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군사적 종속의 상징... 필리핀은?

[연재] ‘중립화 담론’과 한미동맹⑥- 고승우

2025-10-13     고승우

중립화 담론의 활성화는 불평등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치외법권적 지위속의 장기주둔 등을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립화는 선언적인 것으로 이뤄지지 않고 자율적 분위기 속에서 주변국과의 소통,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주한미군을 슈퍼갑으로 만들어 한국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이는 필리핀의 미군 방문군 형태 등을 살펴보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확보한 한국에서의 기득권이 한국의 중립화로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이며, 그에 대해 미국이 어떤 반응을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당연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단순한 군사 주둔을 넘어, 한국 안보 구조와 주권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상징적 사안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국을 지켜주는 ‘안보의 우산’으로 치켜세우지만, 동시에 한국의 군사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종속의 표식’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누리는 법적 특혜는 미국이 필리핀이나 나토 회원국들과 맺고 있는 군 협정 등에 비해 너무 차이가 난다. 주한미군은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리면서 한국 정부가 모르게 비밀 작전도 수행 가능하지만 필리핀 등 다른 국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과 동등한 주권국가의 위치의 군관계인 것이다. 국내 정치권, 언론 등이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것은 정말 한심하고 분통터지는 일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 특권 보장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해 미국은 제4조에 따라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킬 권리를 명문화하면서 한국 방위를 약속했다. 미국의 이 권리는 조약상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로 보장받고 있는 국제법적 구조라는 점이다.

이러한 법적 기반 위에서 주한미군은 단순한 방위군의 성격을 넘어 미국의 세계 전략을 수행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냉전기부터 현재까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을 견제 위협하는 최전선 부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정전협정이후 주한미군의 군산, 오산 공군기지를 소련과 중국을 폭격할 수 있는 전략기지로 활용해왔고 이를 한미 두 정부는 비밀로 해왔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에 대해 침묵하면서 북한의 재침 가능성만을 내세워 왔고 한국 정부도 그에 동조해왔다. 한국 정부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터이지만 지난 수십 년 간 국민에게 한 번도 정확히 알린 적이 없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의 군사기지에 대한 정찰과 정보수집, 군사적 견제 등을 수행하기 위해 각종 무기를 주한미군이 보유케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H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 하겠다. 몇 년 전 성주 주민 등이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장기화하자 한국 군경이 한미동맹 보호를 앞세워 진압에 앞장섰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반대가 물리력 행사로 나타날 때 일차로 한국 군경이 그것을 저지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미군이 직접 나설 것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기지는 한반도 방위뿐 아니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역외 작전에 병력과 자원을 지원하는 허브로 활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안보의 수호자라 일컬어지지만 미국의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는 막강한 군사 장치의 성격이 더 강하다 하겠다.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위협에 대응키 위해 많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군산, 오산 등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대치상태는 한국이 강대국들의 충돌로 자국민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전혀 원치 않는 심각한 전쟁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침묵하는 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심각한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정찰 기밀 탐지 기능 거의 독점

주한미군은 2025년 현재 약 2만 8,5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 규모는 과거 몇 년간 큰 변동 없이 유지되어 왔으며, 주한미군은 한국의 안보와 더불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는 미군이 한국과 그 영토 주변(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 미 육·해·공군을 배치할 권리를 명시한다. 이 조약에 의하면, 한국 정부가 미군의 주둔을 제한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이 권리는 미국이 한반도 내 자신들의 군사·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병력 규모 및 배치를 조정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규율된다. SOFA는 주한미군 기지와 군인 및 그 군속, 가족 등에 대해 치외법권적 지위를 인정한다. 미군 기지에 대한 한국 공권력의 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문제, 군사작전 수행과 관련해 미국은 갑, 한국은 을의 위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조약과 협정 체계는 한국 내에서는 군사적 종속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에 계속 지불해야 하며, 주둔 병력의 규모와 동원 여부가 한국이 아닌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크게 좌우되게 만들어 한국의 종속성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한미연합사령관, 유엔사령관을 겸하게 하고 전시작전통제권도 행사하는 등 한국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정찰, 기밀 탐지 기능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 한국군의 눈과 귀를 대신하고 있는 바 이는 한국군이 독자적인 주권국 군대로 자리 잡기 힘든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한미연합군 전체 군사력의 중요 부분을 주한미군이 담당토록 하는 식의 영향을 미쳐 한국군의 미군 의존성을 심화시켜 한국군의 자력국방의 목표에 역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총체적으로 미국이 한반도의 군사력을 통제하는 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주한미군은 단순 주둔 병력으로 한정되지 않고, 평시에는 한국과 미한연합사체계 하에서 다양한 합동군사훈련 및 전략 계획에 참여한다. 전시에는 미군 8군 예하 증원 병력이 투입되고, 미 해군 7함대, 미 공군의 지원도 이루어진다. 통합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이러한 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전력 중추 역할을 담당하여, 유사시 신속한 전력 증강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미국 의회는 매년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하고,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표명한다. 한국이 미국에게 지정학적으로 효용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2025년도 국방수권법안 역시 주한미군 병력 약 28,500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통과되었다. 이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강대국들의 군사 협력과 위협을 고려한 조치로, 미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한반도를 중요한 군사 거점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외국은 주둔군보다 방문군 형태 선호

주한미군이라는 외국군대가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을 보장받고 있다는 것은 주둔국인 한국의 주권 침해를 넘어 유사시 위험 요인이 된다는 점도 존재한다. 군대의 양면성이라는 점은 이성계가 원정군을 정권을 전복시키는 반란군으로 작동한다는 사실 등에서 확인된다.

동시에 주한미군에 한국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미군기지의 세균전 실험 등이 비밀리에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주한미군이 다량 보유했던 전술핵무기의 경우 그것이 사고 등으로 폭발할 경우 한국 주민에 큰 피해를 준다는 점 등도 경계해야 할 점이었다. 이때문에 필리핀은 미군의 핵무기 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나토 회원국들도 미군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통제하고 있다.

외국군의 주둔은 주한미군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 외국에서는 타국 군대가 독자적인 기지에서 다양한 각종 무기를 반입하거나 군사 활동을 하는 것을 허락치 않고 잠시 체류했다 떠나는 식의 방문군 형태를 선호한다.

외국 군대가 자국에 장기 체류하는 것은 주권문제, 주민들의 불편이나 국토의 합리적 활용 등에 지장을 주는 것이고 만약 외국 군인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경우 사회 불안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외국군이 다른 나라에 체류하면서 특권을 누린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 상식으로 볼 때 정상이 아니다.

물론 외적에 대한 공동방어, 군사력 지원과 같은 불가피한 경우 주둔군의 지위를 허락한다 해도 중요한 요인은 통제를 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한미군에 대해 국제법에 저촉되는 권리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미국이 기득권 포기를 쉽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의 출발점으로 주둔군에서 방문군 형태로 전환했던 필리핀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협력 변화

필리핀과 미국은 1951년 주권국가간의 평등성이 상당부분 보장된 조건으로 체결된 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se Treaty)을 토대로 양국의 군사 협력 시스템으로 방문군협정(VFA, 1998년 체결) 과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2014년 체결)이 만들어졌다. 이들 협정 또한 상위법에 보장된 주권국의 평등, 호혜의 취지가 반영되었다. 두 나라의 군사 협력 강화 배경에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공세적인 행보와 영토 분쟁이 주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관계는, 한미간의 그것에 비해 매우 합리적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이 불평등한 내용이고 그를 토대로 한 SOFA도 마찬가지로 미국을 슈퍼 갑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참고로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조약이 한미의 그것과 현저히 차이가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 조약에 의한 △상호 방위 의무는 양국은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고 △ 평화적 분쟁 해결 및 무력 위협 자제를 원칙으로 양 당사국은 국제연합(UN) 헌장에 따라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모든 국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국제 관계에서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삼가며 △ 자위 능력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양 당사국은 무력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개별적 및 집단적 능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자조(self-help)와 상호 원조를 통해 개별적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노력하며 △ UN 안보리 보고를 의무화했다. 즉 무력 공격과 그에 따른 모든 조치는 즉시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되어야 하며,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해당 조치는 종료된다 등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필리핀, 미군의 그것보다 3년 늦은 1954년 체결되었는데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되는 내용으로 만든 것을 보면 당시 이승만 정권이 얼마나 반자주적 저능아 정권이었는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한국군은 정전협정 당시 60만 명에 육박했고 충분히 무장하고 있었지만 이승만은 정전협정을 극력 반대하면서 미군의 한국 주둔을 ‘권리’로 인정하는 불평등 조약을 맺도록 간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가 하는 것은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관계 변화 과정과 주군군, 방문군의 차이 등을 살피면 확연해진다.

1) 미군의 필리핀 주둔의 변화 과정

필리핀과 미국의 경우 1947년 체결된 군사기지협정(MBA) 으로 미군은 클라크 필드, 수빅 베이 등 주요 기지를 99년간 무상 사용할 권리를 얻었다. 이는 냉전기 미국의 아시아 전략적 거점 확보와 신생 독립국 필리핀의 안보 보장 수요가 결합된 결과였다.

1966년,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군 주둔 기간을 99년에서 25년으로 단축하는 협상을 성사시켰다. 1986년 피플파워 혁명으로 민주정부가 수립되었고, 1987년 제정된 신헌법 제18장 제25조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외국의 군사 기지, 군대, 혹은 시설은 상원이 동의한 조약과, 의회가 요구하는 경우 그 목적으로 실시되는 국민 투표에서 투표자 과반수의 비준을 받고, 다른 체약국에 의해 조약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필리핀 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이 조항의 핵심은 내용은 필리핀 영토 내에 외국 군사기지, 군대, 시설을 두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절차를 밟도록 하며, 필요시 국민 투표를 통한 비준까지 받게 했다.

필리핀 주둔 미군 철수는 1991년 발생한 피나투보 화산 대폭발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 재난으로 클라크 공군 기지가 큰 피해를 입었고, 필리핀의 경제가 크게 어려워졌다. 미국이 제시한 필리핀에 대한 기지 보상 금액도 크게 축소되자, 필리핀 민심이 이반되었고 필리핀 정부는 “형제 관계의 종말”을 선언하며 군사기지협정(MBA) 연장을 거부했다. 필리핀 상원은 협정 연장안을 부결시켜 1992년 미군은 철수하게 되었다.

미군 철수 이후 맺은 두 나라 군사 협력 합의에 따라 미군은 주둔군에서 방문군으로 성격이바뀌게 되었다. 즉 1999년 방문군협정(VFA) 체결로 미군의 영구 주둔이 아닌, 연합 훈련 등을 위한 일시적 체류의 법적 틀이 만들어졌다. 이는 신헌법 조항을 우회하는 해결책이었으며, 상하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이를 통해 미군도 필리핀 부대 영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연합작전을 펼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2014년 강화된 방위협력협정(EDCA) 체결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군사력 확장이라는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EDCA는 미군이 필리핀군 기지 내 ‘합의된 장소’에 병력을 순환 배치하고, 장비를 전진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영구기지 설립과 원자력무기 반입은 금지했다.

2023년,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는 EDCA 협정을 확대하여 대만에 인접한 북루손 지역과 남중국해 접근로인 팔라완섬 등 4개의 신규 기지 사용을 승인했다. 이는 남중국해 분쟁과 대만 해협 위기 대응 차원에서의 전략적 선택이다.

2024년 체결한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은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간 정보 공유와 군사기술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이 협정을 통해 양국 간 기밀 군사 정보와 고급무기 기술의 안전한 공유가 보장되었다. 필리핀은 미국의 위성 및 드론 감시 체계, 미사일 체계, 고급 무기 체계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2) 주둔군과 방문군 형태와 법적 근거 차이

주둔군은 동맹국에 영구적으로 상주하는 군대다. 이들의 주둔은 냉전 같은 장기적인 안보 위협에 대응한 상호방위조약이나 주둔군협정(SOFA)에 의해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이 있다.

방문군은 일시적으로 방문하여 훈련이나 연합 작전을 수행하는 군대다. 그들의 활동은 방문군협정(Visiting Forces Agreement, VFA)에 의해 규율된다. 필리핀의 경우, 1999년 체결된 VFA와 2014년 체결된 EDCA(강화된 방위 협력 협정)가 이를 근거로 미군의 순환 배치를 허용한다.

3) 기지 사용과 운영 방식의 차이

주둔군은 자국의 독자적인 기지를 보유하고 운영한다(예: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이는 사실상 ‘주권국가내에서 다른 외국이 존재하는 형국’으로 비유할 수 있어 주권 침해 논란과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주둔군은 “우리는 여기에 계속 머문다”는 강력한 약속이자 억제력의 상징이지만 주재국은 그 대가로 주권 침해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

방문군은 동맹국의 군사 기지 내에 미리 합의된 특정 장소를 일시적으로 사용한다. 영구적인 기지 소유가 아니므로 주권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주재국의 통제를 더 많이 받는다. 방문군은 “우리는 필요할 때만 와서 도움을 준다”는 유연한 동맹의 형태다. 주재국의 주권을 더욱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동맹 협력의 모델이다.

4) 전략적 목적과 정치적 함의의 차이

주둔군의 주된 목적은 지속적인 전략적 억제와 즉각적인 방위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세계핵전략 구조 속에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한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세계전략 수행 역할을 비밀로 하면서 주둔국인 한국에 공식 통보를 하지 않고 있데 이는 동맹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비밀주의를 앞세우면 주한미군의 세계전략 역할과 기능을 파악하기 어렵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한반도가 강대국 간의 전쟁터가 되어 민족이 전멸할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을 한국 정부가 방치하고 침묵한 것은 심각한 국격 훼손이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미국 정부가 부적절한 정보통제를 한다 해도 국제군사전문기구 등의 연구자료 등에서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방문군의 목적은 동맹국의 군사 능력을 강화하고 상호 운영성(Interoperability)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필리핀의 경우, 남중국해 분쟁과 같은 특정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는 주권을 중요시하는 국가에게 더 정치적으로 용이한 선택지다.

주둔군은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패권적 영향력의 상징으로 비춰질 때가 많아, 주재국 내에서 강한 반발과 논란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방문군 모델은 ‘함께 훈련하는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여 주권에 대한 민감성을 완화시킨다. 필리핀이 영구 주둔을 거부하면서도 VFA와 EDCA를 통해 미군과의 협력을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 군사동맹과 필리핀-미국 군사동맹 비교

한미 군사관계와 필리핀-미국 군사관계는 모두 상호방위조약(MDT)을 기반으로 하지만, 동맹의 성격과 세부 협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아래 표를 통해 두 동맹의 핵심적인 비교 항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명시적인 ‘불평등성’을 내포한 ‘고정 주둔형’ 동맹인 반면, 필리핀-미국 동맹은 상호 대등한 주권을 강조하는 ‘순환 협력형’ 동맹의 성격을 뚜렷이 한다. 한미동맹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넘어, 한미동맹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광범위한 안보 문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어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 오늘날 경제, 군사적으로 선진국 위상이고 K-팝 등 한류는 세계 최정상을 달리고 있는 바 이에 걸맞게 한미동맹도 정상화되어야 한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분단을 영구화하는 식으로 주한미군을 운용하면서 한국과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있다. 트럼프가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전면 이행치 못하게 제동을 걸고 한국이 침묵 속에 순응한 것은 뼈아픈 일이다. 만약 당시 한국 정부가 주권국가로서, 국격과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을 조치를 취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2국가론’과 같은 사태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미동맹이 한미 두 나라 주권을 모두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상화시키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주권정부를 앞세운다면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한미동맹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집단지성의 지혜를 통한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비자주성에 대해 비웃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후손들이 떳떳한 조국에서 살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

중립화 담론 또한 활발히 토론해 내실을 기하면서 한미동맹이 그 과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사안의 우선순위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예속 상태의 정상화가 중립화 추진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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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