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위기, 일본의 집단 자위권 발동 그리고 한국의 대응

[칼럼] 이상수 박사

2025-11-09     이상수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해협에 전쟁이 터지면 일본이 ‘존립위기 사태’로 보고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언급했다. 현직 총리가 대만 문제에 군사 개입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언급한 건 전후 일본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다. 이는 그간의 군비증강을 배경으로 70년 넘게 일본 안보의 뼈대였던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이 완전히 뒤집히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위기 시 참전의지는 미·중 패권 싸움이 격해지는 인도·태평양에서 일본이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대만은 일본의 최남단 섬인 요나구니섬에서 불과 약 110km 정도 떨어져 있을 만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토 분쟁 중이다.

대만이 중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 일본의 규슈,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First Island Chain)'이 사실상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합병한다면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제해권을 잃게 되고 중국은 센카쿠 열도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훨씬 더 강화할 수 있게 되어 일본의 영토 방어에 극도로 불리한 상황이 조성된다. 이는 일본의 방어선에 심각한 구멍을 만들고, 중국은 일본 남서쪽 섬들 특히 오키나와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한반도와 대만 해협 사이에 끼인 한국 입장에선 절대 남의 일 같지 않다. 한국은 이로 인해 동맹 관계, 경제 이익, 역사적 감정이 뒤엉켜 복잡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15년 아베 정권 때 만든 안보법의 핵심인 ‘존립위기 사태’를 대만에 그대로 적용했다. 일본이 직접 공격당하지 않아도, 가까운 우방국인 미국이 공격받아 일본 생존이 위협받으면 무력을 쓸 수 있다는 논리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완료하라는 지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최근 경주에서 열린 APEC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대만에 대해 “평화통일이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무력 사용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대만을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 천명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에서 대만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바다로 봉쇄하면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 안에서만 회자되던 시나리오를 공개한 것이다. 일본 방위성과 외무성은 이미 대만 봉쇄 시 오키나와·사키시마 제도와 해상 교통로(SLOC, Sea Lanes of Communication)가 위험해진다고 보고해 왔다. 대만과 일본 남서제도는 겨우 110km 떨어져 있고, 일본이 수입하는 원유 90%가 이 바다를 지난다. 대만 문제는 일본에게 추상적인 동맹 의무가 아니라 생존 문제일 수 있다.

일본이 대만에서 집단자위권을 발동한다면 미·일 동맹 작전이 펼쳐지고, 주한미군 기지가 후방 지원 거점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오산, 평택, 부산 기지는 대만과 가깝다. 한국이 동의하지 않아도 미군 이동 과정에서 한국 땅과 바다가 군사 작전 구역에 끼어들 수 있다.

중국은 이를 적대행위로 보고 한국에 대해 경제 및 군사적 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 중국은 경제보복을 너머 북중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을 사주하여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사드 때 8조 원 피해를 봤는데,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 보복 강도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미국은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이후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핵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3국간 정보 공유, 합동 훈련, 미사일 방어 통합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은 한미일 안보협력 계획의 법적 뼈대가 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 한국과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틀어지고, 북한 문제에서도 중국 협력을 얻기 힘들어진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의 줄타기가 더 이상 먹히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군사 정보 공유와 협력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안에서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과거 군국주의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지난 한두 달간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하는 블랙이글스팀이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나하(那覇) 기지에 중간 기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블랙 이글스가 지난달 28일 독도 부근 동해상에서 통상의 훈련을 진행한 걸 탐지한 일본 측에서 나하 기지의 기착을 통한 급유계획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처럼 독도와 관련하여 한일 간의 신경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일 간 군사 협력을 늘리려면 국민적 반발을 피할 수 없으니, 정부는 투명한 논의와 동의를 얻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중국은 다카이치 발언을 ‘하나의 중국’ 원칙 침해로 보고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대만의 ADIZ 침범과 상륙 훈련을 늘리고 있다. 일본의 개입 가능성이 커질수록 중국은 군비를 더 키울 것이다.

일본은 방위비를 GDP 2% 이상 증액하고 적기지 공격 능력을 공식화했다. 중국이 군비를 증강하면 일본이 다시 증강하고, 한국도 방위비 압박을 받는다. 그 결과 동북아가 군비 경쟁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대만해협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50%가 지나가는 요충지다. 봉쇄되면 글로벌 물류 대란이 온다. 무엇보다 대만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60%를 점유한다.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 스마트폰, 자동차, AI 산업이 흔들린다. 한국은 대만과 경쟁하면서도 부품·장비 교역으로 연결돼 있다. 대만 위기사태는 한국 수출과 생산에 직격탄이 됨으로 적실한 대응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투명한 협의 채널 만들기이다.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다. 한·미·일 정례 협의체를 통해 일본의 계획과 기준을 미리 공유해야 한다. ASEAN 포럼 등 다자 대화도 활용해 긴장 완화에 나서야 한다.

둘째, 독자적 안보 역량 키우기이다. 한·미 동맹은 유지하되,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감시·정찰, 미사일 방어, 사이버·우주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형 3축 체계를 완성하고, 방산의 자주성을 높여 전략적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셋째, 국민적 합의와 전략적 모호성 재검토이다. 대만 유사시 한국의 입장, 주한미군 활용 범위, 한·미·일 공조 수준을 미리 정해야 한다.

넷째, 평화 중재자 역할을 감당해야한다. 한국은 미국 동맹국이면서 중국과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독특한 위치다. 동북아 다자 안보 대화 채널을 만들어 위기 시 오판을 막아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일본이 ‘보통 국가’로 군사 역할을 확대하려는 전환점이다. 미·중 경쟁 속 대만 문제가 뜨거워지는 지금, 한국은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주한미군 활용, 한·미·일 공조, 중국과의 관계 등 민감한 이슈가 한꺼번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국제법, 군사 시나리오, 경제 파장, 국민 정서를 종합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능동적인 전략적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군사 혁신과 자강을 통한 국방력 강화, 투명한 동맹 관리, 다자 협력 주도, 평화 중재를 통해 동북아 평화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할 때이다.

 

이상수 박사 프로필 

 

한국학중앙연구원(정치학 박사, 2003)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2006-2023)
플로리다 주립대 정치학과 (방문학자)
US Naval War College(방문학자) 
현재 제주평화연구원(초빙연구위원 2024-현재)
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초빙연구위원 현재)

주요 저서로 이광요의 국가경영리더십(2006), 한반도 분간극복을 위한 정치리더십(공저, 2007), 동북아 전략환경과 한국안보(공저, 2007), 아시아 안보와 평화질서(공저, 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