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손님이 막걸리 10병을 주문해 주다

[하태한의 촛불 일지] 133차 촛불행진과 17차 범시민대행진(2025.3.29)

2025-03-31     하태한 통신원
3월 29일 촛불행동의 13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와 긴급행동의 17차 범시민대행진이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3월 29일 5주차 촛불일기 들어갑니다.

시계 제로 상태인 대한민국이 되었다. 정의, 상식, 법치, 일상 등이 모두 뒤틀리거나 무너지고 있다. 순리대로 가는 것은 사라지고 온갖 탐욕과 기득권의 카르텔이 판을 치며, 도랑물을 흐리는 정도를 넘어, 오염을 넘어 썩어서 되돌아올 수 없는 호수가 돼 가고 있다. 이제 분노는 오히려 점잖은 표현이고, 다 깨부수어야 할 정도이다.

3만 달러를 넘어 어쩌다 보니 선진국이라는 타이틀로 이제는 세계와 미래를 발맞춰갈 줄 알았으나 일장춘몽이 되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물러설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모든 것을 걸고 한판승부를 벌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긴급행동의 17차 범시민대행진, 질서정연한 본무대 모습.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안국역 방향에서 바라본 동십자각 본무대 방향.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추위 탓에 '키세스'가 재등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이번 주는 갑자기 쌀쌀해지고 바람도 억세게 부는 가운데 파면 집회는 계속되었다. 이제는 13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나 긴급행동의 17차 시민대행진이라는 제목도 큰 의미가 없어졌다. 오직 파면을 위한 한길에 전국의 시민, 노동자, 농민, 정당인 모두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하나의 전선으로 일치단결하여 승부처로 전진하고 있다.

오늘은 구로지역의 보궐선거로 앞선 집회를 포기하고 광화문의 본집회만 참석하게 되었다. 이미 광화문은 집회 인파로 가득했다. 11개의 대형 스크린에 얼굴을 집중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스크린을 따라 동십자각을 바라보고, 광화문을 바라보고 저쪽 경복궁역에서는 역사박물관 방향을 바라봤다. 대로를 따라 환한 얼굴로 파면을 기다리는 모습은 비장함과 엄중함이 나타났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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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청사에 소원을 적은 리본들이 매달렸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구로시민센터 동지들은 매우 쌀쌀한 기온에도 14명이나 참석을 했다. 집회와 행진 후에 생일파티를 겸한 애프터를 하기로 하였다. 포화 속에도 사랑은 피어나듯이, 투쟁 속에서도 소소한 일상은 존재하기 때문에 미리 공지를 하였다.

보통이라면 동네에서 작은 파티를 열고 식사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행복한 순간을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의 국면이 길어지고,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인 관혼상제, 생일, 입학과 졸업 등이 조금씩 틀어졌다. 그래도 그냥 흘리기는 아쉬운 것을 어찌하랴. 집회와 행진을 마치면 조금 늦은 시간이 되지만 짧고 굵게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순서를 바꿔서 기술한다. 집회후 행진은 안국빌딩에서 일부는 종로로 가고 구로팀은 중간 선도차를 따라 헌법재판소로 방향을 틀었다. 바로 차벽에 가로 막히고 대치를 이어갔다. 대치가 시작되고,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전형적인 멘트가 시작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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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방향으로 경찰 차벽이 가로막아 대치가 시작되고,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전형적인 멘트가 시작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저 멘트는 꼭 우리 쪽에만 강요한다. 극우집회나 대치에서는 구두로 그러지 마시고 진정하세요라고 충고한다. 진보진영에는 “본 집회는 신고된 경로를 이탈하여 불법이 되었으므로 채증을 하고 있으며, 즉시 해산하기 바랍니다”라고 협박한다. 항상 이런다. 법은 공평하다고 법의 여신은 눈을 감고 저울을 들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얼마나 불평등했으면 법을 다루는 곳곳에 저 동상이 있을까?

구로동지들은 잠시후에 대열을 이탈해서 저녁을 하기로 했다. 골목을 나오니 인사동길로 접어들었다. 악기상가 밑에 있는 아구찜을 먹기로 하고 걸어갔다. 인사동에서 악기상가로 가는 큰길을 따라 가는데, 극우들이 우리를 보고 시비를 건다. 손마이크를 들고, 빨갱이, 공산당, 북에나 가라, 민주노총을 죽여라 등등을 지껄이면서 따라온다. 시비에 말려들기 싫어서 그냥 모른체하고 가는데 따라오면서 계속 자극했다. 동조하는 어르신까지 있었으나 무시하고 계속 걸어서 빠져나왔다. 그런데 185이상인 나와 정병창에게는 다가오지 않는다. 참 가소로운 존재들이다. 그리고 측은지심도 들었다.

구로사람들의 바람에 맞서는 방법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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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이 전주아귀집에서 저녁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조용히 생일축하 송을 불렀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옆자리의 손님 두 분이 우리들에게 막걸리 10병을 주문해 주었다. 참 고마웠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14명이 전주아귀집에서 저녁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조용히 생일축하 송을 불렀다. 그런데 옆자리의 손님 두 분이 우리들에게 막걸리 10병을 주문해 주었다. 60후반 되보이는 분들인데 어떤 집회에 왔냐고 물어, 파면팀이라고 말하자 수고한다고 하면서 주문하고 가셨다. 참 고마웠다. 이렇게 지지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창학 형님 부부(하루 차이로 생일)을 축하도 하고, 건배로 마시는 막걸리는 달고 더욱 맛있었다. 인증샷을 찍으면서 극우들의 시비도 깔끔하게 씼어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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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장은 비장함으로 울려퍼지는 연사들의 울림소리 높았다. 당을 대표하는 분들도, 시민 자유 발언에도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시퍼런 날이 번쩍이는 목소리들은 무엇이든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는 힘이 느껴졌다.

더욱이 그동안 무대를 뒤로 했던 가수 정태춘의 공연은 보기 좋았다. 잠깐 담배나 피러 가자는 내 제안에 유효식 선생은 정태춘 공연의 노래와 가사를 보면서 끝나고 가자고 할 정도로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는 가사에 흠뻑 빠졌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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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깃발부대가 흔들었던 역사박물관앞 아스팔트에는 문화예술가들이 분필로 그려 놓은 그림과 메세지가 많았다. 세월호, 박종철 열사, 스타워즈의 그림과 촌철살인의 포퍼먼스가 다양했다.

집회를 마치고 시작한 행진은 끝이 안 보였다. 빠지는 데만 30분은 뛰어놀았다. “파면파면 윤석열 파면!”에 맞춘 북소리와 인기 DJ가 되어버린 사회자의 구령에 맞취서 춤을 추고 함성을 질렀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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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추운 날씨였으나 행진을 시작하지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꽃샘추위가 지나야 봄이 오듯이 산고의 고통이 있어야 파면이 될 것이다. 곧 달려올 파면이지만 지금 순간은 깝깝했다. 갑갑함이 사라지면 상큼한 계절은 이미 와 있을 것이라 믿었다.