서부를 아우르는 이번 일정은 동부에서는 뉴욕과 워싱턴DC를 방문했고, 서부에서는 LA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동부는 막 AOK 미국 동부 뉴욕지부 건설을 추진하는 단계였던 만큼 지부 준비와 관련한 논의를 중심으로 일정을 진행했고, 서부는 AOK 활동의 중심지로서 기존 회원들과 만나고 신규 회원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뉴욕과 워싱턴DC에서는 자주평화통일 워싱턴연대, 한인정체성운동아카데미, 조지워싱턴대학 학생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LA에서는 AOK LA지부 성원들과 함께 간담회, 보고·토론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연진 대표와 나는 한국에서의 내란청산, 자주평화통일운동의 흐름을 소개했고, 동시에 동부 동포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주평화통일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투쟁해 왔는지, 또 트럼프 정권의 반이민 정책·관세협박에 대해 미국 민중이 어떻게 규탄하고 맞서 싸우고 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울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반제자주·통일운동 단체 ‘노둣돌’ 대표와도 인사를 나누었고,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는 극우세력의 인파를 가르며 트럼프 관세협박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워싱턴DC에서는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동포 평화운동단체 ‘코리아 피스 나우’와 AOK 조지워싱턴대의 코러스학회 공동주최로 동포 청년들과 한국 유학생들을 비롯한 학생들과 함께 ‘한미청년들이 논하는 코리아평화‘ 토론회를 진행했다. 출장 전부터 비대면으로 얼굴을 익혀 왔지만,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니 더욱 반가웠다.
토론회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청년세대의 진솔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적잖은 동포들과 한국에 관심을 가진 미국 학생들이 함께해 끝까지 경청했다. 서로 서 있는 위치와 처한 환경은 달랐지만, 대중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깊이 공감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계속 힘을 보태겠다는 결의를 함께 다질 수 있었다.
워싱턴DC 뉴욕, 로스앤젤레스 세 지역 모두 내가 “우리역사를 통해 보는 민중의 힘”에 대해 발제할 수 있는 기회가 쥐어졌다. 나는 남 북 해외의 각기 다른 역사인식과 민족의식을 비교하면서, 남북해외가 역사 및 민족에 대한 인식과 관점은 서로 다르지만,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우리 역사를 면면히 이어온 민중의 힘에 의해 코리안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앞으로 자주통일을 이루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호소했다.
역사운동을 통해 통일운동을 확장해 나간다는 취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었고, 나 또한 동포들을 만나며 큰 감명을 받았다. 또한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에서 펼치고 있는, 역사운동과 통일운동을 결합한 ‘역사하나 운동’을 소개하자 동포들은 뜨거운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었다.
특히 남·북·해외 동포 전체 코리안이 같은 5천 년 역사를 가지고도 분단과 냉전 속에서 반쪽짜리 역사만 강요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했고, 역사하나 운동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모국에서 가져간 나의 저서 『1592, 격전의 길을 가다』와 역문협에서 새로 펴낸 독립운동사 『다시 쓰는 해방의 역사』에도 높은 관심을 보여 많은 분들이 기꺼이 구매해 주었다.
약 15일간 미국 곳곳을 거닐면서, 미국 패권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수년 전 방문 때보다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이 체감되었고, 도시 곳곳에서 일자리를 잃고 길가에서 노숙을 전전하는 빈민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연방정부의 사상 최장기 셧다운 여파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공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착륙 후 한참이 지나서야 비행기에서 내려 환승·입국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기차는 수십 분씩 연착되었다. 워싱턴 DC에서는 박물관은 물론 국가기록원(NARA), 미 의회도서관까지 모두 운영이 중단되어 제대로 방문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사회 곳곳이 삐걱거리며 몰락해 가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동시에 관세협상과 APEC 정상회담이 한창이던 모국의 상황이 겹쳐 보였다. 이처럼 미국 본토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협상당국이 관세협상에서 “400조를 한 번에 내는 대신 매년 28조씩 분담하게 되어 덜 피해를 보았다”고 자축하기보다는, 대중과 국제정세를 믿고 더 당당하게 나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또한 뉴욕·워싱턴DC·LA 곳곳에서 트럼프 정권의 전횡과 가자지구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자주 마주쳤고, 일정 후반부인 11월 초에는 뉴욕에서 사회주의자이자 이민자 출신인 조란 맘다니가 대중들의 조직된 힘으로 시장에 당선되었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한반도 자주평화통일과 세계 자주화를 향한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과 희망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보름 남짓의 미국 일정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게 해 준 시간이었다. 미국에서 만난 동포들과 현지 대중들로부터 받은 경험과 격려를 바탕으로, 다시 모국에서 한반도 자주평화통일과 역사하나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더욱 치열하게, 더욱 힘차게 싸워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