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APEC 때 김정은과 만남 추진”, 트럼프 “슬기로운 제안”

2025-08-26     이광길 기자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의 첫 대면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사진-백악관]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올 가을에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초청했고 ‘가능하다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보자’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다’라고 평가하면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여러 차례 치켜세웠다.”

25일 오후(현지시간) 강유정 대변인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백악관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특히, 이 발언은 ‘오찬을 겸한 비공개 회담’에서 나온 것이라고 알렸다.    

비공개회담 직전 50분 넘게 생중계된 소인수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분쟁에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왔다고 치켜세운 뒤 “가급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도 만나시고”라고 권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냈고 어느 정상보다도 그를 잘 안다며 “올해 (안에) 그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비공개회담 막바지에 이 대통령의 수행원들에게 줄 선물에 사인하기 위해 집무실 책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한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회동이 오는 10월말에서 11월초 경주 APEC 계기에 재연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써준 메시지를 공개한 강유정 대변인. [사진 갈무리-MBC 유튜브]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비공개회담에서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는 등의 말로 이 대통령에게 대한 친밀감을 여러 번 드러냈다. 

나아가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거 ‘암살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깊이 공감하면서 상세한 얘기를 나눴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비공개회담 모두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묻고 교역 및 관세협상에 대한 간단한 점검을 했다. 두 정상은 미국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140분에 걸친 회담을 마무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며 이 대통령과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의 느닷없는 SNS 글로 긴장 속에 시작된 두 정상의 첫 대면회담이 순조롭게 끝난 것이다.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CSIS 정책연설에 참석한 뒤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찬을 함께 한다. 26일 아침 알링턴국립묘지에 헌화하고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서재필 기념관, 한화 필리조선소를 시찰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