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우호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 유지”

한중 외교장관, ‘APEC을 한중관계 발전 계기로’

2025-09-18     김치관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Wang Yi)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3시간에 걸쳐 회담 및 만찬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12호각에서 왕이(王毅, Wang Yi)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및 만찬을 갖고 3시간에 걸쳐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을 협의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처음이다.

외교부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장관은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발전시켜 나가되 국익과 실용에 기초하여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정부 입장이라고 하고, 한중 양 국민간 상호이해 제고 및 우호정서 증진 등 한중관계 발전의 민의(民意)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 추진해 나가자고 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중국이 대 한국 우호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자고 하였다”고 전했다.

친일 행보와 한미동맹에 올인한 윤석열 정부가 쫓겨났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치중하는 행보를 보여온 점에 대해 조 장관이 ‘국익과 실용’을 들어 해명한 셈이며, 왕 부장도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설치 이후 보이지 않게 작동시켜온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등으로 한국 우호정책이 ‘안정성과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했음을 간접 시인한 모습이다.

조 장관은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관계 발전이 양국 국민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왕 부장은 올해와 내년 한중 양국이 연이어 APEC을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한국이 내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을 경주 APCE 정상회의(10.31~11.1)에 초청했고,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왕 부장의 화답은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회담 후 주중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시 주석 방한에 대해 “확실할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장관이 경주 APEC 전에 왕 부장의 방한을 초청한 데 대해, 왕 부장은 조만간 한국에서 조 장관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양국을 오가며 열렸던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이번에 한국에서 열릴 차례였지만 조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성사된 것.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시 주석 방한에 앞서 왕 부장이 10월 중 한국을 찾아 실무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히고 “방한하게 되면 안보실장 등과 다층적으로 면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라는 중책을 겸직하고 있다.

한중 외교부장관회담에서는 양국간 현안들에 대해 폭넓은 협의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외교부는 “조 장관은 서해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국 내 우리 국민들의 안전 및 권익 보호를 위한 중측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중국의 서해 해상 구조물에 대해 단호한 입장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2022년경부터 2개의 부유시설과 1개의 고정시설을 설치했고, 우리측의 철거 요구에 ‘현장 방문’을 제안하며 거부해 양국간 주요 사안으로 불거진 상태다. 또한 중국내에 퍼져있는 혐한(嫌韓) 분위기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조 장관은 우리정부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중측의 노력을 당부했고, 왕 부장은 중측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지속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

이날 회담에 김한규 주중국대사대리, 외교부 강영신 동북중앙아국장, 김선영 양자경제외교국장, 백용진 한반도정책국장 등이 참석했고, 중국 외교부에서는 쑨웨이둥 부부장(차관), 류진쑹 아주사장(아시아국장), 천샤오춘 아주사 부사장(부국장), 궈자쿤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