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군사분계선 협의’ 주체가 될 수 있나?

2025-11-18     이광길 기자

국방부가 17일 오후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관련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의한 데 대해 한국이 이 문제를 다룰 적법한 주체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는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 즉 미국과 북한, 중국이다. 한국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 아니다. 

18일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정전협정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이 정전협정에 따라서 그어진 군사분계선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협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정전협정 관련 규정이나 법적인 근거가 있는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정전협정을 이행하는 당사자”라고 피해갔다.

그는 “남북 기본 합의서에도 평화 상태 구축 시까지 정전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거나 “정전협정와 관련한 사항은 유엔사와 긴밀히 소통해서 시행하고 있다. 만약에 표지판이나 이런 것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는 유엔사가 정전협정 이행에 대한 감독을 하는 것이고 우리는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협의 주체 자체는 유엔사가 아니냐’는 물음에는 “유엔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표지판 작업을 할 때도 결국은 유엔사 감독 하에 우리 군이 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인가’는 지적에도 “우리가 이행하는 당사자가 되는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어제 남북 군사회담 제안 관련해서 북한 반응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경호 부대변인은 “북한의 특별한 반응은 아직 없다”고 대답했다. ‘유엔사 등을 통해 오늘도 북한과 소통을 시도했는가’는 질문에는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어제 제의했고 예단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통일부는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북 채널이 차단된 상태에서 남측은 오전 9시와 오후 5시, 매일 두 번 연락을 시도하고 있으나 “반응은 없다”고 확인했다.

이에 앞서, 17일 오후 국방부 김홍철 정책실장은 최근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 철책작업 등을 하는 도중 군사분계선을 침범하고 우리 군이 대응조치를 반복하면서 군사적 총돌 우려가 있다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때 약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1,290개의 표지를 설치했다. 1973년 북한군의 총격 이후 표지 보수작업이 중단되면서 일부 표지가 유실된 구간에서는 군사분계선을 알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