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생각을 하면 절대 안 된다”
[하태한의 촛불 일지] 155차 촛불대행진(2025.8.30.)
8월 30일(토) 155차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촛불대행진’ 시작합니다.
늦더위에도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 주요 사건으로 한덕수 전 총리의 구속영장 기각, 김건희와 윤석열의 진술거부는 계속되고 있다. 특검수사를 하면 할수록 너무 많은 비리가 계속터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도데체 끝이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 기간과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 검찰개혁의 기본축인 검찰의 기소와 수사의 분리를 흔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건축공사의 완성은 마무리에서 결정된다고 하는 것처럼 내란청산과 개혁입법도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최후의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방심하지 말며, 정당과 정부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면 절대 안 된다. 틈을 보이면 내란과 검찰, 언론권력은 바로 역공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선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전진해야 할 것이다.
오후 6시에 시작된 집회장은 아직도 무더웠다. 바닥은 미지근하게 달궈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은 건물사이의 햇빛을 피해서 앉기 시작했다. 그래도 폭염의 열기는 조금 가셨다.
오늘은 고대(일명 소경팀)동지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지난 대선 직전에 참석하고 그동안 쉬었다. 그때 몇 퍼센트로 이길 것인가로 뒷풀이에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후에 업무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고 했다. 이제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정세가 다시 발동을 걸었다 했다. 그래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꼭 참석하고, 급변하는 정세가 도래하면 계속 나오기로 했다. 매번 혼자 취재도 하고, 구호도 외치고 행진도 하였지만 허진함이 항상 있었는데 오늘은 매우 반가웠다. 근 3달만에 만났으니 오죽 반가웠겠는가.
집회를 마치고 세종대왕상, 미대사관 건너편, 광화문, 동십자로, 일본대사관 건너편, 조계사, 종각역, 청계천로, 소라광장, 다시 광화문역으로 행진했다.
행진코스를 따라서 경찰은 도로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다시 이쪽으로 왔다갔다로 유도했다. 주요 시설물에서는 반대차선으로, 신호등사거리에서 반대차선으로 이동시키면서 전진했다. 교통상황에 맞추고, 도로를 완전히 막지 않고, 한 차선이나 두 차선이라도 꼭 소통을 하게 했다. 완전차단을 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차량통행을 유지하면서 진행한 것이다.
차량을 차단하고 빨리 행진을 시키는 것이 더 나을것이라 보이는데 경찰도 원칙을 차단보다는 소통과 안전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행진 중에 오늘은 유난히 항의를 많이 받았다. 어르신들이 특히 거칠게 항의하고 욕설을 하였다. 물론 시위대는 접촉과 대응을 하지 말라고 지휘부와 자원봉사자가 알려주어 반응을 하지는 않고 있다. 극우들의 입장에서는 많이 약이 올라있고, 대선 패배의 충격, 특검수사로 위축되어 있으니까 이해되기도 했다.
광화문 집회도 대폭 축소되어 기세가 꺽여 있는 상황에 촛불대오가 계속되고 있으니 감정이 격앙되었을 것이다.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만류해서 직접적인 충돌은 없으나, 언제라도 불이 다시 붙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빨리 입법과 구속, 재판으로 결론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마치고 광화문역 경성치킨으로 갔다. 고대의 주종인 막걸리를 포기하고, 무더위에 맞추어서 치맥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회포도 풀고, 토론도 하고, 앞으로 참석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마시는 맥주는 더욱 시원했고, 안주인 치킨은 더 맛있었다. 같은 술과 안주도 누구와 함께, 어떤 자리에서 먹느냐가 중요함을 느끼게 했다. 동지와 함께 투쟁하고, 함께 먹고 마시고, 무용담을 소재로 떠드는 밤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