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불평등 군사관계의 상징 ‘쿠바 관타나모’와 한미동맹
[연재] ‘중립화 담론’과 한미동맹⑦- 고승우
국가간의 관계는 조약, 협정 외에 성명, MOU(양해각서), 공동선언, 외교적 관행 등 다양한 방식이 정치적·외교적 수단으로 사용되며, 이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국가 간 관계가 설정되고 발전해 간다. 이 가운데 조약, 협정은 국제법과 국제사회 관행 등에 의해 그 구속력이 상당하고 때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을사늑약, 한일병탄조약의 경우 일본이 과거사 청산, 배상에 엇박자를 놓는 구실로 이용해 먹고 있고 그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군사적 주권을 말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미동맹, 즉 한미군사관계를 규정한 각종 조약이나 협정 등을 주목하게 된다. 유엔헌장, 국제법에 비춰 미국이 특권을 누리는 것이 확실한 한미동맹을 어떤 논리로 어떻게 바로잡고 정상화시킬까? 다양한 방법을 상정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미관계 속에서 풀어야 하는 것이다. 조약, 협정은 그 당사국이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가 만들어져 있어서 물리적 강제력이 아닌 방식으로 해결하려면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그런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을 행하는 주체도 정해져 있는데 한국의 경우 조약의 선포(공포)와 폐기(종료) 권한은 대통령에게 귀속되어 있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존립 여부에 대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개폐와 관련되어 있고, 이는 대통령이 수행하게 되어 있다. 국민이 원할 경우 대통령을 움직여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고. 시민사회 운동의 논리와 방법론이 그에 맞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세계사를 살피면 불평등한 조약, 협정이 드물지 않고 그렇게 된 것은 힘의 논리나 환경적 요인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국력이 약해서 불가피하게 강한 나라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거나 심지어 강압적 방식이 동원되기도 한 것이다. 한번 체결된 불합리한 조약, 협정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 체결된 경우 쉽게 바로잡히지 않는다.
부당이익을 보장받는 강대국이 존속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약소국이 그것을 바로잡으려 시도할 경우 강대국은 유무형의 압력이나 심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훼방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런 부조리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국가간 계약인 조약, 협정은 일반사회의 계약처럼 구속력이 강해서 불합리한, 불평등한 조약, 협정이 맺어진 경우 쉽게 정상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주권 장악한 두 사례 -국제법 상식에 어긋나
21세기 지구상에서 명색이 독립국이면서 조약, 협정 때문에 군사적 주권이 외국군에게 넘겨져 있거나 일정 지역에서 장악된 대표적인 경우는 한국과 쿠바이다. 두 나라 모두 상대국이 미국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미국이 그 조약과 협정으로 보장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거나 심지어 국제법적 상식에 크게 어긋나는 조건까지 서슴치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트럼프 2기 이후 더 독해진 미국 우선주의는 적도 동맹도 가리지 않는 식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제 깡패의 막가파적 행태라 하겠다. 미국은 건국이래 국가이기주의라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도 많았는데 트럼프의 경우도 그런 범주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겠다.
최근 한반도 중립화 추진 논의가 활발한데 중립화와 한미동맹의 관계 등에 대한 검토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으로 이익을 보는 외세와 그 외세에 편승한 국내 일부 지배층의 추악한 결탁, 그로 인한 부정적 현상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구한말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는 식과 크게 다르지 않는 행태가 도처에서 목격되기 때문이다.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한미동맹의 부당성을 시정하고 정상화시키기 위한 참고 자료로 쿠바 관타나모와 한미동맹 두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쿠바의 경우 미국은 부당한 방식으로 관타나모 지역을 점거해 그곳을 해군 기지 및 테러 용의자 수용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쿠바는 반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확장해 불법 이민자 수용 시설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여년 동안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무기한 억류해 국제법과 인권 기준을 위배하고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한 곳으로 악명 높다.
수감자 다수는 혐의 입증 없이 장기간 구금되었고, 석방된 이후에도 일상 회복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타나모 기지는 미국 본토 외 지역에 있어 헌법적 보호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비판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폐쇄를 시도했지만 의회의 반대와 정치적 부담으로 실현되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완전 폐쇄가 이루어지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강화해온 중요한 축으로 거론되지만, 동시에 그 역기능도 내포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한국의 군사 주권을 제한하며 일부 기지는 사실상 미국 영토처럼 운영되는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리면서 주한미군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비밀작전을 수행하거나 미군기지 확장 및 유지로 인한 환경 파괴와 지역 주민의 생활권 침해 문제가 지속돼 왔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앞세우면서 자국 이익 추구 위주로 추진하는 한반도 정책, 전략에 따라 한국이 자율적인 외교노선을 펼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제약이 따르며 한미 연합훈련이나 무기 배치 문제에서 미국의 일방적 결정이 한국의 안보 불안을 자극한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한국은 심각한 ‘동맹 딜레마’의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막중한 경제적 부담과 국민적 불만을 가중시키며, 동맹이 수직적이라는 비판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한국의 대북 평화정책과 충돌해 남북관계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무기 강매나 고가의 무기체계 도입은 주한미군이 눈과 귀의 역할을 거의 전담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한국 국방예산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미국이 필요 시 한국을 전략적으로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관타나모, 한미동맹의 그늘을 살펴본 것에서 확인되는 것은 국가간 조약 협정 등 공식관계가 수립 집행되면 국제법상 구속력을 가지며, 일방적 파기는 엄격한 제약을 받고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무력 충돌이나 점령이 발생할 위험성 때문에 백지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경우 주한미군과 관련한 그 정상화 논리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고려와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미국이 동맹을 앞세워 자국 기득권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을 고려해 부작용 없고 후유증을 극소화하면서 국제법에 합당한 방법 모색을 해야 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군사적 종속성
주한미군 기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 배치를 grant(허용)하고, 미국은 이를 accept(수용)하는 구조로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운영 구조에서는 불균형과 미국 우위의 구조가 존재한다. ‘grant’와 ‘accept’의 조합은 조건 없이 주고받는다는 비대칭적, 불평등 구조를 명문화 한 것으로 국제조약문에서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를 의미한다.
주한미군 기지는 한미 SOFA(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한국 공권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군사주권 예외지역이 되어 주한미군의 독자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군사행동이 가능하고 주한미군은 형사 관할권 등에서 제한적 적용만 받을 뿐이다. 기지 부지와 시설에 대한 실질 통제권은 미국 측에 있어서 용산 미군기지, 오산·평택 등은 사실상 미국 군사주권이 행사되는 공간으로, 사실상 미국 영토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자국 영토 내에서 군사력과 치안권을 완전히 행사하지 못해 외국군의 자국 점령과 같은 심각한 현상이 일상회되고 있다.
미군기지 내의 시설, 장비, 인력 배치 등은 미군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며, 한국 경찰이나 군 당국은 미군의 허가 없이는 기지 내로 진입할 수 없다. 주한미군기지는 한국 영토이지만, 미군의 자율적 운영과 주권 제한으로 인해 ‘반(半)식민지적 상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미군의 무기 이동·훈련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통제 부재는 안보 리스크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이 상존한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할 경우 주한미군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한국이 전혀 원치 않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또한 군사력이 지닌 이중성이다. 그것은 국방안보의 헌법적 버팀목이지만 자국군대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흉기가 되는 것과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과 같은 외국 주둔군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일본, 필리핀, NATO(북대서양 조약) 회원국들은 각국의 국내법, 정치적 배경, 협상력에 따라 미군의 무기반입 및 기지활동에 대해 한국보다 더 명확하거나 강력한 통제, 사전협의, 또는 검사 권한을 명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미군기지 내 무기반입 시 사전에 일본 정부와 협의하며, 일부 무기는 일본 내 반입 자체를 금지한다. 필리핀은 과거 미군기지 사용 시 무기 반입에 엄격한 제한을 두었고, 현재도 유사한 규제가 존재한다. 나토 회원국은 미군기지 내 활동은 나토와 미국 간의 협정에 따라 관리되며, 무기반입 시 회원국의 통제를 받는다. 무기반입을 통제하는 것은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보관 중 문제가 생길 경우 부근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정전협정 체결이후 1990년 대 초까지 최대 1천기에 달하는 전술핵무기를 남한 에 배치했었던 것도 오늘날 여러 각도에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체제 하에서 한국군 작전권도 평시·전시에 따라 미군 지휘 하에 전환될 수 있어 전시작전권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지휘하게 된다. 그러나 평시작전권 중 전시체제로 전환하는 민감한 부분은 여전히 주한미군이 장악하고 있어 한국군에 대한 한국의 군사주권은 상실된 상태다. 대북 군사전략의 주도권이 미국에 있어 군사장비, 군 조직, 배치 등도 미국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고 자주국방 달성의 여지가 좁다.
미국은 자국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따라, 주한미군이 제3국 작전에 투입될 수 있고 한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시절 이에 동의해 주어 오늘날 거부권이 없다. 미국은 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한국의 적극 동참을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한국이 종속변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한미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 등을 주축으로 삼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는 식으로 다양한 경우에 미군사적 이익을 유지, 확장하기 위한 다층적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주한미군은 표면상으로 북한 방어를 앞세우지만 냉전시대 이후 중국, 소련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 핵전략을 수행하는 최전방 기지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적대국인 핵강대국들을 최단거리에서 견제하는 막강한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명분이 필요했고 그것은 한반도 분단 지속에 의해 충족될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남북한이 전쟁과 같은 무력충돌 방지, 화해협력에 의한 평화공존과 평화통일 추진 노력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평화협정 추진이나 종전선언 또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 반대, 전작권 회수에 소극적 내지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미국이 2018년 남북정상합의 이행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미국의 한반도 분단유지 정책이 얼마나 심각한 미국 중심주인지를 드러낸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였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이나 그 군사력을 강화해 온 것은 중국, 러시아 등의 핵강대국을 제어하는 군사적 비중이 북한 방어의 그것에 비해 매우 큰 것인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도 침묵해왔다. 중국,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확장을 자국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한미동맹 및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과 연합훈련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가 자국민이 핵강대국의 대치 속에서 희생될 수 있는 위험 속에 방치되어 있는 것에 침묵한 것은 자주국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에게 주한미군의 역할과 그로 인한 위험성에 대하 고지하고 군사주권 정상화 의견을 물었어야 한다. 이런 정치권의 태도는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이란 비판을 자초한다. 특히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사상, 표현의 자유 억압과 함께 한미동맹 비판도 이적행위로 몬 것은 분단지속을 강력 희망하는 미국에게 엄청난 혜택으로 작동했다고 보아야 한다.
관타나모 - 미국이 강요한 불평등 조약의 산물
관타나모(Guantanamo) 수용소는 쿠바의 관타나모만 지역에 있는 미국 해군 기지 내에 위치한 군사 교도로 2002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체포된 용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설립되어 국제적으로 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많은 수감자들이 정식 기소나 재판 없이 오랫동안 구금되면서 인권 침해 및 고문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미국은 이 수용소를 미국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로 규정하려 했으나, 이는 국제법 및 인권 단체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았고 오마마 대통령이 폐쇄를 공약했지만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수용소를 확장해 불법 이민자 수용 시설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관타나모 기지를 해군 기지 및 테러 용의자 수용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쿠바는 반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1903년 쿠바의 독립을 조건으로 관타나모만 지역을 해군 기지 목적으로 사실상 영구적으로 조차할 수 있도록 한 불평등 조약을 맺었고 이후 두 나라는 냉전시대 미사일 위기, 미국의 쿠바 침공과 같은 심각한 적대관계를 겪으면서도 현재까지도 양국 관계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면적은 116 km² (약 1,160만 평)로 여의도 면적(행정구역 전체로는 8.4 km²이지만 윤중로 제방 안쪽 상업·주거 지구를 기준으로 한 면적은 2.9 km², 약 87만 평)의 40배 정도이다.
관타나모가 미국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은 1903년 미국과 쿠바가 맺은 쿠바-미국 관계 조약 (Treaty of Relation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uba)과 함께 체결된 별도의 석탄 보급소 및 해군 기지 임대 협정 (Agreement for the Lease of Lands for Coaling and Naval Stations)에 따라 미국이 관타나모만 지역을 조차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쿠바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지만, 미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었고 미국은 쿠바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플랫 수정조항’(Platt Amendment)을 쿠바 헌법에 강제로 포함시킨데 따른 것이다. 이 플랫 수정안의 조항 중 하나가 미국이 쿠바 내에 해군 기지 및 석탄 보급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토지를 임대하거나 매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 플랫 수정조항, 미 제국주의적 정책의 상징
플랫 수정조항은 쿠바와 미국 사이의 조약이나 협정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미국 국내법의 일환으로 먼저 제정된 후, 나중에 쿠바 헌법과 양국 간 조약에 삽입된 독특한 형태로 제국주의 외교의 상징적 사례다.
플랫 수정조항은 1901년 미국 의회가 육군 세출법(War Appropriations Act)에 쿠바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조건을 명시한 국내법 조항인 플랫 수정조항을 첨부 조항으로 포함시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쿠바에서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쿠바가 이 조항을 헌법에 포함할 것을 강요한 것이었다.
미국의 압박으로 쿠바 제헌의회는 1901년 6월, 이 조항을 자국 헌법의 부속조항으로 삽입했다. 쿠바 내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군 철수와 주권 승인이라는 조건 때문에 결국 수용했다. 플랫 수정조항은 총 8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쿠바 정부가 미국의 군대 철수와 주권 이양을 위해 동의해야 할 조건들을 명시했다. 쿠바 정부는 이 조항을 수용하는 조약을 미국과 체결해야 했고 이 조항들을 쿠바 헌법에 포함시키도록 압력을 받았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쿠바 정부는 쿠바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외국 세력이 군사적 목적으로 섬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어떠한 국제 조약도 체결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쿠바의 독립을 보존하고 “생명, 재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에 적절한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쿠바 내정에 개입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실제로 1906년, 1912년, 1917년, 1920년에 미국이 쿠바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근거가 되었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독립 유지 및 자국 방어를 위해 필요한 경우, 미국 대통령과 합의하여 특정 지점에 석탄 보급소 또는 해군 기지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미국에 매각하거나 임대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라 관타나모만 해군 기지가 설치되었다. 미국의 군사점령 기간 동안 쿠바에서 행한 모든 행위는 승인되고 유효하며, 이에 의거하여 취득한 모든 법률적 권리는 유지되고 보호된다.
위와 같은 플랫 수정조항의 내용은 1903년 체결된 ‘쿠바-미국 관계 조약’(Treaty of Relation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uba)에 공식적인 양자 조약으로 포함시켰다. 이 조약은 1904년에 발효되었다. 이 조약에서 미국은 관타나모만의 영구 임대권을 확보하고, 쿠바 내에서의 개입권을 인정받았다. 이 조약은 1934년까지 쿠바-미국 관계의 근간을 이루었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과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개입주의의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은 이 조약을 통해 미국은 카리브해 지역에서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쿠바 민족주의의 부상과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하여, 1934년 5월 새로운 ‘쿠바-미국 관계 조약’(Treaty of Relation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uba)이 체결되며 폐기되었지만 관타나모만 해군 기지에 대한 임대 협정은 폐기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 1934년 조약의 제3조는 “미국이 해당 관타나모 해군 기지를 포기하지 않거나 양국 정부가 현재 경계의 수정에 동의하지 않는 한, 해당 기지는 현재의 영토 면적과 서명일 현재의 경계를 계속 유지한다.”고 규정해 관타나모만 해군 기지에 대한 임대 협정은 계속 유지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관타나모의 교훈과 한미상호방위조약
미국의 관타나모 영구 지배는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대표적 사례다. 미국이 군사외교전략에서 얼마나 집요하게 상대국의 약점을 파고드는지, 그리고 일단 확보한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다층적인 장치, 예를 들면 조약, 협정 등의 형식으로 묶어놓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쿠바은 냉전시대 이후 심각한 대립, 갈등관계를 지속했지만 관타나모에 대한 미국의 지배는 지속되었다. 쿠바 혁명 이후 미국과 쿠바의 대립과 미국의 대(對)쿠바 봉쇄 정책을 보면 아래와 같다. 1959년 쿠바 혁명으로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자, 쿠바는 급속히 공산화하고 소련과 밀착하게 된다. 이에 미국은 1961년 쿠바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망명 쿠바인을 지원해 ‘피그스만 침공’(Bay of Pigs Invasion)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두 나라 관계는 더 악화됐다.
쿠바는 안보 보장을 위해 소련과 군사 협력을 강화했고, 1962년 소련은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다 ‘쿠바 미사일 위기’(Cuban Missile Crisis)가 발생해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 당시 미국은 해상봉쇄로 소련을 압박했고, 결국 소련은 미사일 철수를 수용해 위기는 종결되었다. 미국은 1962년부터 쿠바를 ‘적성국’으로 지정하고 전면적 무역 금지 조치를 포함한 경제적·외교적 봉쇄, 금융 제재, 여행 제한 조치 등을 취했다. 이 봉쇄는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주의적 비판을 받았으며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일시적 해빙이 있었지만, 트럼프 정부는 다시 제재를 강화했고, 오늘날에도 제재는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쿠바는 지속적으로 관타나모 반환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는데 이는 두 나라 국력의 차이, 국제적 관행 등이 주요인이라 할 것이다. 즉 일방적인, 국제법을 위반하는 식의 조약 파기, 전쟁 등을 통한 강제 수단 동원의 경우 국가간 분쟁과 국제기구와 국제규범에 의한 제재 등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관타나모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경우 전자는 미국이 쿠바를 보호국처럼 다루면서 강제한 일방적 정치·군사 통제 도구였다. 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양국이 합의한 군사동맹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미 국익 보호가 비대칭적으로 포함된 설계 형식으로, 군사적 종속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는 관타나모의 ‘완전한 강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자주권과 불균형 문제에서는 일정 유사성이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관타나모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모두 미국이 동맹 또는 보호의 명분 아래 타국 영토에 군사력 배치 권한을 제도화한 사례이며, 이 과정에서 해당국의 군사주권은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약되었다. 다만, 관타나모는 공공연한 간섭과 주권 침해를 제도화한 강압조약이었고, 한미조약은 형식상 동등한 방위조약이지만 실질적으로 비대칭적 권력 관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냉전기 미국식 패권 모델의 다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적 조약, 협정은 해당국가간의 합의가 국제법적 과정으로 이행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관타나모와 같은 비상식적인 외군군의 영구 주둔과 같은 사례도 눈앞의 현실이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이라는 구조를 형성하는 여러 조약, 협정을 볼 때 가장 손쉽게, 미국의 공식적인 반발없이 군사적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거의 유일하다. 이 조약 6조는 상대국에 조약 폐기를 통고하면 1년 뒤에 폐기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조약 6조를 근거로 조약 폐기를 통보해 실현될 경우 그것은 타당한 주권 행사이며 국제법적으로는 완전히 합법적인 조치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면 한미간의 군사동맹은 큰 축 하나가 해체되며 주한미군 주둔의 치외법권적 근거 상실되고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므로, 그 존속 가능성도 약화될 것이다. 이어 미국은 자국 군대를 철수하거나 새로운 주둔협정을 체결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약과 관련해 미국의 정치·경제·외교적 압박이 취해질 가능성도 높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수단으로 삼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 얻는 국익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에 군사 원조·정보공유 제한, 경제 제재 조치 등으로 압박해 현수준의 한미동맹 유지를 강요할 가능성도 크다. 한미동맹 붕괴는 북핵 위협과 중국 견제 구도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고립 가능성 제기되거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 무기체계 독립 운용 등 자주국방 강화 논의로 전환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반발이 우려된다 해도 미국이 필리핀, 일본, 나토 회원국 등과 상호 군사적 주권을 존중하는 차원으로 군사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미국도 부당한 안보이익에 편승하는 비정상을 탈피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 안전 심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미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대외 정책의 법적 근거가 미국 국내법상 존재하며, 미국식 법치의 범주 내에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보복 조치를 취하거나 검토해왔다. 이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과 트럼프의 관세, 무역전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1990년대 중반이후 대북 선제타격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는데 이 권한은 헌법 제2조 제2절의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commander-in-chief)로서 국가 방어 및 자위적 무력 사용 권한을 가진다”는 조항에 근거하고 있어 의회 사전 승인 없이도 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법상 자위권은 ‘임박한 공격’일 때만 허용되나, 이 ‘임박성 판단’은 대통령 재량에 맡겨져 있어 일방적으로 악용될 위험 요소로 존재한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면전쟁, 남북한 주민 전체의 심각한 피해를 의미 하지만 미국 법에는 미 대통령이 한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게 되어 있어 한국 쪽에서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트럼프의 관세, 무역전쟁도 형식적으로는 미 대통령이 경제적 위기가 자국 안보를 위협할 경우 발동할 수 있다는 미국식 법치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법치의 적용 방식은 행정권력의 확대 해석과 집행이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법치주의 정신(권력 분립, 합리성, 국제규범 존중)과 충돌해 ‘날강도’ 같은 방식이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미국의 군사, 경제적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피아를 가리지 않고 관세, 무역 전쟁을 강행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법치를 고려할 때 한국은 군사적 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식 반발이 공식화하기 어려운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 발동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주권자 지위와 생명·안전에 직결된 한미동맹의 비자주적 측면을 정상화하는 것은 국제평화를 위해 대단히 필요한 조치다.
한국이 경제, 군사적 선진국이 되었으며 k-팝 등 한류가 지구촌을 기쁘게 하는 최대의 문화 상품이 된 국격을 생각할 때 그럴 책무가 있는 것이다. 국민 역시 적극적 관심과 참여로 이를 요구하는 주권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정부·시민사회·언론·사법부가 협력하는 체계적 제도와 문화 구축이 필요하고 국민이 주권자로서 외교·안보 정책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Jonathan Hansen, “Guantánamo: An American History”, Hill and Wang, 2011.
Michael J. Strauss, “The Leasing of Guantánamo Bay”, Praeger, 2009.
Lilian B. Turner, “Guantanamo Bay and the Anomaly of the United States’ Extraterritorial Jurisdiction,” Harvard International Law Journal, Vol. 47, No. 1 (2006).
Amnesty International, USA: Guantánamo – Symbol of Indefinite Detention, 2005.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Reports on Guantánamo Detention Practices (2006–2021).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