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법꾸라지

[기고] 고승우 한미일연구소 상임대표

2025-04-16     고승우

등장인물 ; 단군, 대통령, 부인, 유관순, 이완용, 대표, 장관, 법관, 남녀 시민, 사회운동가, 수감자.

장면 1

무대의 모든 조명이 꺼진 뒤 가두 시위하는 소리 속에서 탄핵 찬성, 탄핵 반대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그 소리가 잦아들면 ‘단군 이래 최악의 국민 선출 지도자’, ‘이완용이래 최악의 국가파괴자’라는 목소리가 반복되다가 사라진다.

잠시 뒤 어두운 무대 한 쪽 천정에서 빛이 아래를 비추면서 두 사람이 격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 인물은 단군이라고 쓰여 있는 모자를 쓰고 있고 다른 한 인물은 대통령이라는 글씨가 박힌 모자를 쓰고 있다.

단군 ; 자네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대통령 자리를 꿰 찼으면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해야지. 두 쪽으로 갈라놓고 싸우면서 나라가 내란 상태에 빠지게 할 수가 있나?

대통령 ; 불가피했습니다. 야당이 탄핵만 일삼고 예산도 제 맘대로 깎아대니 국정을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군 ; 허허. 또 그 소리. 민주 정치는 여야가 있어야 하고 삼권분립이 되어 있어야하는 거야. 대통령이 자기 맘대로 하는 게 민주정치가 아니야.

대통령 ; 그것도 정도 나름입니다. 야당이라는 자들이 이적행위를 하는 반국가세력과 같은 짓을 일삼으면서 나라가 거덜 날 지경이었습니다.

단군 ; 이봐. 자꾸 그딴 소리하지 말라고.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을 통합해서 정치를 하는 자리야. 선거가 끝나고 당선이 되면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원칙이야. 자기를 지지한 쪽만 챙기는 대통령을 한다? 이건 민주주의를 정면 부인하는 거야.

선거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치 머슴을 뽑는 최대의 잔치고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그 때부터 전 국민의 정치 머슴 역할을 해야 하는 거야.

대통령 ; 그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말씀이고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당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데 이건 대통령을 인정하는 태도가 아니잖습니까?

단군 ; 또 그 소리. 자네가 내란수괴로 수감 되었다가 법원의 해괴한 유권 해석으로 석방되고 헌재가 탄핵 심리를 미루면서 국민들이 양분되고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글펐는데 자네가 남쪽을 또 두 조각내 버렸다니까. 심리적인 내전 상태라는데 앞으로가 정말 큰일이야.

대통령 ;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세상은 형사 재판의 연장입니다. 원고와 피고, 잘한 놈과 잘못한 놈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사회 정의를 가려내려면 편을 갈라야 합니다. 검사, 판사, 변호사 이런 식으로 말이죠. 국민도 좋은 국민, 나쁜 국민으로 갈라 쳐서 누가 옳고 그른지 가려질 수 있습니다.

단군; 에끼. 이 멍청이 법 기술자 같으니라고. 정치를 하려면 세상을 그렇게 보는 게 아냐.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줄 아나?

대통령 ; 대통령 계엄 선포권 같은 것 아닌가요?

단군 ; 이 답답아. 들어봐 정치는 헌법에 국가의 주인으로 명기된 국민에게 정치 서비스를 하는 거야. 정치인은 국민의 머슴이지. 국민이 선거로 선택한 것은 가장 준엄한 거야. 거대 야당을 국민이 선택한 거야.

대통령 ; 그야 가짜뉴스로 그렇게 한 것이죠.

단군 ; 자네 정당은 가짜뉴스에서 초연한 것인가?

대통령; (침묵한다)

단군 ; 거대 야당이 선출된 선거 결과는 당연히 승복하는 거야. 자네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거대 야당을 원망하는 것부터 잘못된 거야. 그것은 거대 야당을 만들어준 국민을 원망하는 것과 같은 의미거든. 알아듣겠어?

대통령 ; 저는 그건 인정합니다만 야당 대표 등이 문제라는 거죠.

단군 ; 자네는 문제가 없나? 다 도토리 키 재기야. 중요한 것은 국민이 선택한 선거 결과에 승복해서 헌법을 준수하고, 3권 분립 정신으로 정치하는 거야.

대통령 ; 저는 그렇게 했는데요.

단군; 자꾸 그딴 식으로 이죽거리지 마. 나도 성질난다. 자네가 거부권으로 야당이 주도한 법령은 다 망가뜨렸잖아. 협상을 했어야지. 자네나 야당이나 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정치하잖아. 세금을 내주는 국민 편에서 판단해야지. 대통령 권한에만 올인 하는 것은 옳지 않아. 알아듣겠나?

대통령 ;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선출직 가운데 선거구가 전국 단위이니까 지역구 단위로 뽑히는 국회의원보다 더 강력한 국가 지도자 아닙니까? 그래서 국회는 대통령이 통솔하는 것이...

단군 ; 입 닥치게. 국회의원 전체의 지역구는 자네가 말한 전국구와 동일해. 헌법 정신에 비춰 대통령이 국회보다 우위에 있다는 발상은 잘못 된 거야.

대통령 ; 저는 과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를 본받아서 그렇게.

단군 ; 입 닥치라니까. 이 친구야. 정치는 종합 예술이야. 전체를 봐야 해. 어느 부분에만 눈이 꽂혀 다른 곳은 못 보는 식이면 곤란해. 내 말 이해하겠어?

대통령 ; 글쎄요.

단군 ; 자네 눈과 귀가 두 개씩이잖아. 두루 살피고 다 들으라는 거야. 왜 입이 하나겠어? 모든 것을 살피되 말은 하나로 종합해서 하라는 뜻이야. 이걸 몰랐나?

대통령 ; 그야, 뭐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단군 ; 아직도 못 알아듣는군, 답답한 일이로세.

대통령 ; 제가 요? 전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요. 야당과 극렬 노조, 이들을 추종하는 세력,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부적절한 언론 등이 문제지요.

단군 ; 구제 불능이군. 자네 말이야. 헌법과 법률을 어기면서 내란 폭동을 일으켜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킨 것에 책임을 져야할 거 아냐?

대통령; 제가 왜요? 전 잘못한 거 하나 없습니다.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려 한 것 뿐 이예요.

단군 ; 들어봐. 자네가 비상계엄을 실시했다면 헌정 질서가 마비되는 거였어. 행정, 사법부는 군인들이 장악할 것이잖아. 그리고 언론은 사전 검열을 하니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은 군사독재로 돌아가는 거야. 그게 직무를 충실히 한 것인가?

대통령 ;(침묵하다가 입은 연다) 전 억울합니다. 2시간짜리 계엄이 있을 수 있습니까? 계엄 때문에 누구 다치거나 죽은 사람 있나요?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정하자 바로 저도 그렇게 조치했습니다. 저는 국민들에게 야당의 폭거를 알리려고 계몽령을 발동한 것에 불과합니다.

단군 ;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 올리려다 내리면서 말한다) 이 작자야. 대통령 자리에 있었으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 군대를 국회와 선관위에 보낸 것부터 헌법과 관련 법 위반이야. 그것도 몰랐나? 대통령이 가장 우선시 할 것은 공화국의 최고법령인 헌법을 준수하는 거야.

대통령 ; 저는 잘못한 것 없다니까요. 제가 구속됐다가 풀려났잖아요. 그리고 헌재도 탄핵에 대해 신중 했구요. 쉽게 결론 낸다고 했다가 장시간 고민했잖아요. 그 결과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라서 분통이 터졌습니다만. 전 그래서 헌재 결정이후 그에 승복한다거나 사과하지 않았던 겁니다.

단군 ; 자네가 법 기술자인 것은 알고 있었네만 공작정치의 대가인줄은 처음 알았네. 사법고시를 치렀다는 작자들이 똘똘 뭉쳐 사상 초유의 내란 수괴 대통령을 풀어주고 탄핵은커녕 도로 대통령 자리에 앉히려고 광분을 하더군. 이거 그 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인가?

대통령 ; 당근이죠.

단군 ; 그 법기술자들의 공통된 모습은 나라의 큰 원칙과 작은 원칙조차 구분치 못하는 거야. 그것은 나라가 내부 원칙이 파괴되어 해체되도록 부채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법기술자 진영은 마치 탄핵 반대 카르텔 같았지. 떼거리의 이익을 위해 나라가 거덜 나거나 망해도 된다는 식의 막가파 적 행태였어.

대통령 ;(침묵한다)

단군 ; 서울중앙지법도 과관이더구만, 자네의 내란 수괴 혐의 사건 1차 공판기일에 대한 언론사의 법정 내 촬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고 공판 출석 때 지하 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더군. 최고 사형 죄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자네가 그런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의심스러워.

대통령 ; 그야 그것이 법치에 부합하는 것 아닙니까?

단군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차 공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횡령 혐의 사건 1차 공판 때는 이들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 자네도 알고 있지. 그렇담 형평성에도 맞지 않잖아?

대통령 ; (머리를 긁적이며 침묵한다.)

단군 ; 헌법 수호와 직결된 중대한 재판이 이렇게 시작부터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사법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엄중한 사태야. 걱정스러워.

대통령 ; (비웃는 미소를 지으며 침묵한다.)

단군 ; 국가인권위원회도 마찬가지야. 위원회가 자네 등 내란죄 피의자들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의결했지. 놀라운 일이었어. 12·3 내란 사태 이후 국민 인권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던 인권위가 자네 등 내란의 주역들에 대해서는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를 냈는데 제 정신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나?

대통령 ; 말씀이 심하십니다. 그들은 모든 차가운 법적 이성으로 법치를 결행한 것입니다.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단군 ; 대통령이 헌법을 짓밟아 구속되었어도 기이한 과정을 거쳐 석방되고 대통령 복귀가 정당하다는 식의 논리를 주장해? 이렇게 하면 전체 국민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겠나? 이건 나라가 외침을 받지 않아도 내부가 병들고 파괴되어 망하는 거야.

대통령 ;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를 보면 정당한 권력은 항상 대중을 선도하고 모범을 보이면서 지배해 왔습니다. 그게 법의 역사입니다. 법은 지배자의 통치 수단이라고 하잖아요. 유전무죄, 유권무죄가 무슨 말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단군 ; 말이 안 통하는군. 그건 그렇고 자네는 친위쿠데타를 모의하면서 점쟁이 하던 전직 군사령관을 모의단계에서 부터 현역 군 장성들을 지휘하도록 했는데 그 또한 해괴한 일이야. 군대가 그렇게 돌아가도 되는 건가?

대통령 ; 염려 붙들어 매십시오. 제가 군 통수권자가 되어 살펴보니까 한국군은 주한미군의 악세사리 정도의 위치예요. 미군 장성 한 사람이 사령관 모자 세 개를 쓰고 남한 군사주권을 대행하면서 중국, 러시아를 대적하기 위해 남북한을 관리하는 체재입니다. 대통령이면서 전시작전통제권도 없어요. 미 대통령이 오케이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구조입니다.

단군 ; 그래? 그렇담 남한은 미국의 군사 식민지 비슷하네.

대통령 ; 창피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은 제 책임이 아닙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으로 내려오면서 그것이 굳어졌고 저는 취임한 뒤로 그 사실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고 하라는 주위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했다가 미국이 엄청 화를 내는 통에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단군 ; 그렇다면 그것을 정상화 시켜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남북평화 공존과 평화 통일이 가능한 것 아닌가? 미국이 남한 군사 주권을 장악하고 있으면 제 나라 이익을 우선하게 되고 그러면 남북관계가 제대로 되기 어렵지.

대통령 ; 그건 맞습니다.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을 그렇게 했더라구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 하면서 남북교류협력에 대해 엄청나게 합의를 했지만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이 우선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이행하는 것을 막았어요.

단군 ;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자네가 군사주권을 되찾아 와야 할 것 아닌가?

대통령 ; 왜 제가 그 일을 합니까? 전 북한이 싫어요. 그래서 미국,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했어요. 북한은 철저하게 응징해서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남한 야당이나 노조 등도 북한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여서 비상계엄 선포 후에 손을 보려 한 거죠.

단군 ; 군사 주권 찾아오는 것이 급선무 같은데 군을 동원해 내란이나 획책한 것은 문제 아닌가?

대통령 ; 아니죠. 군대를 이용해 반국가세력을 처단하는 것이 급선무였죠. 그래서 군을 동원하려 한 것입니다.

단군 ; 이봐. 국가의 안보를 외국군에게 맡겨놓고 정치권력 다툼에 군대를 동원하는 식의 병정놀이를 한 거야? 이런 한심한 자를 봤나? 내가 보기에 미군이 가지고 있는 군사주권을 회수해서 국군이 그것을 전담토록 해야 군이 정치 싸움에 동원되는 일이 없어지겠군. 내 말 맞나?

대통령 ; 그렇기는 해요. 그러나 제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관심 없어요. 단지 이번 사태가 잘 수습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군 ; 어떤 식으로 수습돼야 하는데?

대통령 ; 저는 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계엄권을 정상적으로 발동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다시 대통령 직무를 재개하고 싶었어요.

단군 ; 이봐 벼룩도 낯짝이 있다던데, 자네가 군이나 경찰 지휘관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면서 내란을 주도했잖아. 그런 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나?

대통령 ;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 한 번도 법에 어긋나는 지시를 한 적이 없어요. 제가 항상 주장하는 법치에 의해 계엄이 집행되도록 했을 뿐입니다. 일부 군사령관이 제가 명령하지도 않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화가 납니다만.

단군 ; 뭐? 자네가 내란을 주도했으면서도 그 죄를 아랫사람들에게 미루는 것 아닌가? 예끼 이 형편없는 작자야(외치면서 주먹을 들어 대통령을 내려칠 듯한 자세를 취하다 멈추고 말을 계속한다). 자네 같은 중죄인이 풀려난 것을 보면 문제가 심각해. 판사가 자네 구속적부심을 하면서 검찰과 법원이 수십 년 간 지켜온 관행을 자네에게만 예외로 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거야.

대통령 ; 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은 말씀을 그렇게 함부로 하시는 게 아닙니다. 법치란 그렇게 하는 겁니다. 구속 일수를 날짜로 계산하는 것이 문제가 있으니 당연히 시간단위로 고쳐야 하고 대통령에게 첫 적용을 하면서 일반화 시키려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겁니다.

단군 ; 그래?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내란 수괴인 대통령을 석방하면 내란에 동조하거나 가담했던 공범들 수십 명은 구속 상태인 것을 어떻게 설명하지? 형평성이 없잖아. 그리고 내란죄는 최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야.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물 타기 하거나 부인하는 세력이 여당, 검찰, 법원, 행정부에 득시글거리는 상황이라 증거인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은 삼척동자고 알지 않았을까?

대통령 ; 저는 법으로 평생 살아왔고 법치를 가장 앞세워왔습니다 .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만나 대화해보면 정말 답답해요. 법은 때때로 상식과 다르거든요. 그런 차이를 모르시는 가 본데...

단군 ; 이봐. 자네 말조심해. 내가 고조선을 세울 때 법으로는 ‘범금8조’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죽임을 당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식으로 보상한다. 도둑질한 자는 남자일 경우에는 피해자의 노(奴)로 삼고 여자일 경우에는 비(婢)로 삼는다는 법을 시행한 것을 모르나?

대통령 ; 그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구요. 그 옛날 지식으로 오늘날을 판단하려는 것은 잘못입니다.

단군 ; 예끼. 이 사람아. 자네의 법치 의식이 그 정도라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야. 자네의 반 헌법, 반 법률 행위로 세계가 놀라고 있어. 민주주의 뿌리가 깊게 박힌 게 아니라 대단히 허약하다는 것이 자네의 비상계엄으로 들어났다는 거야. 국격이 심각하게 추락한 것에 대해 자네가 책임질 수 있나?

대통령 ; 당근입니다. 그건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업무에 복귀한다면 더 나아가 개헌 등을 통해 정치 개혁을 할 것입니다. 야당의 망국적인 국정 발목 잡기를 원천 봉쇄하는 그런 정치를 말입니다.

단군 ; 예라 이 법꾸라지야(단군이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들어 대통령의 머리를 갈기려는 동작을 취한다.)

순간 단군과 대통령을 비추던 무대 조명이 꺼진다. 이어 퍽퍽 하는 소리와 고통에 시달린 비명소리가 들린다.

장면 2

캄캄한 무대에서 탄핵 찬성, 탄핵 반대 목소리가 들리더니 천정에서 조명 한 줄기가 켜지면서 무대 한 곳을 비춘다. 거기에는 탄핵반대라는 팻말이 서 있는 테이블에 두 사람이 앉아 뭔가 긴한 대화를 하는 모습이다. 두 사람은 대표, 장관이라는 글자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대표 ; 우리가 국정 안정을 꾀하기 위해 이심전심, 염화미소(拈華微笑)의 노력으로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정말 최상의 애국애족 행위라 할 것입니다.

장관 ; 여기서 염화미소라는 말까지 쓰는 것은 좀 그런 것 아닙니까?

대표 ; 무슨 말씀이세요. 염화미소는 석가모니가 영산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말로 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관 ; 아 그래요? 그럼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지혜가 발휘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내요. 이 말은 문자나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으로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선종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진리는 말이나 글로 전달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대표 ; 아하 그래요. 역시 우리는 유식합니다. 국정을 계속 담당해서 우매한 대중을 계도해야 할 만큼 충분히 유식하다는 것입니다.

장관 ; 그렇습니다. 우리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손실이 될 것입니다. 야당이 정권을 잡는 그런 끔찍한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대표 ; 당근입니다. 비상계엄을 유발한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반국가세력과 흡사한 정치집단이 집권하는 것은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짓입니다.

장관 ; 그렇습니다. 계몽령을 선포하시는 용단을 내리신 대통령 각하께서 용산으로 복귀하시는 길만이 민족과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보장할 유일한 길입니다.

대표 ; 바로 그런 지상명제에 입법, 사법, 행정부의 애국지사들이 만난을 무릅쓰고 결연히 투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사불란합니다. 마치 누가 뒤에서 정밀한 기획서를 만들어 원격조정을 하거나 공작의 최대 고수가 돕고 있는 듯한 감을 준다는 말까지 돕니다.

장관 ;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밥그릇 문제입니다. 각하가 발탁한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고 앞으로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조선 시대 내내 그랬고 일제 강점 하에서, 그리고 정부 수립 뒤에도 친일세력들이 국정을 주도하면서 그런 전통이 깊게 뿌리내린 것입니다.

대표 ; 그렇죠. 국방은 주한미군이 책임지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권력투쟁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 군이 국방을 전담하고 있다면 박정희, 전두환에 이어 이번처럼 쿠데타에 동원되는 게 쉽겠어요? 미군이 국방을 거의 전담하는 시스템이니 일신의 부귀영화를 쫓는데 전력투구할 수 있는 것이죠.

장관 ; 군 지휘부가 그렇다 해도 법원 판사가 신의 한수라 할 기발한 법리를 들고 나와 대통령 각하 석방을 도운 것은 정말 칭송받아야 할 애국행위입니다.

대표 ; 물론 입니다. 그 판사의 결단은 다른 각도로 보면 향후 또 다시 내란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준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면이 있습니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권력자는 예외더라. 이런 나쁜 전례가 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런 부작용보다 제 밥그릇 챙기고 국가와 민족이 위태롭지 않게 노력하는 것도 애국이라고 봅니다.

장관 ; 그렇습니다. 검찰도 거센 비판의 홍수 속에서 거기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대통령 각하 석방에 일조한 것도 엄청나게 훌륭한 일이었습니다.

대표 ;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시는 분이 헌재 법관을 임용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와도 그에 강력 저항했습니다. 야당 대표가 몸조심하라고 테러를 부추기는 식의 협박하는데도 결연히 버텼습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3권 분립을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짓 아닙니까?

장관 ; 당연한 말씀이고요. 경찰이 대통령 각하를 체포하러 관저에 들이닥쳤을 때 경호처가 목숨을 걸고 저항한 것도 높이 평가할 거사였습니다.

장관 ; 그건 정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위대한 투쟁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 방송되어 지구인들이 목격했지요. 일부 몰지각한 외국 정치인들이 한국에서 벌어진 대통령 사수 작전에 대해 헛소리를 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입니다.

대표 ; 그렇습니다. 실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망발을 저지른 것이지요. 허나 저나 대통령 각하의 계몽령 선포 이후 국내 방송매체가 대단한 역할을 해주면서 저희가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언론이 사상 초유라면서 탄핵반대 주장, 야당의 심각한 문제점 등을 소상히 실시간으로 보도해준 것이 대통령 각하의 부당한 구속수감을 중단시키고 탄핵반대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이죠. 정말 치하할 일입니다.

장관 ; 그렇습니다. 언론의 그런 모습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내란 행위 동조 또는 국헌문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런 것은 역사의 큰 흐름을 위해 사소한 문제라 할 것입니다.

대표 ; 그렇습니다.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대통령 각하의 비상계엄선포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헌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것인데도 언론이 그에 침묵하거나 시선을 법집행 절차와 같은 곳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세력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장관 ; 적절한 비유이십니다. 본질을 놓치고 지엽적인 것에 집중하도록 언론이 크게 기여를 한 것이지요. 이는 대통령 각하께서 집권 초부터 특정 방송사를 상대로 훈계를 철저히 하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대표 ; 그렇습니다. 언론도 기여를 엄청 했지만 대통령 각하께서 임명했던 주요기관의 기관장들이 멸사봉공의 자세로 앞장선 것도 대단했지요.

장관 ; 그렇다마다요. 인권위원회에서 대통령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결의안을 낸 것은 압권이었지요.

대표 ; 그렇습니다. 집권층의 모든 분야가 일치단결해서 대통령각하 탄핵의 부당성을 소리 높이 외친 것은 역사적 거사로 후일 크게 평가받을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거국적 투쟁이 나라를 망하게 할 심각한 내부 파괴행위라는 식의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지만 그 부당성은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장관 ; 동감입니다. 어찌됐든 대통령 각하께 부당한 일이 발생하거나 야당이 집권하는 것은 철저히 저지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분골쇄신해야 할 것입니다.

대표 ; 언론에 의해 내란이 현재 진행형과 같은 분위기가 유지되면서 탄핵 반대 시위대가 탄핵 찬성 시위대 숫자보다 많아지는 경우도 있었던 것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비상계엄이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떨어지듯 선포된 뒤 대통령 국회 탄핵 결의, 대통령 구속, 대통령 구속집행 정지, 헌법재판소의 탄핵판결 지연까지 참 엄청난 일들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현상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다각도로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관 ; 그렇다마다요. 오늘의 현실은 과거의 연장입니다. 이런 점에서 야당의 폭거와 종북, 반국가세력들의 기세를 꺾는데 기여한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등 위대한 선각자들의 업적을 되짚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표 ; 그렇습니다. 우선 국회를 볼까요. 12.3 사태이후 거대 야당의 일방독주를 저지할 수 있었던 여의도 정치를 뿌리 내리게 한 박정희 각하를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날 여야, 진보, 보수 정당 모두 채택해서 시행하고 있는 당대표 제도를 도입토록 한 것은 박정희 각하입니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라 개개인 모두 동등한 국민의 정치 머슴이지만 모두 저 잘났다고 날뛰면 당이 혼란스럽게 될 터인데 당 대표제가 그것을 방지한 것입니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르면서 국회의원을 통솔하게 되니 군대에서 사단장이 졸병 지휘하는 식의 일사불란한 정당운영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장관 ; 지당한 말씀입니다. 12.3 사태이후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때 거대 야당이 기세등등했고 여의도 의사당 주변에 몇 십만, 몇 백만의 시민들이 탄핵 의결을 촉구하는 험악한 분위기는 정말 소름끼쳤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하는데, 범야권 의원 192명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 여당에서 8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상황이 끝나는 것이였지요. 그런 급박한 순간에 여당지도부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서 집단으로 표결에 불참해 1차 투표를 좌절시켰지요. 그렇지만 2차 투표에서 12명의 여당 의원이 이탈하는 바람에 탄핵안이 통과되는 참극이 벌어졌는데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대표 ; 그렇지만 그 후 여당 의원들이 제정신을 차리면서 당 지도부의 지휘에 적극 협력하면서 정국의 흐름을 저희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한 것이지요. 당 지도부가 개개 의원들에게 차기 총선에서 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현명하게 대처하라고 압박한 것이 주효한 것입니다.

장관 ; 국회의원들이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점보다 당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에 협조하는 것은 국회의원 당선이 공천으로 좌우된다는 점, 국회의원이 누리는 혜택과 특권이 엄청나기 때문이라지요?

대표 ; 그렇다마다요. 여의도 의사당의 문법이 그렇게 굳어졌어요. 거대 양당 지배체제가 굳어지면서 공천이 당락과 직결되다보니 당 지도부의 말발이 먹히는 거지요. 국회의원이 국민의 정치 머슴이라는 것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인 것이지요. 지금 국회의원 가운데 그런 생각하는 사람 있나요? 다 개인의 권력욕구나 출세 욕구에 휘둘려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지 공익이나 공공선을 위해 정치한다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여의도에 입성할 수가 없습니다.

장관 ; 거대 야당이나 진보적 정당도 당 대표제를 채택하고 공천권을 앞세워 일사불란한 정당 활동을 강조하는 것은 여당과 비슷하죠?

대표 ; 당근입니다. 위대한 박정희 각하가 여의도 국회를 대통령 중심제에 맞게 길들여 놓은 것이 수십 년 동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과서에 나온 말입니다만, 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입법부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졸병 다루듯 하는 현실이 유지된다면 국민을 위한 정치는 물 건너가는 것이죠.

장관 ; 그래서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정치가 가능한 것이군요?

대표 ; 쉿, 그런 말씀은 하시면 안 됩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잖아요. 일부 몰지각한 운동권 인사들이 국민을 자극하고 선동할 여지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장관 ; 아하, 그렇군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듣기로 거대 양당 제도를 유지하고 당을 당 대표가 장악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법, 공직자 선거법도 엉망이라던데 사실입니까?

대표 ;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 법 모두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법인 것은 사실이죠. 국민이 주권자이니 정치도 자유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정당 하나 만들려면 엄청 힘들게 법을 만들어 놓았고 선거운동도 철저히 단속하잖아요. 이는 기존의 양당 정당정치 체제를 굳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부 외국에서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과 한국은 큰 차이가 있지요. 국민이면 누구나, 한 사람일지라도 정당 설립 신고할 수 있어야 하고 선거를 위한 정치활동에 제약을 가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장관 ; 그래요?

대표 ; 그렇습니다. 교과서대로 한다면 외국처럼 하는게 정답이죠. 하지만 국내 어느 정치인도 정당법, 공직자 선거법을 그런 식으로 고치자자고 목숨을 걸지 않습니다. 제 밥그릇을 깨는 일은 안 하겠다는 것이지요.

장관 ; 그렇군요. 대통령이 국회의원 공천에 입질을 하는 일이 그치지 않는 것도 그 이유가 짐작이 되네요. 대통령은 당을 손아귀에 넣어 요리하고 싶고 당대표가 실제 그렇게 되도록 협조하는 시스템이니 의원 공천에도 개입하게 되는군요.

대표 ; 그뿐 아닙니다.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전문가도 생겨나서 말썽이 되고 있잖아요. 웬만한 정치인은 자기에게 유리한 가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달라고 업자에게 청탁하고 업자는 돈도 챙기고 공천 청탁까지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큰소리로 말할 일은 아닙니다만.

장관 ; 그 사건이 여사와 명 아무개의 그 공천 관련 의혹 스캔들 말이군요?

대표 ; 그렇습니다. 하여튼 여의도 정치의 일사불란 문화는 거대 야당의 법안 단독 통과, 탄핵 의결 등에 여당이 집단 퇴장해서 국민에게 불의를 호소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되풀이되는데 크게 일조했죠. 여러 법안이 말썽이 되었는데 사실 여야 국회 의원가운데는 당론과 다른 견해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잡음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장관 ; 저도 그 점이 참 기이해 보였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로봇처럼 동일한 언행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대표 ; 그게 여의도 정치 문법입니다. 의사당의 모습은 조폭들의 집단 대치, 난투극같이 국민들에게는 비춰졌겠지요. 이게 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적 권한을 당 지도부의 공천권 행사와 엿 바꿔먹는 그런 결과로 빚어진 현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여야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만약 당 지도부 공천권 행사보다 국민의 심판이 더 무섭다고 본다면 다른 행동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죠.

장관 ; 그렇군요. 여의도 정치를 길게 이야기 했는데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그쪽으로 정국의 물꼬를 돌리는데 기여한 다른 요인들 이야기도 해볼까요?

대표 ; 그렇게 하죠. 내란 수괴로 구속된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풀려난 것을 보면서 박정희 각하 정부가 시행하던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생각이 났습니다.

장관 ; 저도 그 회의에; 대해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박 대통령이 주요 사건, 사고 등에 대해 중앙정보기관이 주도해서 행정, 입법, 사법부 관련 인사들을 한 곳에 동시에 모아 놓고 대책을 세우는데 활용했던 초법적 기구였조. 특히 시국, 공안사건 수사나 판결 시 수사 범위나 형량까지 조정해서 통치에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 회의가 오늘날에도 가동됐나요?

대표 ; 아닙니다. 실제 소집되거나 그렇지는 않았죠. 하지만 사법, 입법, 행정부 등 범정부 조직에 대통령 각하의 인사권 발동으로 발탁된 인사들이 이심전심으로 탄핵 반대쪽으로 주요 결정을 몰아간 현상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통령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사회 각 부분에 검사 출신들을 대거 중용 하면서 ‘우리가 남이가’하는 의식도 크게 작동된 것 같아요. 역시 정치는 인사가 만사라는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장관 ; 맞습니다. 어느 판사가 대통령 구속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제기하고 검찰이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절묘한 합동작전 같았어요. 내란 종범이나 하수인들은 다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란 수괴를 석방한다는 발상은 아무나 못하는 거죠. 하여튼 세계가 깜짝 놀랐다고 하니까 역사적 사건이라 할 만 하죠.

대표 ; 그건 그 정도로 하고요. 세상일이라는 게 나팔을 팡팡 불어주면서 분위기를 돋워야 안 될 일도 되는 법인데 12.3 사태이후 언론이 그 역할을 해준 것도 치하할 일입니다.

장관 ; 손바닥이 맞부딪혀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는데 탄핵 반대 목소리를 증폭시켜 사회에 널리 알리고 다수가 그에 분노해 떨쳐 일어나게 만드는데 언론의 기여가 컸다고 봅니다.

장관 ; 언론이야 사실을 즉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12.3 사태이후 열심히 보도한 것은 당연했어요. 언론이 속보경쟁을 최우선시 하면서 대통령 변호인의 탄핵에 대한 절묘한 법리해석이나 반론을 언론이 스포츠 생중계하는 식으로 전파한 것도 언론의 당연한 책무겠죠. 언론이 중시하는 뉴스란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무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대표; 근데 엄밀히 말하면 국가를 존망의 위기에 빠뜨릴 내란에 대한 것이거든요. 언론은 그런 점은 무시하는 것 같았어요. 전 세계가 목격한 내란 폭거에 대해 ‘그게 아니고 국민을 위한 계몽령이었다’고 하는 소리를 삼척동자도 거짓말이라고 할 터인데 TV, 방송은 정색을 하고 너무도 진지하게 보도를 해주더란 말입니다. 죄형법정주의가 지켜져야 국가가 존속하고 사회가 안정되는 것인데 내란을 옹호하거나 내란이 지속되는 것 같은 상황을 TV로 생중계한 것입니다.

장관 ; 그렇다니까요. 나라가 망하면 언론도 존재하기 힘들 터인데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은 보도 태도였어요. TV 시사토론 프로도 탄핵 지지, 반대하는 여야 국회의원이나 정당인 둘을 앉혀놓고 온갖 소리를 늘어놓게 하고 판단은 시청자가 하라는 식이었으니까요. 언론은 제 4부라는데 그 역할이 12.3 사태이후에는 거의 실종 되었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대표 ; 동감입니다.

장관 ; 현역 대통령의 내란 행위와 구속 등을 ‘사상 최초’라면서 그에 대해 액면 그대로 방송하면서 많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 건 사실 이예요. 언론의 보도는 그 내용이 충격적일 수록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머릿속에 각인을 시키는데 탄핵 반대 목소리 보도도 그런 역할을 했다고 봐야죠. 미국 TV에서는 대통령 취임사 실황 중계하면서 팩트 체크를 하면서 진위 여부를 가려주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보도 서비스는 거의 없는 거 같아요.

대표 ; 정말 우리 언론은 대단했어요. 극히 일부는 삐닥 했지만요. 하여튼 대부분의 신문방송이 탄핵 심리에서 내란 죄인에 대한 법적 절차 정당성 여부 등을 집중 보도해주면서 대통령이 계엄포고령 등에서 밝힌 헌정 중단, 군사 통치 시도 범죄는 주요 관심사에서 멀어져 갔고 그 결과 거리에 탄핵 반대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습니다.

장관 ; 일부에서는 탄핵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저렇게 되면 향후 비슷한 정치적 폭거가 되풀이 될 전례가 된다고 걱정하는데..

대표 ; 그건 그때 걱정하면 될 일입니다. 하하하.

장관 ; 그렇군요. 12.3 사태이후 한국 신문, 방송의 보도 태도는 아마도 세계 언론학계에서 향후 대대적으로 연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된 내부 대치와 갈등이 심각해져 심리적인 내란이 시민사회에서 벌어지고 그러다가 국가라는 공동체가 파괴될 지모를 상황을 대중매체가 어디서 어디까지 사실보도를 해야 하느냐 하는 점이죠. 나라가 깨지면 언론인 자신은 물론 그 가족까지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중대 사태가 발생하는데도 언론자유라는 논리 하나만으로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국내 언론이 그런 점을 살펴서 자율적으로 대처해 국민에게 최상의 보도 서비스를 한다는 적극적 자세를 가질 수도 있었는데 그런 움직임은 없었어요.

대표; 언론의 그런 모습을 기레기 언론이라 했던가요? 하여튼 신문, 방송의 그런 모습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엄청난 도움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대중매체가 그런 점을 깊이 헤아려서 현실정치에 서비스하느라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현실 정치란 강력한 소수가 다수의 개돼지를 통치하는 속성을 벗어날 수 없어요. 우리도 그런 점에서 현실을 깊이 살피고 대처해야 하는데 하여튼 시위군중이 성조기, 이스라엘 기를 들고 나오고 영어로 적힌 팻말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국민다수가 세계화된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미국과 같은 큰 나라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가 봐요.

장관 ; 당연한 말씀입니다. 하하하.

대표 ; 하하하.

순간 우당탕탕 하는 굉음이 들리고 대표와 장관을 비추던 조명이 꺼진다. 이어 단군의 호령소리 속에 장관과 대표의 비명소리가 들리다가 잠잠해진다.

장면 3

어두운 무대에서 탄핵 반대, 탄핵 찬성 목소리와 함께 이완용 아바타 웰컴, 이완용 아바타 타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다 조명이 무대 한 곳을 비추면서 이마에 유관순, 이완용이라고 쓴 두건을 두른 두 사람의 모습이 환한 빛 속에 들어난다. 유관순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이완용은 차가운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이어 대화를 시작한다.

유관순: 이완용! 요즘 한국에 네 아바타가 많이 창궐하고 있다던데 그 소식을 들었느냐?

이완용 ; 듣고 있었다. 솔직히 기쁘다. 토착 왜구라 해도 그 존재감이 긴가 민가 했는데 이번에 12.3 사태를 보니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내가 헛수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유관순 ; (단호하게 이완용을 노려보며) 좋기도 하겠다. 네가 천대 만대를 두고 씻기 어려운 민족에 대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 아직도 그 따위 소리를 하다니 정말 화가 치민다.

이완용 ; 나라를 위하려 했을 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결론 때문이었지

유관순 ; 너는 아직도 헛소리를 하는구나. 나라를 외적에게 팔고, 백성의 고통을 외면한 자! 너의 배신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을 망쳤는지 알지 못하느냐?"

이완용 : (비웃으며) 유관순, 너와 같은 어린 소녀가 감히 나를 평가하려고 하느냐? 내가 무엇을 했는지 너 같은 자가 알기나 하겠느냐? 나라가 위태로워 고민했다. 내 방식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었다.

유관순 :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이며)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 어떻게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말인가? 너는 그저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우리 민족을 저버리고 조국을 침탈자의 손에 맡긴 것이다! 그렇게 배신하고, 조국과 백성의 희망을 짓밟은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완용 :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것은 국운을 고려한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내가 한 일은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최선의 길을 찾아낸 것이었다.

유관순 : 최선의 길? 네가 말하는 최선은 왜적에게 나라를 넘겨주고, 민족을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한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최선일 수 있단 말인가?

이완용 ;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조선은 독립을 위해 무리한 저항을 계속할 수 없었다. 나는 일본과의 협정을 통해 나름의 안정과 발전을 꾀한 것이다. 당시의 조선에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관순 : 틀린 말이다. 식민지 지배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침해할 뿐이다. 이완용, 네가 했던 일은 배신 그 자체였다. 너는 일본에 나라를 팔고,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런 일을 하고도 나라를 위해 했다고? 그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것에 불과하다.

이완용 : 그렇다면 너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봐라. 당시 일본의 힘은 강했고, 그때 나라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 필요했다. 내가 하지 않았다면, 일본의 무력으로 우리 민족은 더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유관순 : 그게 바로 매국의 논리다. 어떤 상황에서든, 민족의 자주성과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은 흔들릴 수 없는 것이다. 네가 일본과 협력한 것은 단순히 국민의 목숨을 팔아먹은 것에 불과하며, 그것을 현실적 선택이라고 변명할 수 없다. 그런 선택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은 수십 년 동안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완용 : 그 말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당시는 국제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야. 나도 그 선택을 내리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당시 일본에 협상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큰 피해를 보았을 거야. 결과적으로 내가 한 일은 민족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니까.

유관순 : 네가 말하는 민족의 생존이란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서 우리 민족을 팔아먹은 결과였다. 네기 선택한 길은 민족을 배신한 길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조선의 독립과 민족의 자존심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든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강자의 지배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이완용 ; 그 말은 그럴듯하지만, 당시 일본의 압박 속에서 싸우고,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독립을 추구할 수 있었겠냐? 전쟁하고 싸우다 죽는 것만이 애국이라 생각하는 거냐? 후세들이 나의 결정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당시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말하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다.

유관순 : 너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대의 배신과 부패, 민족의 고통을 팔아먹은 죄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독립을 위해 싸우고, 우리는 그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조국을 배신하고 민족을 팔아넘긴 매국노다! 네 행위는 역사의 죄악으로 영원히 기록되었단 말이다!

이완용 ; (냉소적인 표정으로) 흥,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 뿐. 누가 나를 매국노라 단죄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단지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현명한 선택을 했을 뿐이다.

유관순 : 현명한 선택? 강대국의 힘에 빌붙어 동족의 고혈을 빨아먹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란 말인가. 너는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고 영혼을 팔아넘긴 비열하고 천박한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

이완용 ; 자존심? 굶주린 백성들에게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백성들에게 그나마 풍요로운 삶을 안겨주고 싶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더 나은 미래를 선택했을 뿐이다.

유관순 : 네가 말하는 풍요는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허락된 것 이었다! 대다수의 백성들은 당신의 탐욕 때문에 더욱 고통 받았고, 조국은 감당키 힘든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완용 ; (비웃으며) 이상주의적인 헛소리! 현실을 직시해라, 강대국의 힘 앞에 저항하는 무능한 민족은 결국 멸망뿐이다. 나는 민족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유관순 : 최선의 선택? 그것은 추악한 변명에 불과하다. 너는 민족의 미래를 포기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챙긴 비겁자다! 네 범죄행각은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완용 ; 용서? 나는 용서를 구걸할 생각이 없다. 역사는 언젠가 나를 제대로 평가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봐라. 네가 말했듯이 내 아바타가 득실거린다. 토착왜구로 숨어 있다가 12.3 사태이후 그 위용을 들어내고 있다.

유관순 : 자랑스럽겠다. 네 아바타들은 내란 수괴 탄핵을 반대하면서 제 동족이 언제든 독재자에게 고통당할 여지를 넓히고 있다.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침탈하게 하고 반정부 세력을 처단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고도 자신은 결백하다고 외친다.

이완용 ; 그것도 깊이 판단한 결과 아니겠나? 진정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고민했을 때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정하고 있다.

유관순 : 닥쳐라. 네 더러운 입으로 아직도 그런 뻔뻔스런 이야기를 뱉어내는 게 가증스럽다. 너는 한줌 양심도 없느냐, 이완용!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나라를 팔고, 백성의 고통을 등한시 한 자가 또다시 역사를 우롱하는 엉터리 논리를 뱉어내는구나. 아무리 뻔뻔하게 변명해도, 결국 너는 역사 속에서 가장 큰 죄인일 뿐이다.

이완용 ; 내 아바타가 남쪽에 저렇게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내가 꿈꾸었던 미래가 실현된 것이다. 대통령이 된 자도 북쪽에 있는 제 민족보다 일본, 미국을 더 챙긴다. 북한 주민 절반이 영양실조라 하지만 남한에서 남아도는 쌀이 썩어갈 뿐이다. 이건 내가 실천했던 철학대로 하는 것이다. 외세를 모시고 섬기는 길이 민족 전체가 폭망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남한의 보수세력 다수도 같은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이념은 민족보다 우선한다는 논리에 충실한 결과가 아닌가 말이다.

유관순 : 이완용, 너는 힘이 아닌 정의를 따라야 했다. 너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역사의 죄인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조국과 민족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외세나 부당한 힘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정신을 말살시키는 길이다. 민족의 정신이 굳건하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오늘날 남한에서 준동하고 있는 네 아바타들도 머잖아 아침 이슬처럼 스러져 사라질 것이다.

조명이 꺼지면서 두 사람의 격앙된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그러다가 점차 작아지더니 사라진다.

장면 4

캄캄한 무대에서 탄핵 찬성, 탄핵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잠시 뒤 무대 한 쪽이 밝아지면서 대통령과 부인이 앉아있다. 둘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한다.

대통령 ; 이 김치 찌게 그 때만큼 맛이 없네.

부인 ; 그럴리가. 똑같은 식재료로 유튜브에 나온 레시피 대로 한 거야. 당신 계절 타는가 보다. 입맛이 달아났나봐.

대통령 ; 요즘 꿈자리가 사나워. 오늘도 이런 꿈 저런 꿈을 계속 꾸면서 잤어. 숙면이 안 돼.

부인 ; 지금 상황에서 당신이 숙면을 취한다는 거 과한 욕심이지. 안 그래?

대통령 ; 하긴 그래. 지옥에 갔다가 천당으로 돌아온 셈인데. 다시 지옥으로 갈지 천당에서 계속 머물지 결판이 날 때까지는 밤잠 설쳐야겠네, 그치?

부인 ;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 이렇게 된 것 정말 법사님께 감사해야 돼.

대통령 ; 당근이지. 법사님의 해주신 ‘봄이 되면 운이 돌아온다’는 그 말씀이 정말 큰 힘이 됐어. 그 말씀은 이제 끝났다 하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날 붙들어둔 거야.

부인 ;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계속 경건한 마음으로 법사님께 기원을 해. 알았지?

대통령 ; 그렇게 하고 있지. 글구 법사님도 고맙지만 당신 정말 나의 구세주야. 당신 아니었으면 난 끝났을 거야. 이 자리에 이렇게 당신과 앉아 있을 수가 없었겠지.

부인 ;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그렇기는 해. 고비 고비마다 자기가 나와함께 결정하고 판단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건 사실이긴 해.

대통령 ; 당근이지. 내가 대통령이 되기 까지 일등 공신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바로 당신이야.

부인 ; 지난 얘기는 그 정도로 하자. 근데 왜 당신 혼자 그 짓을 한 거야? 12.3 계몽령 말이야.

대통령 ;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당신에게 미리 상의하고 법사님의 지도도 받았어야 했는데.,

부인 ; 말이 나왔으니 나도 한 마디 하겠어. 당신이 12월 3일 날 국회로 내보낸 군 지휘관이나 경찰 고위층을 내가 미리 점검을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대통령 ; 난 잘 될 줄 알았지. 당신이 나 때문에 너무 고생하니까 내가 한 건 해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정치가 돌아가게 만들고 싶었어. 깜짝 쇼를 해서 당신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거야. 진정이었어. 내 맘 알지?

부인 ; 그래. 내가 왜 몰라.

둘이 어색한 표정이 되어 식사를 하는데 벽 쪽에서 TV 모니터 화면이 켜지면서 유튜브 방송이 시작되고 유튜버들의 대담 목소리가 들린다.

-대통령실은 여사가 다 장악했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열 받아 나가서 새벽 3시까지 술 마시다 들어간 적도 있다고 합니다. 계엄 모의를 왜 한남동이 아니라 삼청동 안가에서 했겠나 하는 말이 있었는데 여사가 알면 이래라저래라 코치하는 것이 듣기 싫으니까 그랬다고 합니다.

-비서실에서 결재 도장을 둘 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답니다.

-대통령이 1시간 중 59분을 떠든다는 말이 나왔지만 나중에 여사도 그랬다고 합니다. 한마디 말대꾸하면 1시간 동안 역정을 냈다지요. 왕비가 무수리 대하듯 한 것이랍니다.

유튜브 방송이 계속 나오려 하자 대통령이 서둘러 리모콘으로 끄면서 부인의 눈치를 살핀다.

부인 ;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지금은 식사 시간이니까 당신 많이 들어. 유튜브 그만 보고. 구치소에 가서 쌩 고생 하고 왔잖아. 그때 몸이 많이 축난 거야. 오늘 메뉴는 보양식으로 만든 거니까 꼭꼭 씹어서 많이 드시라고.

대통령 ; 고마워. 역시 당신뿐이야. 많이 먹을게.

부인 ; 당신은 풍운아야. 대통령 잡아넣는 사건마다 당신이 맡았지. 문 아무개 대통령과 검찰 개혁문제로 맞장 뛰면서 전국적 인물이 됐지. 정치는 까막눈인데도 법사님 어드바이스를 받아 대통령 당선됐지. 그런 뒤 미국, 유럽, 동남아를 휘저으면서 내로라하는 세계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

대통령 ; 그것도 법사님 말씀대로 한 거잖아. 외국에 나가서 기가 센 외국 원수들하고 어울리면서 기를 받아 오라고 하신 말씀 말이야. 해외 나가서 당신이 멋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것은 정말 화끈했어.

부인; 그랬나? 나도 해외 나가는 것 정말 좋았다. 국내에서 야당하고 언론이 쪼아대는 바람에 숨도 크게 못 쉬고 지내다가 해외에 나가면 그렇게 좋더라니까. 나도 외국 원수 부인들과 어울리면서 좋은 기 많이 받았어. 앞으로 당신 잘 되면 또 열심히 나가자.

대통령 ; 그래야지. 아무렴.

부인 ; 자 식사 많이 해. 몸보신 해야지. 할 일이 엄청 많잖아. 우선 당신 지지해준 인사들 관저로 불러서 식사 대접 좀 해야겠어.

대통령 ; 그거 좋은 생각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구만리니까 말이야.

부인 ; 그래. 그 사람들에게 뭔가 주어야 해. 그래야 당신을 중심으로 몽쳐서 싸울 거야. 사람 사는 곳에서는 어디든지 밥그릇부터 챙겨주는 배려를 먼저 해야 해. 받은 것이 있거나 받을 것이 더 있을 거 같으면 배신은 하지 않는 거야.

대통령; 그건 옳은 말이야.

부인 ; 박근혜 언니가 교훈을 주었잖아. 대통령이 된 뒤에 떡고물을 당과 실력자들에게 뿌려야 하는데 그걸 안했어. 최순실 여사의 그늘에서만 지낸 거야. 그러니 국회에서 탄핵 표결할 때 여당에서도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잖아.

대통령 ; 맞아 그랬지. 당신이 내가 대통령 당선된 뒤에 그 점을 내게 지적해 주었잖아. 그래서 대통령 인사권을 발동해서 내게 충성할만한 인사들을 골라 떡을 하나씩 던져 준거야. 그랬더니 12.3 사태 뒤 국회와 법원, 검찰, 행정부에서 그 약발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실히 들어난 거지.

부인 ; 당신 이야기 듣다보니 한 가지 꼭 짚고 가야 하는데 그걸 빼 먹네.

대통령 ; 그게 뭐더라?

부인 ; 법사님의 도움말이야. 당신이 인선을 하는데 누가 적합한지 관상, 사주를 봐서 도와주셨잖아. 그게 먹힌 거야. 당신 그걸 잊으면 안 돼. 당신 눈앞에서 알랑거리거나 술 많이 사주던 인사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주신거야. 법사님이.

대통령 ; 당근이지. 내가 그걸 잊을 리가 있나. 항상 맘속에 새기고 있지. 판사, 검사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마치 원격조종되는 것처럼 한 마음으로 날 도와주는 걸 보고 난 정말 놀라고 감사했어.

부인 ; 경호처 간부들이 목숨을 걸고 당신을 보호했잖아. 관저 주변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총으로 무장해 경찰과 정면 대응하려 했잖아. 일부 평직원들이 손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오래 버티지는 못했지만. 세계 언론이 그때 생중계를 하더라고.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이야.

대통령 ; 그랬을 거야.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잖아.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도 없었던 모습이었다고 들었어.

부인 ; 대단했어.

대통령 ; 근데 그 때 당신이 경호처 직원에게 ‘총 안 쏘고 뭐했나.’라고 호통을 쳤다면서?

부인 ; 당근이지. 당신 체포 영장이 집행된 뒤 내가 ‘경호처에 실망했다, 총은 그런 데 쓰라고 갖고 다니는 것 아니냐’라고 했지.

대통령 ; 더 굉장한 말도 했다고 하던데? 경호처 가족부장의 스마트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통화 녹음을 확인하면서 밝혀졌다고 들었어. 그때 뭐라 했는데?

부인 ;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을 쏘고 나도 죽고 싶다고 했지. 그 때 경호처 직원들 살펴보니까 평소 당신이 챙겨준 쪽이 아니면 등을 돌리더라니까.

대통령 ; 그게 세상인심이야. 뿌린 만큼 거둔다고 했다는 말이 있잖아. 경호처장이 무력으로 대통령 체포를 저지한 것에 대해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집행되려 하자 한 말씀 했잖아. 그에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판단했다고 말이야. 대통령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불 속에라도 뛰어들 것 같은 태도였어. 개는 주인이 예뻐한 만큼 충성한다는 말이 실감이 나더라고.

부인 ; 당신 똑똑하다. 하지만 자만하지 마. 지금 이만큼 전세를 만회한 것도 다 법사님 덕택인줄 알아.

대통령 ; 알고 있지.

부인 ; 당신이 12.3 사태를 일으킨 뒤에도 법사님이 써주신 대로 당신이 처신한 것도 정말 주효했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비상계엄을 발동했을 뿐 불법은 없었다고 계속 주장하라고 하신 것, 탄핵 반대 세력만 챙기는 발언만 하라고 하신 것, 12.3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지 말도록 하신 것은 정말 대단했어. 그러면서 탄핵 반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잖아. 그게 다 그 분 덕택이야.

대통령 ; 그거 감사할 뿐이야.

부인 ; 당신도 멋진 적이 많았어. 당신이 52일간 수감생활을 한 뒤 법원과 검찰의 합동 작전으로 석방될 때 모습은 개선 장군 같았어. 그때 노타이 차림이었지. 내가 연락한 그대로 했더구만. 그간 음주를 하지 않아서인지 체중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도 멋졌다.

대통령 ; 내가 그랬나?

부인 ; 그럼. 당신이 구치소 정문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열렬히 환호하는 수백여 명의 지지자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손을 흔들어 감사의 뜻을 전했잖아. 난 그 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대통령 ; 그 때 내가 수백 미터를 걸어내려 오면서 때때로 주먹을 불끈 쥐며 흔들기도 했잖아.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은 정말 대단한 어드바이스였어. 내가 야당 때문에 부당하게 구금됐다 풀려났다는 메시지로 충분하잖아.

부인 ; 그랬어. 글구 당신이 내놓은 석방 메시지도 최상이었어.

대통령 ; 그거 법사님이 쓴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썼나?

부인 ; 그건 중요치 않아. 난 지금도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 내가 한번 말해 볼
까?

대통령 ; 그래.

부인 ; 당신이 당시 이렇게 말했어.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 그동안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돼있는 분들도 조속히 석방되기를 기도한다. 단식투쟁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신데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이다. 뜻을 충분히 알리신 만큼 이제 멈춰주시면 좋겠다.

대통령 ; 당신 기억력 끝내준다. 난 그때 우리에게 반감을 가진 세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하지 않았잖아. 그건 좀 그랬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라는데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한 마디 정도는 언급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은 했었지.

부인 ; 당신 쓸데없는 생각을 했구먼, 시키지 않은 것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라니까.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닌데 그 딴 소리를 하고 있어. 당신은 혼자만 나두면 항상 그렇게 빗나가는 게 문제야.

대통령 ; 아차. 그랬구나, 앞으로 조심할게. 정말이야.

부인 ; 내가 그 말 믿겠어.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봐. 당신이구치소에서 나온 뒤 대국민 사과나 통합 메시지는 하지 않았잖아. 그건 금상첨화였다고. 당신이 계엄 선포한 것부터 정당했다는 의사 표시로는 최상의 것이었어. 억만 금의 무게를 지닌 침묵의 함성이랄까.

대통령 ; 당신 그 표현 정말 멋지다. 시인 같다. 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말이야.

부인 ; 당신이 관영차를 타고 개선장군처럼 관저로 향하는 카퍼레이드도 정말 압권이었어. 경호차 일부에서는 차 지붕이 열려 있고 장총을 찬 경호원의 상반신이 떡 버티고 있었어. 당신의 적들에게 경고를 보낸 거야. 그 경고의 의미가 뭔지 말 안 해도 잘 알아먹었을 거야.

대통령 ; 대통령 ; 난 당신과 법사님만 믿고 있을게. 잘 되면 당신 은혜 꼭 갚을 거야.

부인 ; 지금부터 당신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변론에 출석해 한 영웅적인 행동에 대해 칭찬 좀 해드려야 겠네,

대통령 ; 그래? 내가 그 때 잘 했나? 난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잖아.

부인 ; 너무 겸손해 하지 마. 드라마 각본을 아무리 잘 써도 배우가 잘 해야지 아니면 꽝이거든.

대통령 ; 그래?

부인 ; 당신은 헌재에 나올 때마다 매번 빨간 넥타이의 양복 차림에 머리 손질을 받은 모습이었어. 난 결혼한 뒤로 당신이 그렇게 멋진 것은 처음 봤어. 너무 감격스러웠어. 정말 잘생긴 남자구나라고 말이야. 농담인데 당신은 검사석보다 피고인석이 더 어울리더라.

대통령 ; 그랬어?

부인 ; 아니 그냥 해본 소리야.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의결되고 난 뒤 73일간 헌재에서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과 11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했잖아. 당신은 3차 변론기일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한 뒤, 모두 8차례 심판정에 나왔다구.

대통령 ; 당신 기억력 좋다. 그걸 다 기억하네.

부인 ; 감탄하기는 아직 일러. 당신이 1시간8분에 걸친 최후진술 시간까지 합해 심판정에서 총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증인을 직접 신문하거나 의견 진술을 통해 발언했지. 증인신문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들을 향해서는 당신이 직접 반박하며 목소리를 높였잖아.

대통령 ; 내가 그랬던가? 짜쌰들 말이야. 거짓말을 하니까 참을 수가 없었다구. 난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그걸 지시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거야. 군인이나 경찰이라는 작자들이 내가 직접 전화를 거니까 쫄아 가지고 헛소리를 들었던 모양이야. 사내자식들이 그렇게 간이 작어서야. 그런 자들을 내가 믿었던 게 잘못이었나 봐.

부인 ;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하는 바람에 대통령답지 못하게 책임지지 않고 아래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어. 법꾸라지라는 소리도 들렸지. 매사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이어야 했는데. 당신이 실수한 거야. 혼자 나서거나 덤벙대면 안 되는데 그 중차대한 순간에 철저히 대비를 못한 건 두고두고 반성해 봐.

대통령 ; 알았어. 다음에 계엄할 기회가 있으면 당신이 대신 해주는 게 좋겠어. 실수가 없게 말이야.

부인 ;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농담이라도 그런 말 입에 올리지 마. 그렇지 않아도 나와 당신을 둘러싼 카더라, 가짜뉴스가 많잖아. 명심해.

대통령 ; 알았어. 명심할 게.

부인 ; 현재 이야기가 나왔으니 최후진술 얘기는 해야지. 그 때 당신이 77쪽 분량의 입장문을 1시간8분에 걸쳐 읽었잖아. 그것도 압권이었어. 헌재 재판관들이 속으로 식겁했을 거야.

대통령 ; 그래?

부인 ; 당근이지. 그 최후진술은 정말 공들이 작품이라는 것 자기도 알지? 그거 알고 읽었어?

대통령 ; 그랬지. 그럼. 난 지금도 그 내용을 일부 기억하고 있지. 난 주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는데 집중했었지. 지난 5차 변론에서 국회봉쇄, 정치인 체포 지시 등과 관련해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말해 모두가 혀를 내둘렀던 발언도 반복했잖아. 즉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이야.

부인 ; 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까 당신이 3차부터 11차 변론까지 ‘계엄’이라는 단어를 130회 이상 ‘야당’은 56회 이상 언급했더라구. ‘죄송’이라는 단어는 최후진술에 이르러서야 2회 등장했을 뿐이야. ‘미안’이라는 단어도 한 번 등장했지만 이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에게 향한 말이었다네.

대통령 ; 최후진술로 헌재가 탄핵 심리를 하는데 더 힘들었을 거야. 틀림없어. 내가 평생 법을 다루고 죄인을 가려냈잖아. 내가 12.3 사태이후 일관되게 해온 말과 행동은 탄핵 인용을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목적 하나 때문이었으니까.

부인 ;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박근혜 언니가 탄핵 당한 것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이잖아. 법사님도 그 점을 특히 주의하라 하셨고. 하여튼 당신도 훌륭한 일급 배우처럼 해주었어.

대통령 ; 법사님이 봄이 오면 내 형편이 좋아질 거라 했다지? 그러면 언젠가 당신에게도 끝내주는 기회가 오는 것 아닐까? 우리가 국내에 하나 뿐인 그 의자를 바꿔 앉는 식으로 말이야.

부인 ; 천기를 누설하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밥이나 더 먹자.

대통령 ; 그래 그게 좋겠다.

두 사람이 말을 멈추고 식사를 하는데 벽 쪽의 TV 화면이 다시 켜지면서 뉴스 보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외신에서 최근 한국 사태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지자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고 보수·진보 진영 간 정치적 분열을 더 격렬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은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사람이 그 모습을 보면서 뭐라고 귓속말을 하면서 낄낄 거린다. 잠시 뒤 무대 조명이 점차 약해지다 깜깜해지면서 탄핵 반대, 탄핵 찬성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막이 내려온다.

장면 5

어두운 무대에서 기각, 각하, 인용이라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면서 3 : 5, 2 : 1 : 5, 8 : 0이라는 소리도 뒤따른다. 멀리서는 탄핵찬성, 탄핵반대 함성이 들려온다. 천정에서 무대 한 곳을 비추는 조명이 켜지자 법복을 입은 법관이 판결문을 읽을 채비를 한다. 순간 모든 소리가 일시에 중단되면서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무대 밑바닥을 훑는 것처럼 울려나온다. 이어 법관이 판결문을 읽을 채비를 한다.

법관 ; 선고 요지를 읽겠다. 탄핵 심판 청구는 적법한가. 청구 요지에 내란죄가 없었다면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가정적 주장일 뿐이다. 탄핵 심판 청구는 적법했다.

다음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갖췄나에 대한 것이다.

비상계엄의 요건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여야 하고,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윤석열은 첫째, 국회가 탄핵소추를 남발했고 둘째, 일방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했고 셋째,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전횡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 부당하더라도 국가 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부정선거 의혹 역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다.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었다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윤석열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 윤석열은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갖췄나에 대해 살펴보겠다.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계엄 선포 직전에 국무총리와 9명의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의 취지를 설명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의 서명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계엄사령관도 공고하지 않았다.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해야 한다는 계엄법 요건도 지키지 않았다.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사실이 인정됐다. 윤석열은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했고 군인들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고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관에 들어갔다.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장에게 포고령의 내용을 알려주고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하도록 했다. 국군 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방첩사령관이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

다음, 윤석열은 군인들이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했다.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다.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과 불체포 특권을 침해했다.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해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 방위를 사명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한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 통수 의무를 위반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은 헌법 위반이다.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 행동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 영장 없이 선관위를 압수수색을 한 건 영장주의 위반이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 등을 체포할 목적으로 위치 확인을 시도한 것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다.

다음 윤석열의 법 위반이 파면할 만큼 중대한가. 헌법이 정한 통치 구조를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다.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 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다.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됐다고 인식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을 수는 있고 이런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다.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 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은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했다.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은 건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윤석열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 등 모든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 윤석열은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윤석열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법관이 선고를 마치자 와 하는 함성이 들리면서 무대의 조명이 꺼지면서 어둠속에

‘윤석열 파면! 광장이 승리했다’, ‘시민들이 해냈다’, ‘정의는 살아있다’고 환호하는 목소리에 이어 ‘오늘 선고는 사기다’, ‘이 나라는 망했다’ ‘국민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조금 뒤 함성소리가 잦아들고 무대 한 곳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즉각 탄핵이라는 머리띠를 두른 남녀 시민 두 사람과 시민운동가 등 세 사람의 모습이 들어난다. 여성 시민이 큰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한다.

여성 시민 ; 윤석열은 대통령에서 파면되었지만 그에 대한 내란 재판 시작된다. 파면은 파면이고 형사 재판은 이제 시작이다. 수사 기록이 4만 페이지가 넘고 증인만 520여명, 1심까지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외환죄 혐의로 추가 기소될 수도 있다. 계엄 선포의 구실을 만들려고 평양까지 무인기를 보내고 북방한계선에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등의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과 명태균 게이트는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채 상병 사건도 다시 수사해야 한다. 역시 특검으로 간다.

여성 시민에 이어 남성 시민이 연설을 시작한다.

남성 시민 ; 윤석열은 0.73%포인트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면서도 한줌 강성 지지층을 믿고 폭주를 거듭했다.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죽고 있다. 윤석열이 집권한 3년 동안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불이 붙었다. 차별금지법은 18년째 멈춰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다치고 죽는다. 이동할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은 끌려 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공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약자가 두려움에 떨지 않고 노동자들 울지 않는 그런 세계를 열어야 한다.

윤석열은 군인의 죽음을 격노로 뒤엎었고 아내의 금품 수수 의혹은 찍어 눌렀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이나 주가 조작 사건은 검찰이 손도 못 대게 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우겼고 국민들을 ‘입 틀막’했다. ‘철없는 우리 오빠’가 “김영선이 좀 해줘라”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제도 엉망이었다. GDP는 1%대로 추락했고 내수 소비는 11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GDP 킬러’ 윤석열의 비용을 한국 국민들이 오랫동안 나눠서 치러야 한다.

두 남녀의 연설이 끝난 뒤 옆에 서 있던 사회운동가가 나서서 사회대개혁 선언문을 읽기 시작한다.

사회운동가 ;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내란의 겨울이 끝나고, 민주주의 봄이 왔다.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사회대개혁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음 사상을 실천하자.

1. 다시 민주공화국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열자!
2.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를 열자!
3. 평화․주권․역사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열자!
4. 기후 위기 너머 정의로운 생태사회를 열자!
5.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 중심사회를 열자!
6. 좋은 일자리와 보편적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열자!
7. 생명・안전이 지켜지는 세상을 열자!
8. 모두의 존엄과 공존을 위한 성 평등․인권 사회를 열자!
9. 언론·정보통신·문화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열자!
10. 식량주권과 먹 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세상을 열자!
11. 교육과 청(소)년의 삶에 평등을 여는 세상을 열자!
12.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헌정질서를 회복하자!

우리는 다음 대통령이 누구든 광장의 시민들은 '권력의 주인'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정치를 감시하고, 권력 을 견제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하여 서로에게 묻고, 연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나가자! 이제는 탄핵을 넘어, 대선을 넘어, 사회대개혁의 대장정을 떠나자!

시민운동가의 선언문 낭독이 끝나면서 세 사람을 비추던 조명이 꺼지면서 무대 다른 곳에 빛이 비춰지고 TV 브라운관 모형 안에서 아나운서가 뉴스를 보도하는 모습이 들어난다.

아나운서 ; 헌법재판소가 2025년 4월 4일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 8:0으로 윤석열을 파면했다.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 123일 만이다. 파면 이후 60일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6월3일 화요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파면에 대해 해외 언론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CNN은 “미국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던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해체하고 있는데 한국은 지도자 공백으로 인해 그 어떤 목소리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한국은 민주화 이후에도 극심한 정치적 불신과 권력 남용 의혹에 시달려 왔다”면서 “대통령 세 명이 탄핵 대상이 되거나 실제 탄핵을 당하는 등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윤석열은 계엄령이라는 무모한 도박에서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장면 6

어두운 무대 천정에서 빛이 한 줄기 비치면서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고 연단위에 서서 마이크를 앞에 놓고 연설하는 자세로 서 있다. 이마에는 척결당 총재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와와 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 속에서 “yoon again", "각하 재출마 해달라", "탄핵불복, ”make Korea great again"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대통령이 손을 들어 올리자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조용해진다. 대통령이 눈을 부릅뜨고 무서운 시선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연설을 시작한다.

대통령 ; 저는 부당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에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옮겼습니다. 저는 파면 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지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 그건 그렇고 저는 어느 곳에서 든 한시도 국민 여러분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하는 걱정뿐입니다.

지난겨울 제가 비상계몽령을 선포한 뒤 석 달 넘게, 연인원 수천만 명의 2030 청년들과 국민들께서 광화문과 여의도,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섰습니다. 저를 지켜주던 경호처는 저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총을 들고 저항할 결의까지 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것은 세계 최초로 기록될 어마어마한 충성심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억울하게 내란 수괴로 몰리자 경호처가 궐기한 것이지요. 그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고마워할 분은 끝도 없이 많습니다. 제가 불가피하게 체포되자 판사 한 분이 구속일자를 시간단위로 계산하는 놀라운 지혜를 발휘해 저를 석방토록 한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는데 이런 경우이겠죠. 그것은 정말 신의 한 수 였습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게, 표 나지 않게 저를 도운 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검찰, 공수처, 경찰이 저에 대해 수사를 하면서 전문가가 아니면 식별할 수 없는 미세한 법집행의 허점 같은 것을 만들어서 법 집행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가능케 해준 것입니다. 그건 법치만으로 평생을 살아온 저에게는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한 일이었으니까요.

저는 12,3 계몽령 이후 입법, 사법, 행정부 등에서 입체적으로 저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직간접적으로 투쟁해준 분들을 보면서 정말 맘 든든했습니다.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도처에 차고 넘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아 근대화가 되도록 기여한 뒤 남한이 2차 대전 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저는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는데 이런 가치관을 가진 지사들이 남한 전역에 그득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일제하의 우리 조상은 일본 국민이었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장관이나 일제의 한반도 근대화 기여론을 확신하는 독립기념관장 등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제가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집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면해주고 우리 정부가 대신 금전적 보상을 하려한 깊은 뜻을 아시는 분은 다 잘 아실 겁니다. 이런 분들과 이런 분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한미일 동맹을 더욱 강력 추진해서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회복과 발전에 전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이런 저의 소신을 지지하는 모든 분은 당장 눈앞의 파도를 보지 말고,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미래를 향해 좀 더 깊은 말씀을 드리기 전에 아쉬웠던 점 몇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향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입니다. 우선 헌재가 제 탄핵을 결정한 것은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몇몇 헌법재판관이 막판에 결정을 바꾼 것 같습니다. 제가 대통령을 하며 배신을 너무 많이 당했습니다. 사람은 충성심을 보고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관 전원이 몰지각하게도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했지만 저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거나 계엄령을 반성하는 몰지각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지지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계몽령’ ‘국회 패악질’ ‘종북·주사파’ ‘친중·반국가세력’ ‘부정선거’에 대해 폭로하고 규탄한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만약 탄핵이 되지 않아 업무에 복귀했더라면 저는 더욱 당당하게 국내의 적폐세력과 북한의 핵무기를 앞세운 남침야욕을 척결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를 계속 취했을 것입니다. 그 점이 아쉽습니다만 그러나 앞으로 저는 다른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저는 저와 함께 우국충정에 불타는 정치, 학계, 문화, 법조계 애국지사 등과 함께 집필한 ‘87체제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통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은 물론 향후 민주주의 회복 투쟁 전략을 여러분에게 알려드렸습니다.

40년 전 만든 ‘87체제’는 점차 낡은 체제로 바뀌어 갔고 ‘진보귀족’은 기득권 세력화하여 부패의 구린내와 함께 친중국, 친북한의 시대착오적 자세를 벗어나지 못해 실질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탓에 전체주의적 성향을 띄게 됐습니다. 이러한 87세력이 의회의 압도적 지배뿐만 아니라 집행권까지 장악한다면, 강한 경찰 권력을 구사하며 파시즘적 정치형태로 국민 위에 군림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저는 12·3 비상계엄으로 언론, 문화, 노동계를 중심으로 막강한 지배력을 갖추게 된 그들에게 저항했습니다. 그러자 청년들이 대거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하며 엄청난 시대의 변환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회변혁 운동은 점차 시민혁명으로 커갔고 이것이 추구하는 가치 질서는 곧 제가 12·3 비상계엄으로 추구했던 그것입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바로 이 위대한 사회변혁, 시민혁명의 과정을 기술하는 한편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척결당을 만들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해 청년들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국내의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북한 공산도당도 선제타격 등의 방식으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혁명적인 방식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저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12.3 비상계엄과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그래서 군이 행정과 사법을 담당하고 언론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은 정지 시키며 의회기구도 민주인사로 다시 구성해 썩어빠진 국회를 대신토록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내의 친북,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할 것입니다.

다음 북한 김정은 공산도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정은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었고 미국은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남한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에 흡수 통합되는 비극을 피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최선책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기주의는 자국이 핵공격을 받지 않는 것만이 중요할 뿐 남한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은 진즉 제거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제가 12.3 비상계엄조치를 감행한 것입니다. 미국에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우리가 핵무기를 자체 보유할 체제를 갖추려 한 것입니다. 그렇게 할 경우 엄청난 국제적 재재와 보복이 우려되지만 그것은 비상계엄체제를 2년 정도 유지하면서 극복할 수 있다고 전 확신했습니다.

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려 했을 때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중단했던 사실을 면밀히 검토한 뒤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점집을 하다가 계엄 기획 핵심역할을 했던 전직 장성의 수첩에 ‘미군기지 공격’이라는 메모가 기록되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회가 비상계몽령 해제를 의결하는 바람에 제 원대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 사전에 좌절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저를 지지하는 수많은 청년과 애국시민들과 함께 노력해서 반드시 그 역사적 과업을 쟁취할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직을 떠났지만 저를 대신할 역군들이 많아 마음 든든합니다. 제가 탄핵 당해 관저를 떠나기 전 저를 만나러 왔던 국민의힘 나아무개 의원이 21대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짚어주었습니다. 그 의원은 21대 대선이 체제 전쟁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냐, 아니면 반자유·반헌법 세력에게 대한민국을 헌납할 것이냐는 제2의 6·25 전쟁이자 건국 전쟁이라고 외친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입니다.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 흐흠.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습니다. 신문, 방송, 유튜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언론이라는게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고 달려드는 속성이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야당이 정권 잡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대부분의 언론이 저의 선전, 홍보부대 역할을 해준 것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사상초유의 일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만사제치는 식으로 장시간 실황중계, 대담방송 등으로 저와 제 변호인단의 입장을 차고 넘칠 정도로 널리널리 홍보해준 것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나라가 내란의 혼돈으로 빠진다고 하는 데도 대다수 언론이나 유튜버들은 살신성인과 같은 자세로 저에 대한 보도에 최선을 다해주었습니다. 보도경쟁을 벌일 정도였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겠습니다. 누군가 제게 그러더라구요. 내란이 발생하거나 그로 인해 외침이 발생하면 언론사 기자 본인은 물론 가족, 친지가 다 망가질 터인데 물불 안 가리는 것을 보면 저의 정치적 입장이나 12.3 계몽령을 속으로 엄청 지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대통령이 귀를 쫑긋하는 자세를 취하는데 잡음이 들리면서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자 손으로 제지하면서 말을 계속한다.) 그건 그렇고 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제 최고의 제갈량이자 원군인 내자, 김 여사와 항상 곁에서 저를 도와주고 있고 영험하신 법사님에게 이 자리에서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열변을 토하는데 갑자기 조명이 꺼지면서 무대가 캄캄해진다. 조금 뒤 다른 곳에 조명이 켜지면서 한 수감자가 대통령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고함을 지른다.

수감자 ; 야, 무기수, 너 또 잠꼬대를 그렇게 시끄럽게 하냐. 너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 아휴 이 계몽령 환자 언제나 속을 차리려나.

대통령 ; 내가 언제 잠꼬대를 했다구 그래? 너 억지를 부리는 것 보니 반국가세력과 연루된 것 아니냐?

수감자 ; 이 자식이 지금 무슨 개뼈다귀 삶아 먹는 소리를 하고 있어? 네가 탄핵당하면서 국가를 두 동강이로 쪼개놓는 짓을 하면서 나라가 온통 소란스러워진 것 어떻게 책임 질 거야?

대통령 ; 뭐야? 이게 말을 함부로 하고 있네, 너 언론자유 남발하는 거 아니냐?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법치의 화신이야.

수감자 ; 법치? 예라 이 못된 법 꾸라지야. 내가 먹고 살기 힘들어 경범죄를 저지르고 여기 들어와서 너와 한 방을 쓰게 됐지만 정말 구역질이 나서 살 수가 없구나.

대통령 ; 너 내 후배들한테 혼나볼래? 너 같은 작자는 평생 여기서 썩게 만들 수도 있단 말이다.

수감자 ; 예라. 이 추잡한 법꾸라지야.

둘이 다투는데 감자기 조명이 꺼지면서 무대가 어두워지고 둘이 계속 다투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면서 막이 내린다.  <끝>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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