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그리고 새로운 세계질서

[기고] 지철 한반도 정세 분석가

2025-08-05     지철

트럼프가 미 대통령 자리에 다시 앉고 나서 세계가 요동칩니다. 트럼프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있습니다. 흔히 '괴물'이니 '돈키호테'니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묘사합니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을까요? 정말 트럼프는 '괴물'일까요? 이 대답을 하기 전에 우선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미국의 상황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에 의해 세계질서가 정립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자본가 집단의 최대 관심사는 20세기 초 불길처럼 번지던 사회주의 열풍을 확산시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소련과 중국 그리고 그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지요.

그 이유로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이 쳐지고 전후 세계질서는 '동서 간의 냉전'이라는 체제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 질서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적 힘으로 지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군수산업집단은 전후에도 지속적으로 막강한 이득을 챙기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소련이 해체되고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정치군사적 세계질서를 유지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미국의 군산복합체라고 불리는 자본들이 그렇게 세계질서를 유지한 것입니다. 여기저기 싸움을 일으켜 돈을 벌고, 군사력 경쟁을 유발해서 무기장사를 하고... 이런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반발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극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미국 군산복합자본의 정책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소련이 있을 때에야 사회주의 확장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소련이 해체되고 동구 사회주의권이 무너졌는데 아직 정치군사력 위주의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 경제를 위해서 득이 될 것이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엄청났고, 그로 인한 미국 재정적자는 계속 불어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의 산업 불균형도 만만치 않은 문제였습니다.

군수자본이 아닌 다른 자본들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지요. 정책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정치권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에서 호응하는 세력이 생겼습니다. 민주당에서 호응하는 세력을 통해 정치군사 중심의 세계질서를 경제 중심의 세계질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부시와 앨 고어가 싸웠던 2000년 미국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대선이 된 것은 미국의 두 자본세력이 첨예하게 충돌한 이유였습니다. 2004년 부시와 존 케리가 붙었던 대선도 2000년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치열했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부시가 8년을 재임하면서 미국경제를 소위 개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대통령 자리를 민주당의 오바마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으나, 군산복합자본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자본은 대체로 유대자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군산복합자본도 그렇지만, 여타 자본 위에서 말한 그에 반발하는 자본도 유대자본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대자본의 특징은 금융자본을 함께 운용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금융은 초기 군산복합자본이 주류를 이루었다가, 여타 자본들이 조금 늦게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든 금융이다 보니 공격적인 자본운용을 했고 그만큼 취약성이 컸습니다.

오바마가 당선되고, 취임 전 금융위기가 생깁니다. 군산복합자본이 여타 자본세력의 금융운용상 취약점을 이용해서 그들의 금융자본에 커다란 타격을 준 사건입니다. 그때 샴페인을 터뜨린 금융회사가 군산복합자본 계열의 금융사였던 것입니다.

오바마는 지지세력을 잃으면서 완전히 벙~찝니다. 군산복합자본의 도움없이는 국가를 제대로 이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오바마의 대선 공약 중 의료보험 개혁을 제외하고는 주요 공약이 모두 지켜지지 않는 빈공약이 돼 버린 이유입니다. 군산복합자본의 충실한 개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그 뒤 오바마의 임기 8년은 기존 군산복합자본의 정치군사적 질서유지를 충실히 이어가는 정책을 폅니다.

이후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온 힐러리는 군산복합자본의 철저한 신봉자를 자처합니다. 반면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는 기존 정치군사적 질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경제위주의 세계질서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심각한 산업불균형의 문제가 있긴 해도 아직 자본과 기술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나라이고, 부익부의 법칙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질서에서 경제적 싸움을 하면 충분히 승산이 았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1기 트럼프를 경험했고, 바이든을 거쳐 다시 2기 트럼프를 맞이하여 반년을 보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교육원 이문영 교수는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표현하는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좀더 명확한 대비를 위해 순서를 바꾸어 보겠습니다. “우아한 위선과 야만적 정직” 혹은 “위선적 우아함과 정직한 야만”. 이렇게 하면 비교가 명확해집니다. 한마디로 숨겨졌던 미국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말입니다. 드러낼 수밖에 없는 미국의 사정이 숨어있겠지요. 거기에 덧붙여 미국의 주 관심사가 정치군사적 관점에서 경제적 관점으로 옮겨간다는 것이 덧붙여지는 것이고요.

향후 미국 내 두 자본그룹의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이번 트럼프의 임기중 내는 성과와 성적이 향후 두 그룹의 싸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겠고요. 미국의 혼란은 꽤 갈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와 산업불균형이라는 경제적 난관을 헤쳐나갈 것인지 점점 주저앉게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입니다.

물론 미국과 트럼프의 정치가 정치군사적, 경제적 문제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겠지요. 민족과 인종, 사상과 이념, 종교 등 미국 내에서 중시하는 많은 문제들도 미국의 정치와 운명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본주의의 첨병을 자처하는 국가이고 자본의 논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나라입니다. 두 자본집단의 싸움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동맹국이라는 말은 정치군사적 질서 속에서 미국이 경제적 호혜를 베풀던 대상들이었습니다. 정치군사적 세계질서가 무너지면서 경제적 질서하에서는 서로 싸우는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힘있는 나라가 약한 나라를 착취하고 억압하여 강탈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트럼프의 미국이 생각하는 다극화 시대입니다. 이 시각은 다른 나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극화 시대가 정치군사적 구시대 세계질서를 벗어난다고 그저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경제적 패권에 의해 휘둘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지난 반년의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세계에 정말 정신차리고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같은 인간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린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필자 약력

 

남원의료원 외과과장
연세대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임상교수
노동과건강연구회 연구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상근의사
경희총민주동문회 부회장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
주권방송 대표이사

 
 

(현) 주권자전국회의 감사
(현) 통일TV 대외협력이사
(현) 국학연구소 이사
(현) 한림대성심병원 외과 중환자전담진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