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무죄.. 신동훈 대표 “국정원 사과해야”

2025-09-25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 피해자 신동훈 대표(왼쪽)와 그의 어머니(민가협), 고부건 담당 변호사(오른쪽)가 이날 국정원 앞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사진기록을 남겼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한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가 25일 오전 10시 15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국정원은 2017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신 대표를 미행·감청·도촬했으며, 2023년 1월에는 수십 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신체·차량·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휴대전화는 현장에서 즉시 포렌식됐고, 컴퓨터 외장하드와 여권 등이 압수됐다. 이어 국정원과 검찰은 SNS 기록물 33만 건 가운데 1,600건을 선별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를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며 공소를 유지했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 추정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신문 조서를 바꿔치기하다가 변호인에게 적발된 사실, 피고인을 회유하려 한 시도, 증거 사진의 오판, SNS 관련 사실의 부재, 세월호 피해자들을 관련 명단에 포함한 정황 등이 폭로되며 조작 의혹이 낱낱이 드러났다.

대법원은 25일 신 대표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6개월의 구속수사와 2년 9개월의 재판 과정이 사실상 종결됐다.

무죄 확정 직후 신 대표는 성명을 통해 국정원과 검찰의 책임을 강력하게 추궁했다. 

신 대표는 △억측과 추측에 기초한 수사와 기소에 대해 국정원의 공식 사과와 포상금·수당 반환, △간첩을 만들기 위해 신문조서 바꿔치기를 시도한 조사관 재조사, △제주 지역사회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특히 제주에서 “학살, 반공, 레드컴플렉스가 가슴속 깊이 응어리져 있는 지역사회에 ‘세월호 간첩’이라는 풍문이 돌았다.”면서 “압수수색 기획부터 피의사실 유포로 제주도민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어지럽힌 성숙치 못했던 일련의 과정에 대하여 도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보도된 언론의 언어는 ’세월호제주기억관‘ 압수수색이었다”면서 “자식 잃고 부모 잃은 천명이 넘는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의 간담은 또 한번 후벼 파내어지는 아픔과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만큼 신중했어야 하며,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요청” 했다.

신 대표는 “대법원의 무죄 선고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국정원이 진심 어린 사과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피해자 신동훈 대표가 항의서한 접수증을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건네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기자]

한편 신동훈 대표는 그의 어머니(민가협), 고부건 담당 변호사 등 지인들과 함께 대법원의 무죄 확정 직후 항의 서한을 지니고 내곡동 국정원을 방문하여, 국정원장(이종석), 기획조정실장(김희수), 담당 수사관 김○○ 국정원 직원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강력한 항의와 사과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국정원 민원실 직원은 3시간 30분 넘게 답변을 기다리던 피해자에게 담당자와 연락했다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라는 등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허무맹랑한 말만 늘어놓았다.

이에 신 대표와 고부건 담당 변호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일단 항의 서한을 접수하고 철수했으며, 이 사건을 국가정보원이 저지른 심각한 인권 유린이자 국가 폭력으로 규정하고,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할 것이며 국정원의 책임 있는 사과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신동훈 대표의 “항의 서한” 전문이다.

 

항의 서한

국가 정보원은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를 2017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미행, 감청, 도촬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1월, 수십명의 수사관들이 동원되어 신동훈 대표의 신체와 차량,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였습니다. 

핸드폰은 그 자리에서 포랜식되었고 컴퓨터 외장하드, 여권 등을 압수하였습니다. 이어서 국정원과 검찰은 33만건의 sns 기록물 중, 1600건을 선별 압수하여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은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명명하며 프레임을 짰고 언론은 받아 적었습니다. 신동훈 개인의 삶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될 수 없었습니다.

6개월의 구속수사와 2년 9개월간의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이 제시한 물적 증거는 의심과 거짓이 만들어낸 것들뿐이었으며 정황증거 또한 허무맹랑한 소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1심,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 대해 “증거 없다, 추정에 불과하다”고 냉정한 판단을 하였으며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신동훈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간첩을 만들기 위해 국정원은 신문조서를 바뀌치기하다 변호인에게 들켰으며 신동훈 대표를 회유하는 사건도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들은 재판 과정에서 폭로되었으며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대법원은 오늘 신동훈 대표에게 3번째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낼 수 없습니다. 지금 내곡동으로 갑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을 반드시 들어야겠습니다.

1. 국정원은 명확한 사실과 증거로 수사에 임하지 않고 답을 미리 정해 놓고 오로지 억측과 추측만을 동원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았습니다. 정중한 사과를 요청합니다.

아울러 신동훈을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하며 받은 포상금(또는 수당)을 반납해 주십시오. 모두 국민세금입니다.

2. 조사과정에서 신문조서 바꿔치기를 시도한 담당 조사관의 재조사는 반드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간첩 조작 시도에 대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3 ‘속섬허라’ 제주도민 누구나 어려서부터 들었던 ‘나서지 마라’라는 제주어입니다. 학살, 반공, 레드컴플렉스가 가슴속 깊이 응어리져 있는 지역사회에 ‘세월호 간첩’이라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압수수색 기획부터 피의사실 유포로 제주도민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어지럽힌 성숙치 못했던 일련의 과정에 대하여 도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해 주십시오.

4. 지역사회에 보도된 언론의 언어는 ’세월호제주기억관‘ 압수수색이었습니다. 자식 잃고 부모 잃은 천 명이 넘는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의 간담은 또 한번 후벼 파내어지는 아픔과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신중했어야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