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스포츠 교류가 평화를 향한 통로가 되길...

[화제의 책] 이조영의 『'적대적 두 국가'의 스포츠 교류와 평화』

2025-11-19     이승현 기자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는 평화없는 평화, 사실상의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분계선에서 포사격이 오고가고 지뢰가 터져도 서울의 일상은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무력 대치와 충돌, 군사적 긴장이 다반사였기 때문일까?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공중과 해상에 뻔질나게 전개되어도, 핵탄두를 단 북의 탄도미사일이 동해에 떨어져도 사람들은 여의도 증권시장만 쳐다본다.

심지어 국방부장관이라는 자가 정권의 비상계엄 명분을 위해 평양 상공 조선노동당 청사 위로 무인기를 보내라는 지시를 서슴치 않았으니, 도대체 이땅에서 평화란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땅에서 평화는 머릿속에만 있는 타성화된 관념이다. 위험에 처해 있다는 자각도 없으니 절박하게 원하지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도 않는다는 절망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돈을 벌어들이고 권력을 키우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갖은 수를 써서 전장을 세계적 범위로 넓히고 숨쉬는 모든 것을 학살하는 전쟁을 감행하는 인류의 역사를 보아왔다.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세상과 사람들은 이를 모른 척하거나 또는 기회주의적으로, 선택적으로, 위선적으로 먼 산만 바라보며 '평화'를 외친다. 

그런 점에서 평화는 우선 전쟁이 아닌 상태이다. 나아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원인이 사라진 상황이다. 갈등의 원인이 치유되고, 설사 존재하더라도 폭력적이지 않은 협력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자리잡은 사회이다.

편가르기로 제 살길을 도모하며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제국의 횡포 앞에 서 있는 지금, 그래서 더욱 평화는 절실하다.

이조영, 『'적대적 두 국가'의 스포츠 교류와 평화-남북, 적대에서 평화 협력으로』, 선인, 2025.10. [사진제공-선인]

여기 『'적대적 두 국가'의 스포츠 교류와 평화-남북, 적대에서 평화협력으로』라는 책을 펴낸 사람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30년을 은행원으로 근무했으며, 은행 본점과 지점을 두루 경험하면서 사회공헌 업무를 꽤 오래 담당했다. 은행 프로축구단에서도 근무하다 퇴직한 뒤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공부한 이조영 박사이다.

남북유소년축구 교류의 일환으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후원사 직원으로 참가하여 북한을 직접 경험한 일이 계기가 되어 7년간의 공부와 고민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스포츠는 전쟁을 평화로, 갈등을 협력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또 적대성이 더욱 커진 관계에서 스포츠 교류는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녹아있다.

스포츠 교류는 갈등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통로를 열어온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 비록 깊은 불신의 벽에 가로막힌 '적대적 두 국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점. 그렇지만 "먼저 남북이 서로를 '적'이 아닌 공존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국제스포츠 무대와 주변국 협력을 통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올 여지를 마련한다면 스포츠 교류는 다시 한번 평화를 향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먼저, 인류 역사상 전쟁의 위기를 극복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든 수 많은 사례들이 있고 스포츠나 문화, 예술 분야의 다양한 교류협력이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독일통일에 밑받침이 된 동서독의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 38mm 작은 탁구공이 이뤄낸 미중 수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박사는 남북 체육교류 역사에 대해 당시 배경과 구체적인 협의 및 합의 내용, 의미 등을 망라해 꼼꼼하게 정리해 두어 기록적 가치도 더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이룬 최초의 남북단일팀 △1990년 평양과 서울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 및 1991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 축구단일팀  △1999년부터 시작된 남북노동자축구대회, 통일농구대회 등 민간스포츠 교류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북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북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 △2005년 평양오픈에 남측 여자골프선수 참가와 제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인천) 북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 △2005년 마카오에서 열린 제4회 마카오 동아시아경기대회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2007년 북 태권도시범단 강원도 초청 △2008년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제주)에 북 선수단 참가 △2013년 동아시아축구대회(서울)에 북 여자축구팀 참가 △2013년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평양)에 남측 선수단 참가△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북 선수단과 고위급 대표단 참가 △2018년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에 북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남북 공동입장 및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 등이다.

특히 남측이 국기(國技)로 정하고 북측이 민족무술로 정해 세계적 무예로 발전시킨 태권도와 함께 2006년부터 2018년까지 22차례나 남북을 오가며 정착된 유일한 남북체육교류 사례인 '유소년축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으로 구분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2018년 유소년축구 방북시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18쪽 분량의 글에서 이 박사는 "어린 선수들이 경기중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경기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친구처럼 함께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은 남과 북이 아닌 이웃학교 학생들 같았다. 유소년축구 하나로 방북단은 물론 북한 주민들이 다 함께 같은 민족이라는 뜨거운 동질감을 느끼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며, 스포츠 교류의 감동을 소개했다.

"그렇게 여러 나라 특히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지내며 서로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어울리고 즐기는 모습에서 화합을 위해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스포츠 교류가 국경을 넘어 인류 공통의 언어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였다"라고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

일찍이 럭비대회를 인종화해를 위한 무대로 활용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2000년 5월 모나코에서 열린 월드스포츠어워드 행사에서 "스포츠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힘이 있다. 그리고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Sport has the power to change the world. It has the power to inspire. It has the power to unite people in a way that little else does.)고 스포츠의 힘과 역할에 대해 말했다.

'스포츠의 힘'으로 갈등이 일상인,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는 그런 순간과 과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