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론] ‘조한관계’?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조한관계 인정’과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이재명 정부는 이 두 가지를...
‘조한관계’. 생소한 용어가 나왔다. 사실상 공개적으로는 처음 보는 용어이기도 하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8일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같이 ‘조한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 하나로 현시기 북측이 바라보는 남북관계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조한관계’란 북측의 국가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줄인 ‘조선’과 남측의 국가명인 대한민국을 줄인 ‘한국’, 즉 ‘조선과 한국의 관계’를 축약한 말이다. 기존의 용어라면 ‘남북관계’, 보다 정확하게는 ‘북남관계’인데 창졸간에 ‘조한관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한관계'에는 '하나의 민족'은 없고 '두 개 국가'만 있게 된다. ‘조한관계’ 용어를 최초로 담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두 가지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하나는 북측이 2023년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를 통해 규정한 ‘북남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개 국가관계’라는 언명이 당연하지만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 곳곳에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에 구속되어 매우 피곤하고 불편했던 역사와 결별하고”, “조선반도에 국가 대 국가 간 관계가 영구고착된 현실”, “리(이)재명 정부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국제적 각광을 받아보기 위해 아무리 동족 흉내를 피우며” 등에서 보듯,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고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남측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50여일 지나 북측이 처음이자 공식적으로 대남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북측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관련 대통령 당선 사실을 간략하게 보도하는 정도였으며, 대북 확성기 중단과 대북 전단 살포 중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보도나 논평이 없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북측의 반응을 초조히 기다리던 중에 북측이 밝힌 최초의 대남 입장이어서 차라리 반가웠는가? 오죽하면 통일부 대변인이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 그 내용에는 관계없이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첫 번째 공식 반응”이라면서 “이번 담화는 북한당국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겠는가?
담화는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대북 확성기 중단에 대해서도 “한국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거리들로서 어떻게 조처하든 그들 자신의 일로 될 뿐이며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담화는 “역대 한국정권들의 과거행적은 제쳐놓고 리재명의 집권 50여일만 조명해보더라도 앞에서는 조선반도 긴장완화요 조한관계 개선이요 하는 귀맛 좋은 장설을 늘어놓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담화의 결론은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면서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이미 완전히 되돌릴 수 없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남북대화는 영영 이뤄지지 않을까? 앞에서 밝힌 담화의 의미심장한 두 가지 면을 살피면 답이 나올 수 있다. 북측의 요구는 명확하다. 전자의 경우 남북관계를 두 개 국가관계로 규정하는 것, 즉 ‘조한관계’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담화에서 콕 찍어 “우리의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이라고 밝혔듯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조한관계 인정’과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이재명 정부는 이 두 가지를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