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로 보는 북한-러시아 외교관계
[칼럼] 안재영의 ‘우표로 보는 북한현대사’ (16)
우표는 북한에서, ‘꼬마외교관’, ‘나라의 명함’, ‘작은 역사책’, ‘종이보석’ 등의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우표는 내부결속을 다지는 선전물이자, 외부세계에 조선의 목소리를 내보내는 주요통로이기 때문에 이처럼 부르는 이유이다.
2025년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조선우표사에서는, ‘해방탑’을 주 배경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씨야 련방 공동기념우표’를 발행하였다.
1950년 8월 15일 조국해방 5돐을 맞이해서 발행했던, ‘조선인민군 병사와 조쏘국기’를 배경으로 한 기념우표 발행 2종과, ‘해방탑과 조쏘 국기’ 기념우표 3종이 발행된 이후, 북한에서는 러시아(쏘련)와 관계가 좋은 경우, 우표발행으로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를 더욱 분명히 내외부로 표현하고자 우표를 발행하곤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25일부터 3박4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였다. 방문 직후 한 달도 안된 4월 20일 날짜로, 조선우표사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방문 기념우표를 발행하였다.
하지만, 2019년 4월에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념우표를 발행하지 않은 부분은 당시까지만 해도 내부적으로 북-러 간에 협상 중인 내용들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2019년 6월 7일 김정은 시기 최초의 북-러 정상회담 기념우표가 발행되는데, 이는 4월의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러시아 간에 해결되지 못했던 내부 의제 중 상당 부분이 해결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2023년 9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방문 중 가장 긴 6일에 걸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인근의 러시아기지를 방문해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차세대 전투기나 잠수함 기술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언론에 밝혀진 내용 뿐 아니라,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가 필요한 재래식 무기와 전투병에 대해 북한에서 지원하고, 북한에서 필요한 군사·우주 전략무기 기술향상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24년 6월에는, 북-러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서, △제4조: 양국 중 한 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할 경우 적극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무역·경제·투자·과학기술, 식량과 에너지 안전, 정보통신,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를 강화한다고 합의하였고, 2024년 12월 현재, 양국에서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에 대해 비준 및 공식발효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최근의 북-러 간의 밀착관계로 변화된 모습은, 우표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조선우표사에서는, 매년 새해에 ‘새 우표통보’를 발표하는데, 2025년 조선우표사 새 우표통보에서는 특이한 부분이 눈에 띈다. 새 우표통보에 러시아어가 병기된 부분이다. 아직까지 새 우표통보에 러시아어가 병기된 경우는 없었기에, 새 우표통보에 러시아어가 병기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조선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전술적 차원에서 상황에 따라 변화가 많았지만, 2024년 6월 이후, 조-러 관계는, 불가역적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상호간에 일치를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8월 15일 조선우표사에서는, ‘조국해방 80돐 경축우표’로, ‘개선문’과, ‘항일투쟁’을 상징하는 우표 3종을 발행하면서,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씨야련방 공동발행’ 기념우표를 발행하였는데, 우표에 사용된 도상은, “해방탑”과, “러시아와 북한 인공기”였다.
해방탑 전면에는, ‘위대한 쏘련인민은 일본제국주의를 쳐부수고 조선인민을 해방하였다. 조선의 해방을 위하여 흘린 피로 조선인민과 쏘련인민의 친선은 더욱 굳게 맺어졌나니, 여기에 탑을 세워 전체 인민의 감사를 표하노라.’ 1945년 8월 15일. 해방탑 후면에는, ‘조선인민을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하고 조선에 자유와 독립의 길을 열어준 위대한 쏘련군대의 영웅적공훈은 천주만대에 길이 빛나리라!’ 1945년 8월 15일. 내용으로 한글과 러시아로 적혀있다.
이번에 발행된 공동우표는 우표 한 장짜리 단독 우표외에도, 우표 5장과 중앙에 러시아 국장과 조선로동당 국장을 배치하고, 하단에는 러시아 국화(國花)인, 캐모마일(Chamomile)과 북한의 국화(國花)인, 목란(木蘭)을 배치한 별도의 선전화를 넣은 6장짜리 우표세트를 러시아어를 병기해서 발행하였다.
이러한 우표발행이 상징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단순한 군사적 협력관계를 휠씬 능가하는 진정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되어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러시아에서도 북한군의 러시아전쟁에 참전한 부분에 대해, 북한의 ‘해방탑’처럼 굳건한 양국간의 우호를 기억할 수 있는 참전기념탑이나 기념우표 발행등에 대해 북한에서 기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된다.
지난 9월 15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개최한 제18차 삼청포럼에 발표자로 초청된,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학과장 알렉산더 보론초프 박사(Dr.Alexander V. Vorontsov)가 발표한 ‘러시아-북한 협력의 역동적 강화와 현 단계에서 대한민국 신정부의 과제’에서 밝힌 자료에서, 현재의 상황을 “북방 및 남방의 ‘두 삼각관계’에 대해, 이른바 ‘북방 삼각관계’는 러시아연방(이하 “러시아”),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 조선민주인민공화국(이하 “북한” 또는 “조선”)으로 구성되며, 최근 몇 년간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새로운 안보 도전이 출현함에 따라 이 세 나라는 상호 협력을 강화할 추가적 근거를 객관적으로 확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 예로, 먼저 2025년 5월 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와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하였다.
“쌍방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단련된 무적의 전우애와 상화 원조의 전통이 러시아-중국간 전면적 동반자 관계와 전략적 협력의 확고한 토대가 되었음을 만장일치로 확인한다.”
보론초프 박사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북-중-러 북방 삼각관계의 강화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남방 삼각관계의 강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평양을 둘러싼 이러한 상황변화 하에서,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사이래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로 외국과의 교류가 전면적으로 차단된 북한으로서는, 2024년 10월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참전하면서 명분도 지키면서 실리도 챙길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한 듯 보인다.
명분이라 함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만, 우크라이나 영토에 북한군들이 들어가는 침략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반격으로 러시아영토를 침략했던, 러시아영토 남서부에 위치한 쿠르스크주에서의 전쟁에 참전하면서 침략전쟁에 참전하였다는 것을 회피하면서도, 2024년 6월에는, 북-러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에서 맺었던 “양국 중 한 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할 경우 적극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를 지키려 하였다는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부족한 재래식 무기들을 북한측에서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잘 훈련된 북한군들의 도움으로 빼앗겼던 자국영토 쿠르스크주의 대다수를 탈환할 수 있었으니 북한에 큰 보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북한은 자국내에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이후, 북한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들은 1948년 12월 25일에 공식적으로 완전 철수하였고, 6.25 한국전쟁 이후 주둔하고 있던 중국군(중국인민지원군)은 1958년 10월 26일 북한에서 완전 철수하면서 1958년 이후 현재까지 북한지역 전역에 외국 군대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1953년 정전 직후 약 7만명 규모의 미군이 주둔하였다가, 1970년대 닉슨 독트린의 영향으로 일부가 철수하였지만, 2025년 현재 약 28,0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2025년 9월 23일 평화학당에서 강연한 이재봉교수는, “2025년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군사·외교 참모들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위험’으로 적시하고, 중국이 아시아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중국을 저지하는 것’이 미국 외교·국방정책의 ‘최우선 순위’이며, “주한미군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로 ‘한미동맹 현대화’를 풀어 설명해 주었다.
미국 스스로가,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주한미군은 중국을 견제하기 존재한다’고 밝혔다면,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위해 ‘방위비 분담금 1억 달러와 기지·부지를 무상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정부는 무례하게도, 방위비 분담금을,100억 달러로 올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분담금 100억 달러 인상요청을 70억 달러, 60억 달러로 낮춰달라고 애원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억제에서 중국견제로 변경된 만큼, 주한 미군의 주둔비를 받아내는 정책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러시아 외교정책이 체제 생존과 경제난 극복, 외교적 고립탈피를 목적으로 과감하게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지역에 참전하면서 얻어 낼 수 있었듯이, 대한민국 정부도 미국 스스로가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 변경 시점을 맞아 주한미군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
- 접경지 북파주 파평출신 미군이 지어준 재건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로 중학/고등과정 수료
- 한국외대 졸업, 북한대학교대학원 석사(북한학),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박사(북한학)
-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www.unsando.kr)
-DMZ평화교육원 대표
- 통일교육원 교육위원
- 파주시 교육위원
- 성서한국 공동대표
- 파주 겨레하나 초대 및 2기 대표 및 고문
-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감사 및 건축위원
- 벤처기업 ㈜두레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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