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민족의 화합을 원한다면 실속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기고] 강문 전 북 대외경제 담당 간부
최근 정부가 대북관계 완화를 위한 일부 노력에 대해 자평한 것을 두고 북녘에서 처음으로 화답했을 때 그 의미심장한 표현을 정확히 읽고 그 뒤 표현과 행동을 자제했어야 했다.
그러나 오만하고 잘못된 해석과 판단으로 오히려 더한 자극만 주었으며, 현 정부에 대한 실오리같은 기대마저 허물어지게 만든 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성의있는 노력에 대한 왜곡"이라느니, 지어 여당 중진 일부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인식한 관심끌기"라는 '무식한' 표현도 튀어나왔다.
남북관계에 관심있는 정치인이 아닌 일반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도 새 정부 출현 후 북녘의 반응을 보면 긍정적인 기대로 주시하며 조심스레 반응하고 있었음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되었는가?
분단의 화근적인 요소와 남북관계 경색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겉치레적인 행동으로 국민들의 관심끌기만 하는 기존 정권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정부의 모습에 실망한 북이 더욱 초심을 굳히게만 하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기이하고, 어쩌면 안하려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실 반발이 야당이나 국민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있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은 현 정치인의 표현이라기에는, 그리고 설사 야당의원의 발언일지라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 현실도피적이라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과연 분단의 원흉인 미국을 넘어선 그 어떤 중대한 결단이나 실천을 남녘 어느 정권이 해본 적이 있었던가?
-어렵게 이뤄낸 남북 간의 합의와 선언이 일관하게 지켜졌던가?
-오늘의 가장 파극적인 남북관계 경색이 하루이틀 사이의 결말인가?
-남북관계 해소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풀었는가?
-80년 분단속에 오해되고, 왜곡되고, 악마화된 동족인식을 바로잡을 국민공감대가 마련되었는가?
대화나 외교를 하려면 상대를 이해하고 파악한데 기초하여 대응책을 세워 접근하는 것이 상례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북이 왜 한 민족임을 뼈저리게 아픈 마음으로 부정하려 했으며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으려 하는지, 왜 문을 열려고 안하는지 아직도 구분이 안 된단 말인가!
아마도 그런 듯하다.
그러니 앞에서는 내용도 크게 없는 값싼 행동으로 북을 무마하며 국민의 눈을 싸매놓고, 뒤에서는 축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 침략적인 군사연습을 강행하게 하였으며 사대종속적, 북침적인 "한미혈맹"을 칭송하면서도 "적대와 대결을 뒤로 하자!"는 어불성설만 되뇌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외교당국자가 "단계적인 북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 대화, 북남 대화 재개를 모색"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억지력인 북을 비핵화하고 군사적 균형을 허물어 무장해제 시켜 결국은 흡수통일 하겠다는 간교한 속셈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논하면서 북에는 "흡수통일"의 의사가 없다며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 식의 후안무치한 주장으로 화답하고 있으니 북이 경악할 만도 하다.
북이 최근에 미국을 향해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그 어떤 회담의사도 없으며 동맹국 푸틴의 북미회담 주선마저도 거부하였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비핵화"와 "북미, 남북 회담"을 거론하는 것이 진정으로 대화를 바라고 대결을 원하지 않는 자세이며, 역대적인 군사연습을 "방어적"이라며 강행한 것에 대한 북의 비판이 오늘날 현 정부에만 "왜곡"으로 들릴 리가 없다.
외교당국자마저 현저하게 달라진 지정학적 변화와 국제적 환경을 파악하지 못한 듯한 이러한 비현실적이며 전혀 갱신되지 않은 활동방안을 추진한다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마저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대로 집권한 현 정부가 진심으로 남북관계의 해결을 원한다면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얕은 정책 실행으로 내로남불만 유발시키지 말고 북녘이 기대하는 현실적인 결단을 하여 자주적인 대화의 준비로 화답해야 할 것이며 수구꼴통들에게 대결과 정쟁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정답은 자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