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투표한다”
20일부터 21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 시작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투표하러 나왔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20일부터 전 세계 118개국에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 한국중앙회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도 투표가 진행됐다.
낮 기온 29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외국민투표 첫날 한국중앙회관 앞 도로는 투표하러 온 재외국민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고,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현장을 취재하러 온 특파원들로 북적였다.
투표장에서 만난 20대 유학생 최 모 씨는 “국민으로 마땅히 해야 할 권리라고 생각해 투표장에 나왔다”면서 “(지난해)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사람으로 정말 부끄러웠다. 민주주의를 짓밟는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중요한 의미가 있어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유학생 신 모 씨도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위해 신중하게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일부러 후보들의 공약을 천천히 읽어봤다. 5년의 임기만이 아니라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약을 더 꼼꼼히 읽었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짚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60대 재일교포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를 두고 “계엄을 내렸다는 소식을 두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시는 이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투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투표권이 없지만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궁금해 와봤다는 70대 일본인 오노 아미꼬 씨는 “한국에는 재외국민을 위한 투표가 있다는 것을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면서 “일본은 투표율이 낮은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나라를 위해 투표하러 왔다는 게 매우 놀랍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정말 깊고 넓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한국중앙회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부러운 듯 지켜봤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는 오는 25일까지 118개국 233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는 지난해 국교관계를 맺은 쿠바에서도 처음으로 진행된다. 일본 전역에는 19대 재외투표소가 설치됐고, 도쿄에는 한국중앙회관을 비롯해 총 4개 투표소가 마련됐다.
하지만 투표소마다 투표 일자가 달라, 중앙선관위는 “공관별로 운영기간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재외유권자는 공관 홈페이지를 통해 재외투표소 설치 장소와 운영기간 등 자세한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외국민의 투표지는 외교행낭을 통해 한국으로 회송되며 국회 교섭단체 구성 정당이 추천한 참관인이 입회한 가운데 등기우편으로 관할 구·시·군 선관위에 보내 선거일 투표 종료 후 국내 투표와 함께 개표된다.
중앙선관위는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투·개표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중앙선관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재외선거인명부에 등록된 재외투표 유권자는 총 25만 8천254명이다. 2022년 대선과 비교하면 14.2%가 증가했지만, 2017년 대선보다 12.3%가 감소했다.
대륙별 재외유권자 수는 아시아 지역 12만 8천932명, 미주 7만 5천607명, 유럽 4만 3천906명이며, 국가별로는 미국 5만 1천885명, 일본 3만 8천600명, 중국 2만 5천154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