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금노동자 316명, 8일만에 귀국

조현 외교장관 “비자 데스크 설치 빠른 시일 안에 추진”

2025-09-13     김치관 기자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16명이 구금 8일 만에 전세기 편으로 12일 오후 3시15분쯤 인천공항에 무사히 돌아왔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16명이 구금 8일 만에 전세기 편으로 12일 오후 3시15분쯤 인천공항에 무사히 돌아왔다.

전세기에는 한국인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중국 10명, 일본 3명, 인도네시아 1명) 등 총 330명이 탑승했고, ‘자진 출국’을 거부하고 1명이 현지 구금시설에 잔류한 상태다.

잔류를 선택한 1명은 미국 영주권 신청자 신분으로 가족이 현지에 있어 잔류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구금 상태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개인 변호사를 통해 보석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까지 영사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노동자들 상당수는 체포 당시 입었던 작업복 차림이었고, 구금시설 환경은 열악했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가족들과 만난 노동자들은 기업에서 마련한 차량으로 가족들과 함께 개별적으로 귀가했다.

공항에서 풀려난 노동자들을 맞이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현지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귀국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취재진 앞에 섰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전세기 보다 조금 늦게 귀국해 도어스태핑을 가졌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공항에서 이들을 맞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B1비자(단기상용비자)에 대한 양국 간 해석 차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워킹그룹에서 논의해서 불신의 씨앗을 없애야 대한민국 기업들도 향후 안전하게 믿고 투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별도 비행편으로 전세기 보다 조금 늦게 귀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300여 명이 미국에 구금돼 고초를 겪은 일은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 측에 이들의 재입국 관련 어떤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으로부터 확답을 받았다”고 재확인했다.

특히 “미국 국무부와 비자 문제 해결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합의했다”야 “새로운 종류의 비자를 만드는 방안, 주한 미국대사관에 기업투자 관련 업무종사자들을 위한 별도의 데스크를 설치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특히 비자 데스크 설치는 빠른 시일 안에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입국에 문제가 없도록 정부 차원이 노력했다”며 “(구금시설에서) 나갈 때 서류 절차를 밟는 과정이 있었는데, '범법행위가 있었는지'를 묻는 란에 체크하지 않도록”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답했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실은 당황스럽다”며 “현재 상태라면 미국 현지 직접투자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매우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짚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유롭게 돌아가게 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수갑을 채우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 앞에서 “구금된 모든 분들이 안전하게 귀환하신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이례적으로 신속한 석방과 재입국 시 불이익 해소까지 세심하게 지원해주신 정부 관계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김 사장은 “구성원들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귀국 인원과 협력사 직원 전원에게 추석 연휴 종료 시까지 유급휴가와 건강검진과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12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구금돼 있던 일본인 3명이 전세기로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 측 관계자의 협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외교부와 현대엔지니어링,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구금된 317명 중 ESTA(전자여행 허가제) 170명, B1(사업)·B2(관광) 비자 146명, EAD(취업허가) 비자 1명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직원 68명은 주재원 비자인 L1 비자(49명)와 E2 비자(19명)를 보유하고 있어 미 이민당국의 단속에서 제외되었고, EAD 비자(Employment Authorization Document)를 보유하고 있던 협력사 직원 1명은 합법적인 신분으로 허용된 범위 내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리한 단속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확인했다.

한정애 의원은 “미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미 당국의 단속으로 인하여 최소 2~3개월의 공장 건설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새로운 비자를 만들거나 한국인을 위한 별도의 쿼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외교부는 미국과의 조속한 협의를 통해 B1 비자를 소지한 기술자의 공장 구축 활동 보장과 공장 건설을 위한 출장 시 유연한 B1 비자 발급 방안을 마련해 우리 기업과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 미 조지아주 사태로 체포·구금된 한국인 인원 및 비자현황 (한정애 의원실)

구분

ESTA
(전자여행 허가제)

B1(사업
B2(
관광)

EAD
(취업허가)

합계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60

6

1

67

LG에너지솔루션 본사직원

24

22

-

46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86

118

-

204

합계

170

146

1

317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등은 9일 오전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정부를 규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앞서,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트럼프 경제·일자리·먹기리·안보위협 저지 공동행동(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은 9일 오전 서울 미국대사관 건너편 광화문 세종대왕상 뒤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관세폭탄과 노동자감금에 굴욕적 대미투자와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한미동맹 필요없다'고 트럼프 정부를 규탄하고 "관세폭탄 노동자감금 대미투자 중단하라"고 한국 정보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