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생태공동체의 ‘2025 강정물마을 학교’ 탐방

[연재] Peace At Jeju(11) - 문영임

2025-11-18     문영임
구럼비생태공동체 물마을학교 탐방. [사진 제공 – 문영임]

제주에서 논농사가 가능했던 강정(江汀), 서귀포 시민이 이용하는 급수원의 80% 이상을 용출하는 강정의 수원과 그 변화를 탐방했다. 강정 물마을학교에서 여는 6번째 야외수업이다. 물마을학교는 2007년부터 시작된 강정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강정을 지키고자 몸부림쳤던 사람들이 강정이 해군기지의 부속마을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생명평화문화마을’을 선포한 이후에 만든 여러 행사 중 올 해 9월부터 시작된 학교다.

지난 4번째 수업으로 제주환경운동연합 채진영 사무총장님의 물과 불이 만든 화산섬 제주 “물환경과 물정책의 이해” 강의와 제주대학 윤용택 교수님의 “일강정 물 문화 복원을 기대하며”라는 두 번의 수업을 듣고 나가는 현장 탐방이 11월 5일 진행됐다. 강정평화센터에서부터 강정포구까지 강정의 용천수 흐름과 변화를 따라가 봤다.

옛 통물 구조를 돌아보는 탐방팀. [사진 제공 – 문영임]

강정의 용천수를 찾아가는 탐방은 강정 토박이 고권일님과 김성규님이 이끌어 주시고, 강정해군기지 반대투쟁운동을 위해 제주에 왔다가 강정인이 되신 이광휘님이 인도해 주셨다.

탐방은 도순초등학교 옆의 구명물이 있다는 어느 귤밭 입구에서 시작되었다. 물줄기를 따라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오아시스였지만 물줄기가 마르면서 이름도 없이 사라진 나라도 있고 결국 고비사막처럼 변한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는 한라산의 용암표출로 생긴 현무암지질과 화산송이로 이루어진 땅이라서 개발에 의해 도로와 건물들에 의해서 용천수의 흐름이 끊기거나 막혀서 이전에 있었던 많은 용천수가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 개발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제주의 물사정이 어떻게 될지 의문스럽다는 서두가 탐방 내내 그나마 우리가 볼 수 있는 작은 물줄기 하나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게 만들었다.

탐방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 [사진 제공 – 문영임]

한라산은 백만 년 전, 화산폭발은 3만5천 년 전이지만 하천에 쌓인 용암의 흐름을 보고 용암분출의 횟수를 짐작할 수 있다. 강정 같은 경우는 도순천 지역의 절벽이 4층으로 되어 있다. 최초의 용암이 계곡으로 되었는지 아니면 만장굴같은 굴들로 형성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용천수의 입구에서는 수량이 적으나 지하수가 복층으로 쌓여 있던 물길들이 만나는 곳이 많아지면서 하류에서 수량이 많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처음 출발한 구명물은 3.2L/sec이나 강정포구에 이르는 꿩망물은 24L/sec이 된다며 본인이 직접 관찰한 자료를 지도와 함께 기록하여 탐방길을 따라서 수량이 늘어나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강정의 특색을 보여주는 푯말. [사진 제공 – 문영임]

강정마을에는 사시사철 흐르는 ‘큰내(강정천)’와 ‘아근내(약근천)’가 있고, 마을 중심을 흐르는 ‘골새(마흘천)’가 있으며 마을 곳곳에 용천수가 많이 솟아난다. 강정마을에서 발굴된 유적과 유물에 비춰본다면 기원전 200년 경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강정마을의 ‘대궐터’에서 수습된는 기와, 자기, 대리석 파편들을 볼 때(강정청년회,1988:24; 제주문화유산문화원, 2015), 당시 건물은 원명(元明)에 교체기인 14-15세기에 축조된 몽공 황제 순제의 피난궁전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김일우,2020:57-58)

강정 마을주민들은 ‘강정천(江汀川)’을 ‘큰내(大川)’라 부르는데 큰내 하구인 메부리부터 강정천 원류로 추정되는 영실 동북쪽에 위치한 하천 폭 50cm 지점까지 탐사한 결과, 총길이 15,889M, 소(沼) 7개, 폭포 13개, 지루 10개소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구간만 따진다면, 넷길이소부터 냇깍까지 약 500M 정도이다.

이중 마을 가운데를 남북으로 흐르는 마흘천(馬吃川)을 주민들은 ‘골새’라 하였고, 동동네와 섯동네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여름철에 큰비가 내린 후 구명이 터져 도순 아랫동네 ‘구명물’이 솟기 시작하면 ‘웃통물’, ‘섯동네통물’, ‘큰강정물’을 거쳐 하류인 ‘정의논깍’에 이르게 된다.

골새는 마을 안쪽에서는 여름철에만 흐르지만, 큰강정물부터 정의논깍까지는 사시사철 흘러 이곳에서 유일하게 제주쌀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각 논마다 이름이 붙은것 중에 ‘정의논깍’은 제주 관청에 들였던 쌀을 생산하는 논의 이름이라고한다.(윤용택, 「일강정의 물문화 복원을 기대하며」 자료 참고)

함백이골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지점. [사진 제공 – 문영임]

썩은섬 앞의 조이통물로 시작하는 용천수의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물환경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순천은 생활용수 뿐만 아니라 마을의 농업용수로 쓰이기도 하고 여름이 길고 더운 제주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물놀이 장소였다.

마을이 차도와 주택, 농지확보 등의 개발로 하천이 콘크리트로 막히면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중간중간 옛날 하천의 끝자락이라도 만나면 마을의 토박이들인 고권일님과 김성규님의 안타까운 한탄이 끊이지 않았다.

구명물을 따라서 웃통물, 섯통물을 지나 큰강정물을 따라서 귤밭과 주택들로 덮여 버린 개천을 따라가니 아직도 수량은 적지만 어린 시절에 봤다는 은어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고 외부인인 우리 보다 선생님들이 더 좋아하신다.

강천포구 근처의 새별고지에 도착하니 넓게 퍼진 물길을 따라 1급수에서만 산다는 주수갈고둥이 산다고 자랑도 한다. 바다와 맞닿는 하천 입구에는 온갖 철새들의 풍성한 식탁이였으나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며 그나마 남아있는 왜오라기와 천둥오리떼도 반가워했다.

일본의 오시노핫카 관광 안내 사진. [사진 제공 – 문영임]

강정 토박이로서 이제 60대를 넘어가는 이들은 수년동안 마을을 가로지르는 골새를 덮었던 아스팔트 길을 열어서 하천의 모습을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제주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일본의 오시노핫카이 마을을 강정의 본보기로 한다. 오시노핫카이는 후지산의 눈이 녹은 물이 80년의 세월동안 땅 속으로 여과된 후 8개의 용수가 마을을 지나는 골새를 이루고 있다.

그 골새를 따라 산책로를 만들고, 물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전통문화를 접목시켜 관광에 적극 도입했다. 즉 지역사회의 생활과 그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의 발달과정을 역사적으로 탐구하고,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접목하여 그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생태박물관(Ecomuseum) 즉 생태 관광명소를 만들어 각광 받고 있다고 했다.

선사시대의 유적이 있다고 알려주는 함백이골 옛 표지판. [사진 제공 – 문영임]

현재 강정의 도순천을 따라 덮은 아스팔트을 덜어내고, 이전의 모습을 복원하여 용수천이 골새를 따라 바다로 흐르는 강정 특유의 자연유산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강정해군기지로 많은 자연유산을 잃어버리고 그나마 대형 크루즈가 들어온다고 해도 강정 주민과 단 하나도 연결점을 갖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이들은 강정을 생태박물관으로 복원하여 이곳에 살던 수많은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회복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원주민과 제주를 찾는 세계인에게 강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어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으로 지키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