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한일 시민의 성과”
간토대지진 102년 맞아 일본 ‘간논지 보화종루’ 새 단장
“간토대지진의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평화를 위한 마음을 담은 한일 시민 공동의 노력으로 보화종루를 새로 단장했다”
26일 오후 일본 치바현 야치요시 간논지(観音寺)에서 간토대지진 학살 피해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40년 전 세워진 ‘보화종루(普化鐘楼)’ 새 단장 완공식이 열렸다. 1985년 세워진 보화종루는 세월의 무게로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었는데, 한일 시민들의 모금으로 기와가 새로 올라가고 단청도 입혀졌다.
이날 개보수 완공식에서 신이영 사단법인 유라시아문화연대 이사장은 “40년 가까이 되다보니 반드시 보수하지 않으면 무너질 정도였다”며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을 계기로 한국 관련 단체 인사들이 나서서 보화종루 개보수를 위한 모금 활동을 펼쳤다. 일본 관음사 측도 기부금을 많이 거뒀다. 이 보수작업은 한일 양국이 각기 잘하는 분야를 맡아서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그리고 “일본이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한 것은 잘못된 일이고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가해자들을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국민이 평화롭게 지내는 세상이 올 때, 조선인 희생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키타쿠마(関琢磨) 간논지 주지는 “한일, 일한 공동으로 공사가 진행됐다”며 “40년 전 보화종루를 세웠던 마음, 평화를 향한 마음을 담아 개보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논지가 위치한 야치요시 토모노리 핫토리(服部友則) 시장도 “40년 전 세워진 보화종루는 일한 시민이 공동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새롭게 단장하게 되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보화종루 개보수 완공식은 개보수를 제안했던 오충공 감독이 진행을 맡았다. 세키타쿠마 주지의 불교의식, 조화선 씨의 살풀이춤, 참가자들의 위령의 종 타종식 등으로 어우러졌으며, 재일동포와 일본인 등 40여 명이 함께했다.
보화종루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피해지를 발굴하고 매해 위령제를 지내 온 간논지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한국의 극작가 김의경, 민속학자 심우성 등 문화, 예술, 언론인들이 모여 1985년 9월 세워졌다.
2003년 단청을 보수한 적이 있지만, 전체적인 종루 개보수가 절실했던 상황. 이에 20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을 맞아 2022년부터 사단법인 유라시아문화연대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펼쳤다. 이에 한일 시민들이 9천여만 원을 모금했다.
하지만 애초 예상과 달리 종루 상태가 좋지 않아 전반적인 개보수를 해야 해 시일이 늦어져 간토대지진 102년인 올해 개보수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단청 명장 양용송, 양용선 형제 장인이 단청을 입혔고, ㈜고령기와가 보낸 기와가 올라갔다. 또한, 김운성 작가가 제작한 ‘반성, 화해, 기억의 계승’이라는 현판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