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결과, 백번 양보해도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다
[기고] 장창준 / 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장, 평화너머 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국제 무역의 ‘생태 교란자’ 트럼프를 상대로 힘겨운 협상을 벌여왔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번 관세 협상의 결과를 “불확실성을 덜어낸, 진전된 협상 결과”(강훈식 비서실장)라는 평가에는 좀처럼 동의하기 어렵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국익을 최우선한 역사적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냉정하게 평가해보자. 25% 관세를 15%로 낮춘 것이 아니라, 0%의 관세가 15%로 올라갔다. 3,500억 달러 현금 일시 납부에서 2,000억 달러 10년 분할 납부로 부담을 던 것이 아니라, 생때같은 돈 2,000억 달러가 미국 주머니에 들어가는 결과이다. 9:1의 수익구조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탐욕을 딛고 5:5 수익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투자금의 수익 중 50%를 미국이 가져가는 결과이다.
정부 여당이 자화자찬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하나였다. 트럼프의 말과 주장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 △3,500억 달러를 전액 선불로 받겠다. △이익금의 90%를 미국이 소유하겠다. 트럼프의 이런 막가파식 통상 압력 아래서 이 정도면 선방한 거 아니냐? 이 정도 국익을 지켜낸 거 아니냐? 이런 사고가 정부 여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번 타결은 손실을 덜 보는 결과일 뿐이다. 10년간 분할 투자라지만 국부가 유출 구조는 그대로이다. 2,000억 달러(약 29조 원)를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권한조차도 우리는 갖지 못한다.
잠수함 협상은 더 큰 ‘기만극’의 성격을 갖는다. 정부 설명과는 반대로 이번 잠수함 협상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요청한 것은 ‘잠수함은 한국이 건조, 핵동력은 미국이 제공’이었다. 우리가 핵동력을 확보할 테니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는 요구가 아니었다.
‘잠수함은 한국이 건조’라는 우리 정부의 계획은 트럼프에 의해 180도 비틀어버렸다.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여 ‘판매’하겠다지 않는가. 핵추진잠수함을 자체 건조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발상은 ‘미국 선박제조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마스가의 탐욕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한미 정상이 ‘잠수함은 한국이 건조’를 합의했다고 철석같이 믿는 분위기다. 그러나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한국 내 잠수함 건조를 지지했다’는 안규백 장관의 발언을 우리 국방부가 나서서 발언 정정을 요청하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핵추진잠수함은 애당초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발상이었다. 핵잠수함 보유를 통한 안보 효과보다는 군비경쟁 심화에 따른 안보 부담이 가중될 뿐이다. 건조 비용 자체도 천문학적이지만 3척을 운영할 때 그 운영비는 연간 2,000억 원을 상회한다.
통상 결과도, 핵잠 추진도 모두 거대한 착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