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죽었다’...절박한 사법개혁과 반미구호
[하태한의 촛불 일지] 2025 기후정의 행진과 159차 촛불대행진(2025.9.27.)
9월 27일 촛불일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2025 기후정의 행진’과 촛불행동의 ‘159차 촛불대행진’을 시간을 따라서 진행합니다.
오후 3시 광화문 동십자로 무대를 중심으로 광화문, 안국역 방향으로 ‘2025 기후정의 행진’ 집회가 시작되었다. 지난해는 윤석열 정권 하에서 강남역에서 열었으나 올해는 윤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 정부 하에서 광화문에서 개최되었다.
생태, 기후, 발전, 에너지 등의 주제로 펼쳐진 집회는 이재명 정부에게도 비슷한 의제를 제안했다. 더 악화되는 기후재난이 발생하지만 변화를 위한 개혁을 하기에는 경제, 정치, 외교 등의 현안이 급박하기 때문에 어렵다. 이에 기후정의행동은 광화문에 집결하여 바로 실천할 것을 강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광화문 대로에는 수많은 부스가 펼쳐졌다. 말하고 싶은, 보호하고 싶은, 지키고 싶은 것들 만큼이나 각 부스의 활동가들의 목소리는 애절했다. 탄핵집회 이후에 최대의 인파가 몰렸다. 도룡용을 표현한 조형물, 지구의 위기를 보여주는 조형지구본, 빙하의 소멸을 나타낸 조형, 두루미의 보호를 보여주는 형상들, 기후위기의 어둠을 보여준 괴물 형상이 집회장 곳곳에 전시되었다.
집회가 끝나고 이러한 형상들을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광화문, 안국역,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시청옆,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로기후정의행동도 참가하였고 여기에는 구로시민센터와 두레생협 동지들도 속해있었다. 내란과 탄핵 때는 그렇게 많았던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행진 중 5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맞추어 ‘지구는 죽었다’는 포퍼먼스로 도로에 그대로 누워 침묵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만든 수많은 피켓과 조형들을 들고 즐겁고 밝게 웃으며 행진했다.
집회와 행진은 대규모였으나, 내용은 소박했고, 진행은 소소하게 서툴렀으나, 진정성은 넘쳐났다.
나는 시청역에서 행진대오를 나와 159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했다. 여기는 기후행동의 집회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훨씬 전투적이며 적극적이었으며, 의제들이 시급했고 즉시 해결이 되어야 했다. 내란 종식은 시간이 촉박했으며 방해세력은 계속 샅바를 당기고 있었고, 대미외교에서는 통상 압력의 강도가 높았고, 노골적으로 연속적으로 도발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 재판은 부실해 보였고, 사법부는 태업으로 방해를 하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거센 도발을 넘어 통상과 안보로 압박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 정당은 사법개혁과 반미구호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금기로 여겨지던 반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미국 대사관 앞 시위가 급증했다. 트럼프 정부의 막무가내식 협상자세는 동맹은 커녕 식민지나 약소국을 대하듯 하고 있다. 이에 촛불행동도 반트럼프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오늘도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규탄을 지속했으며, 미국의 만행을 계속 지적했다.
집회를 마치고 청계로, 을지로입구역, 한국은행, 남대문을 거쳐 시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행진했다. 경찰은 행진중 을지로입구역에서 반대차선으로 행진대오를 유도했다. 갑자기 짜증과 불편이 일었으나, 한국은행을 지나자 반대차선으로 중국혐오 행진이 지나가서, 겹치지 않게 조정한 것으로 이해했다. 저쪽은 선도차만 열심이고 나머지는 맥빠진 모습이 보였고 촛불대오는 더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행진하는 극단 ‘경험과 상상’의 배우들에게 구호를 반으로 줄이라고 말했다. 정리집회에서 앵콜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목이 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앵콜공연에서 예정된 노래보다 3곡을 더하고 목소리는 조금씩 갈라졌다. 그래도 배우 동지들의 열정은 더 타올랐다.
정리집회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거기서 내가 항상 집회비를 내는 5번 모금함의 자원봉사자 부부와 만났다. 지하철을 함께 타고 오면서 대화를 하였다. 서로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였다. 오늘 발을 헛디뎌 삐었는지 절룩인다. 매주 한번도 빠지지 않고, 시청역 건널목 입구 안내부스를 지키는 분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미소로 맞아 주어 혼자 나올 때 내게는 큰 힘이 되는 동지이다. 다친 발목이 빨리 낫기를 기대한다.
다음 주는 일 년에 두 번 쉬는 주이다. 추석과 설 명절이다. 촛불로 카운트 되지는 않지만 수요일 서초동 대법원 앞 집회를 안내했다. ‘촛불이 먼저 꺼지느냐? 내란이 먼저 종식되느냐?’는 대결이 언제 끝나려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