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남북관계, 2018년 보다 훨씬 나쁘다”

“‘전략적 유연성’ 미 요구 있으나 쉽게 동의하긴 어려워”

2025-08-25     이광길 기자
24일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 간담회를 개최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 갈무리-KTV 유튜브]

“2018년 상황과 구조는 좀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객관적으로 전혀 비슷하지 않다. 훨씬 나쁘다.”

24일 일본에서 미국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남북-남북미 관계가 2017년 겨울과 비슷하다. 당시 터닝포인트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었듯 이번에는 APEC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질문을 받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같이 잘라 말했다.  

“불신도 매우 깊어졌고, 적대감도 매우 커졌고, 북한의 핵무기 또는 미사일 개발 정도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고. 또 주변국 관계도 많이 나빠졌죠. 지금은 더구나 세계 평화 또는 다른 나라의 입장, 동맹의 입장 이런 고려보다는 자국의 이익, 이게 더 중요한 상황이 돼서 객관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상황은 안 좋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문제 해결의 방향과 목표는 똑같다”면서 “예를 들면 한반도 비핵화 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 소통, 협력의 필요성,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될 한반도 정책, 이것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상황이 나빠진 만큼 필요성은 훨씬 더 커졌다, 그러니까 노력도 과거보다 몇 배는 더 들여야 현실적인 성과들이 조금이라도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해 나가는 게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한일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데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일관되게 취해온 입장”이라며 “당연히 한반도 비핵화로 가야겠죠”라고 대답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일거에 비핵화를 실현할 수는 없으니까 “국가안보실장 표현에 의하면 중단, 일단 멈추고, 축소하고 종국에 가서는 비핵화 하는 게 맞겠다”라며 “이건 트럼프 대통령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서 한 합의의 핵심적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북핵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며 “그래서 그 얘기는 누가 하든지 아마 한번쯤은 해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길을 한번 만들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김여정 부부장의 공식 발언에서 제가 ‘위인 되기는 어렵겠다’라고 하는 것을 보고 ‘위인 되기를 기대하나’보다 이 생각이 얼핏 들었다”면서 “사람들의 말에는 복선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보면 어려운 상황 아닌가, (남북이) 서로. 지금 저는 그런 생각도 한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북한을 심히 자극했던 것 같은데,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참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한편으로는 한다.”

이 대통령은 “제가 한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래서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았느냐.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있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여정 부부장이든 김정은 위원장이든 그들의 입장이 있을 테니까, 그 입장을 고려해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대로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해서 억제력을 기반으로 해서 대화하고 소통해서 군사적 충돌 위협을 최소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대한 확보해서 경제 안정도 누리고, 국민 불안도 줄이고, 충돌의 위험성도 줄이면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하는 거 아니겠나. 그래서 이런 것도 일부 표현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큰 흐름 중에 돌출 부분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일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들 중 일부, 일각에서 문제 지적하고 있는 거 알고 있다. 문제 지적당할 것도 각오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 분명히 있고 시정해야 된다.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경제문제, 안보문제, 기술협력 문제, 기후 사회 문제, 국민들 간에 교류 협력 문제를 다 팽개칠 필요는 없지 않냐”면서 “‘투트랙’으로 가야 된다”는 평소 지론을 반복했다.

‘전략적 유연성 관련해 유사시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요구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가’는 의문에는 “외교안보 대화에서는 상대가 곤란할 아주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얘기는 잘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서, 어쨌든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그런 얘기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쓰는 단어들이 의미들이 조금씩 다른데 그런 것들을 조정하는 것도 협상이기 때문에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험악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25일 오전(한국시간 26일 새벽)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장관급 수준에서는 ‘정상회담 결과 문서’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