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새 대북정책의 전략적 함의: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2025-09-20     곽태환

곽태환 / 전 통일연구원 원장


이재명 새 정부의 출범(6.4)과 함께 외교·안보정책의 기조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조용하게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대화'와 '협력'을 기조로 북한에 우호적인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6월 12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7월 9일에는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주민 6명을 해상을 통해 송환했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50년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대북 라디오 방송을 일제히 중단했다. 그리고 2025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구체적인 새로운 대북정책을 천명했다.

이러한 새 정부의 노력은 대북관계를 적대적 상호주의 전략(hostile tit-for-tat strategy)에서 벗어나 우호적인 상호주의 전략(friendly tit-for-tat strategy)으로 전환하겠다는 결의를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 당 부부장의 여러 번 담화를 통해 한국의 우호적인 시그널을 일축하고, “한미 동맹에 대한 맹신과 대결 기조는 이전 정부들과 다를 바 없다"고 하면서, 이어 "우리 남쪽 국경 너머에서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본 글은 이재명 대통령의 2025년 광복절 경축사에 내포된 새 대북정책의 전략적 구상을 분석하고, 북한의 적대적 반응과 이러한 새 정책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조치들을 제언 함으로써,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과 한국 외교의 전략적 방향성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재명 정부의 새 대북정책 원칙

2025년 8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은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그리고 일체의 대북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중대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특히 “북측 체제를 존중하며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언급은 전 정부의 흡수통일론과는 정면으로 결별하며, 북한 체제존중 기반의 대화 복원 전략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기조는 남북 간 평화공존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9·19 군사합의 등 기존 합의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며, 즉시 이행 가능한 사안부터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조치를 제시했다. 이는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이미 시행된 조치와 함께, 실질적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를 추진하자는 우호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제안은 단절된 남북 대화를 복원하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남북 간 평화공존의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이다. 이 대통령은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며,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는 절제된 메시지를 덧붙였다. 이는 강경압박 중심의 과거 대북정책과는 차별화되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이다.

이 대통령의 경축사는 단순한 기념축사가 아니라, 축사 속에 심오한 대북 메시지가 들어있다. 대한민국(ROK)이 먼저 행동함으로써 조선인민공화국(DPRK)의 반응을 유도하고, 대화의 문을 다시 여는 행동 기반의 남북 간 화해·협력·평화전략을 시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먼 미래 보다 지금 당장의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이 우선”이라는 현실적 접근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전략적 설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획기적 제안”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와 맞물려, 이제는 대한민국이 중추국가(pivot state)로서 협상 설계자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축사에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본질적 문제’—즉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존재한다. 북한은 이를 적대행위의 상징으로 간주하며,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중단 또는 축소를 일관성 있게 요구해왔다. 이 대통령이 이 사안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8월 25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조율 부담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언급 부재는 대화 복귀의 명분 부족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경축사의 메시지가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거나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면 이재명 대통령이 해야 할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정책 원칙을 요약한다.

첫째, 북한체제 존중 및 적대행위 중단이다. 북한의 정치체제 존중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공식 문서, 외교 채널, 국제무대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서울이 체제 전환이나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존재론적 불안을 완화하는 전략적 안심 조치다.

둘째, 상호신뢰 회복 및 대화를 재개한다. 신뢰는 선언이 아닌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회복된다. 대화 재개는 단순한 채널 복원이 아닌 제도적 재설계를 필요로 한다.

셋째. 단계적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추진한다. 현실적인 비핵화 프레임워크는 3단계 순서로 동결→감축→ 폐기(비핵화)와 정치적 상호성의 통합을 요구한다. 한국은 검증 가능한 동결을 시작으로, 점진적 폐기를 대응적 인센티브(제재 완화, 경제협력, 정치적 보장)와 연계하는 단계적·구체적인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프레임워크(framework)를 제안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부의 단계적 논의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레임워크가 결여된 상태로 보완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체제보장 없이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재개를 거절하기 때문이다.

넷째, 북미 간 외교관계를 적극 지원한다. 북미 협상의 병행 진전은 남북관계의 지속적 동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미 간 전략적 조율을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 보장을 균형 있게 설계한 단계적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모델을 공동 개발해야 한다. 국제적 지지 확보 또한 중요하다.

북한의 적대적 반응 

이재명 새 정부의 새로운 우호적인 새 대북정책 원칙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현재까지 극도로 적대적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8월 18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를 “기만적 인 평화 제스처”로 규정하고, 남측의 대북정책을 “흡수통일 망상”에 기반한 위선으로 몰아붙였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라 비하하며, 남측 정권의 정통성 과 자주성을 전면 부정했다.

김여정의 담화는 단순한 반박을 넘어,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문제’가 아닌 ‘국가 간 적대관계’로 재정의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 김여정은 “마주 앉을 일도 없다.”,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표현을 통해 대화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고, 남한을 북한 헌법상 ‘적대국’으로 명시할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군사적 긴장 고조나 외교적 고립 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북한지도부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북한지도부가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전연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북한의 이러한 적대적 반응은 세 가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인다. 첫째로, 남북관계를 제도적으로 적대화함으로써 내부 결속과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둘째로, 남측의 평화 제안조차 위선으로 규정함으로써 대화의 문을 닫고, 향후 도발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셋째로, 남측을 미국의 대리인으로 규정함으로써 외세 종속 프레임을 강화하고, 국제적 대결 구도를 고착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의 이런 반응을 볼 때 상당히 선전적이고 정치적 발언이거나 아니면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전연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북한지도부가 오인하는 일이 없길 기대한다.

북한의 이러한 적대적 반응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신중한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만약 한국이 무대응을 할 경우, 북한의 담화 수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 비판과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선별적 반박은 비하 표현을 무시하고 평화 의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긴장 완화와 국제적 지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전면 반박을 시도할 경우, 한국정부가 북한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할 수 있으나, 남북관계는 최악의 적대적 관계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우호적인 시그널과 김여정의 적대적 반응은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안타깝다. 이 대통령은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접근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이를 전략적 기만으로 간주하며 체제 생존 위협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구조적 충돌은 남북관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으며, 이재명 정부는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보다 강력한 실질적 화해·협력·평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구사하고 국제적 공조를 통해 북한의 적대 프레임을 무력화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남북 대화 전망: 북미 대화 이후의 연계 가능성

현시점에서 평양 측은 서울 측과의 직접적인 대화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여정은 남측의 대화 제안을 “기만술”로 규정하며, 남북 간 마주 앉을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을 넘어, 북한이 남측을 ‘적대국’으로 헌법에 명시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이는 남북관계를 단순한 민족 내부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국가 간 적대적 관계로 재정의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간 직접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외교 전략은 항상 다층적이며,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경우 남북 대화 역시 우회적으로 복원될 것이다. 북한은 북미 대화를 통해 국제적 명분과 체면을 확보한 뒤, 남측과의 대화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적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남측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면서도, 외교적 고립을 피하고자 하는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이재명 정부도 역시 이러한 구조를 잘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북미 대화의 진전을 활용해 남북 대화의 문을 다시 여는 전략적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9.19 군사합의 복원, 대북방송 중단 등 실질적인 평화 제스처를 이미 실행했으며, 통일부와 외교부는 북미 대화와 연계된 남북 대화 복원 전략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3국을 통한 간접 접촉이나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과의 비공식 채널을 유지하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가 평양에 특별특사 파견도 심각하게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남북 대화의 전망은 단선적인 접근이 아닌, 북미 대화의 흐름과 국제적 외교·안보환경에 따라 점진적으로 열릴 수 있는 ‘우회적 경로’에 기반하고 있다. 북한이 직접적인 남측 접촉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남북 대화 역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는 전략적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남측은 대화의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실용적 접근이 요구되며, 외교적 인내와 다층적 준비가 핵심이 될 것이다.

중국 전승절 참석에 따른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성과 평가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어 단순한 외교 행사 참석을 넘어서는 전략적 외교 무대였다. 그는 이 행사에서 국제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북중 관계를 복원하며, 향후 북미 협상과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층적 이익을 확보했다고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왼편에서, 시 주석 오른편의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함으로써,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서 전략적 품위와 위상을 갖추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강하게 전달했다. 이는 북한의 외교적 정당성과 전략적 독립성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키는 장면이었으며, 중국이 전략 핵무기를 공개한 가운데 김정은이 그 중심에 위치했다는 사실은 북중 간 전략적 연대의 상징성을 극대화한 장면으로 평가된다.

행사 직후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혈맹”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였고, 북중 관계의 역사적 연대성과 정치적 신뢰가 재확인되었다.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 중국의 지지와 협력이 북한의 전략적 안정에 필수적임을 강조했고, 중국은 직접적인 제재 위반은 피하면서도 북한의 내부 안정과 체제 유지를 위한 제한적 지원 의지를 시사했다. 양국은 “자주권 존중”, “외세 간섭 반대”, “지역 안정” 등의 표현을 통해 미국과 한국을 향한 간접적 경고 메시지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북중 정상회담과 북러 정상 간 접촉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더 이상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러가 공개적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회피함으로써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묵인하는 외교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 프레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핵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체제 안정의 수단으로 고착시키고 있으며, 북중러 연대는 이를 외교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어 우려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구조적으로 주목할 점은 북중러 3자 연대의 상징적 밀착이다. 세 정상은 톈안먼 망루에 함께 올라 66년 만에 공동 등장함으로써, 반서방 연대의 시각적 시현을 연출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동북아 안보 구도에 구조적 파장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비록 공식적인 3자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이들의 공동 등장 자체가 전략적 연대의 상징성을 강화하는 외교적 퍼포먼스로 기능했다.

한편, 한국 대표단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고 시진핑 주석과 면담하는 등 외교적 균형을 시도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접촉은 간단한 인사에 그쳤다. 이는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었으며, 남북 간 대화의 가능성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는 북한의 태도를 시사하는 의미로 보인다.

요약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행사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성과를 확보했다고 판단된다. (1) 국제적 위상 상승 및 핵 보유국 이미지 강화. (2) 북중 관계 복원과 외교적 보호막 확보. (3) 북미 협상 대비 메시지 조율과 협상력 증대. (4) 북중러 3국 연대의 상징적 중심축으로 부상. (5) 한반도 비핵화 의제의 외교적 소거를 통한 핵 보유국 지위의 암묵적 정착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과는 향후 북미 협상, 한반도 정세, 그리고 동북아 외교 구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이득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전략적 자율성과 외교적 레버리지를 병행하는 유연한 접근이 요구되며, 북중러 연대의 상징성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실질적 협력과 다자외교를 통해 균형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 의제의 국제적 정당성을 재확립하고, 북한의 핵 보유국 서사를 견제할 수 있는 외교적 메시지 설계가 시급하다.

정책 건의

이재명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남북관계의 구조적 전환을 위한 전략적 설계도로서, 두 개의 정책구상을 통해 실행 가능한 평화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다. 이 구상은 내부적 신뢰 구축과 외부적 외교 병행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의 외교적 역할 재편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현실적 재구성을 동시에 겨냥한다.

실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은 기술적 대응을 넘어, 전략적 감각과 외교적 설계가 요구되는 복합적 과제이다. 특히 북한의 체제 존중과 적대행위 중단을 기반으로 한 신뢰 회복, 대화 복원, 단계적 비핵화는 상호 연계된 구조적 전환의 축으로 기능하며, 한국의 외교 전략이 단순한 반응형에서 설계형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변화시키는 유인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전략적 조율,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 그리고 국내적 정치 합의의 형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이 북미 협상의 프레임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전략적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중재를 넘어선 외교적 위상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통일뉴스> 칼럼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채택해야 할 전략을 제시하였다. 무엇보다 기존의 적대적 상호주의(hostile tit-for-tat)를 폐기하고, 상호 양보를 기반으로 한 우호적 상호주의(friendly tit-for-tat)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북한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접근으로서, 협상 재개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또한 2018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이 두 가지 조건—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체제 안전보장—을 제안한 점과 그리고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2018.6.12)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security guarantees)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명기한 ‘북한체제 보장’을 합의한 점을, 이재명 정부가 협상의 출발점으로 수용할 것을 필자는 강하게 주장한다. 이러한 조건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협상 프레임을 설계할 경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 개연성을 높일 수 있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외교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의 전략적 조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미·중·남·북 4자 회담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한반도 전체의 지정학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추진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외교적 유연성과 선제적 대응을 통해 협상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국내적으로는 초당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대북정책의 전략적 전환을 모색하는 데 있어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향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강대강 전략의 폐기, 우호적 상호주의 전략의 선택, 북한의 조건 일부 수용, 외교적 균형 확보는 모두 이재명 정부가 고려해야 할 핵심 정책 축이며,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복원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념을 초월하여 실용주의적 사고로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그가 원하는 북한체제 보장과 한반도 평화조약과 맞교환하는 전략적 통 큰 결단을 해야 할 기회가 온 것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가까운 시일 내에 한다면 한반도는 ‘전쟁위기’에서 벗어나 핵 없고 번영하는 평화공존시대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기 대 명예교수)

한국 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 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 통일 협의회 이사장 (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 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 포럼(KAPAC) 상임고문, 제19-21기 평통 LA 협의회 상임고문, 제23기 통일 교육의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 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 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PF)의 혁신 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Award(해외부분)수상(2025). 36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6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 문제 해법: 새로운 모색』(한국학술정보, 2024), 『한반도 비핵·평화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